국방부, 국제조약이 금지하는 지뢰살포기사업 거액 투입 2007/01/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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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죽이는 대인지뢰 왜 자꾸 들여오나
국방부, 국제조약이 금지하는 지뢰살포기사업 거액 투입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미옥 기자

▲ 지뢰살포기

ⓒ2003 통일중공업
매년 지속적으로 민간인을 살상하는 대인지뢰.
대인지뢰피해자들이 나서 대인지뢰 제거와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이 때 정부는 대인지뢰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위험한 지뢰살포기를 개발하고 미국에서 지뢰를 반입해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뢰살포기사업 중단해야

2004년 국방부 예산요구서에 따르면, 군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형 지뢰살포기 사업에 투자해 왔으며 그 비용은 1858억 원에 이른다. 이중 2003년 예산으로는 184억 원을, 2004년 예산으로는 243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예산에서 한국형 지뢰살포기 사업비 증액의 원인은 ‘전투예비탄약(WRSA)의 증가’다.

지뢰살포기에 쓰이는 지뢰는 대인지뢰인 M74와 대전차 지뢰인 M75, 연습용대전차지뢰인 M79이다. 이들 지뢰는 모두 미국산이며 전투예비탄약이 증가했다는 것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들 지뢰가 반입되었음을 뜻한다.

한국정부가 97년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MBT)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외교적 고립을 면하기 위해 2001년에 가입한 특정재래식무기금지조약(CCW) 제2의정서에 의하면 지뢰 살포기와 같이 투발수단에 의해 살포되는 지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지뢰살포기는 이 규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 M74 지뢰살포기용 대인지뢰

ⓒ2003 통일중공업

▲ M79 연습용대전차지뢰

ⓒ2003 통일중공업

CCW 제3조 사용 및 이전의 금지 조항

제3조 (사용 및 이전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이전하여서는 아니된다.

1. 국내에 보급된 표준적인 지뢰탐지장비(地雷探知裝備)를 사용하여 탐지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탐지요원 또는 탐지장비와 직접 닿지 아니하여도 지뢰탐지장비의 자장효과(磁場效果) 등으로 인하여 폭파되도록 만들어진 지뢰,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
2. 국내에 보급된 표준적인 지뢰탐지장비를 사용하여서는 탐지가 불가능하고, 무게 8그램의 쇳조각에서 생기는 것 이상의 반응신호(反應信號)가 발생되지 아니하는 대인지뢰
3. 원격투발지뢰인 대인지뢰로서 다음 각목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지뢰
가. 쏘거나 떨어뜨린 후 30일 이내에 그 대인지뢰 총수량의 90퍼센트 이상이 자동적으로 폭발할 것
나. 쏘거나 떨어뜨린 후 120일 이내에 그 대인지뢰 총수량의 99.9퍼센트 이상이 자동적으로 폭발하거나 지뢰로서의 기능이 자동적으로 소멸할 것

M74 대인지뢰와 M75 대전차지뢰는 지뢰살포시스템에서 15일 이내에 자폭하도록 되어 있어 CCW 사용금지조항의 규정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지뢰의 이전이 ‘합법적’으로 보장된다. 여기서 ‘이전’이란 지뢰가 한국 영내에 반입되거나 반출되는 것을 뜻한다.(박스기사 CCW 제2조 6항 참조) 그러나 자폭시한이 15일인 M74, M75 등은 CCW에서 예외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어 그 반입, 반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제대인지뢰금지캠페인(ICBL)에서 매년 발간하는 <대인지뢰보고서>(Landmine Monitor) 2001년 판에도 한국에 지뢰살포시스템(GEMSS)용 지뢰가 비축되어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2003년 판에는 한국이 지뢰 생산국으로 명기되어 있다.

CCW 제2조 6항

6. “이전”이라 함은 유상 또는 무상으로 지뢰 또는 지뢰에 대한 소유권 및 통제권을 자국 영역밖으로 내보내거나 영역안으로 들여오는 행위를 말한다.

