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한강둔치에 대인지뢰 버리고 제거는 안 해2003/11/24 1383

군, 한강둔치에 대인지뢰 버리고 제거는 안 해
-2003.11.25(화) 느티나무서 규탄 기자회견 예정-

군이 한강둔치의 한 공사구간 내에 M14 플라스틱 대인지뢰 374발을 무단야적해 놓은 사실이 밝혀졌다.
대인지뢰의 야적지점은 현재 김포지역 한강둔치의 한 공사현장이다.
이 사실을 공개한 대인지뢰제거업자가 군으로 부터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대인지뢰는 산정상에 위치한 모 공군방공기지에 매설되어 있던 것으로 지뢰제거를 하는 대신 지뢰가 매설된 흙 전체를 포크레인 등으로 퍼올려 트럭으로 옮겨와 1미터 정도를 파고 4미터정도의 높이로 이 곳에 쏟아부은 채 야적해 놓았다는 것이다.
건설회사 측은 공사를 위해 군부대에 지뢰의 제거를 요청했으나, 군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위해 지뢰를 제거해 줄 수 없다며, 제거 대신 민간대인지뢰제거업체를 소개해주었다.
공사현장에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7월경에는 펜스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가 최근에서야 펜스가 설치되었음이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김포지구 한강둔치는 6월과 9월사이 팔당댐방류량 5000톤만으로도 침수가 되는 지역이다. 한강대교기준으로 8미터