이처럼 지뢰 등 전투예비탄약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며 준비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전쟁비용은 늘고 있는데 비해 평화비용은 책정조차 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이미 이 사업추진 초창기에 정재문(한나라당) 의원이 정부가 99년 내 CCW 가입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2000년도 육군예산에 K형지뢰살포기사업비로 137억이 계상된 것은 잘못임을 지적하고 기 설치된 지뢰제거 및 대체전략의 수립을 촉구했는데도 이 사업은 7년에 걸친 장기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보가 없는 ‘미확인지뢰지대’

가장 큰 문제는 ‘미확인지뢰지대’다. 미확인지뢰지대는 지뢰 매설지도가 없으며, 매설 수량 등 어떠한 정보도 없는 지뢰지대다. 이곳에서 해마다 홍수 때면 지뢰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허술한 관리시설에 설마 하고 들어갔다가 불구의 몸이 되어 나오곤 한다.

연천, 철원, 양구 등에 있는 미확인지뢰지대는 대로변에도 있고, 아이들의 등하교길 옆에도 있으며, 약수터 뒤에도 있다. 미확인지뢰지대는 생활 속에 파고들어온 전쟁터인 것이다. 미확인지뢰지대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그토록 교묘히 피해가며 악용하고 있는 CCW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CCW 제8조(정보의 기록ㆍ유지 및 보안)

① 지뢰·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를 설치한 군부대의 장(이하 “설치군부대장”이라 한다)은 그 설치지역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기록·유지하여야 한다.
1. 설치지역의 구체적인 위치 및 경계
2. 설치된 지뢰, 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의 종류, 수량, 설치방법과 기폭장치(起爆裝置)의 형태 및 수명
3. 설치된 지뢰(원격투발지뢰를 제외한다), 부비트랩 또는 기타장치의 개별적 위치

CCW 8조(정보의 기록ㆍ유지 및 보안)는 매설지뢰의 정보를 기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박스 기사 CCW 8조 참조). 그러나 미확인지뢰지대를 앞에서 규정한 것과 같이 조사하여 기록하는 과정은 사실상 지뢰를 제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달리 말하면 조사하는 것보다 제거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확인지뢰지대 조사작업은 곧 제거작업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 때문에 CCW 제8조의 실행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군은 군사상 이유로 미확인지뢰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미확인지뢰지대의 조사 및 제거에 관한 예산은 전혀 책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뢰살포기사업에서 보듯 CCW의 조항을 교묘히 활용하며 대인지뢰피해의 위험성을 증가하고 있다.

대인지뢰제거계획 수립하고 피해자 문제 해결해야

정부가 현재 대인지뢰문제를 다루는 기준은 CCW이다. 그러나 CCW는 법안 자체에 대인지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의 문제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미확인지뢰지대의 경우와 같이 매년 지뢰유실사고를 일으키는 시급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예산 배정이나 제거계획을 수립하지 않음은 물론 CCW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지뢰정보 보유’조차 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CCW를 악용하여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뢰살포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뢰살포기용 지뢰가 자폭식이라고는 하나 전쟁 이후 수많은 미확인지뢰지대의 생성이 바로 전쟁 당시 뿌려진 살포식 지뢰에 근거한 것임을 상기할 때 심히 우려된다. 이는 CCW의 불철저함을 보완하기 위해 대인지뢰의 생산·비축·이전·사용의 전면금지를 천명한 오타와 조약의 정신에 위배됨은 물론이거니와 CCW의 정신조차도 훼손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 ICBL이 연간 발간하는 각국대인지뢰보고서의 인터넷 페이지

현재 추정되는 대인지뢰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의 총규모는 70억 정도에 불과하다. 2003~2004년 지뢰살포기사업 예산 증가분이면 해결되는 액수다. 더구나 지뢰살포기 한 기종에 투자한 1800억과 비교하면 대인지뢰정책이 얼마나 균형을 잃고 흘러가고 있는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와 참여연대는 정부에 최소한의 균형 있는 대인지뢰대책을 촉구하고, CCW 실행과정의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현재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김형오(한나라당) 의원이 금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제정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미옥 기자는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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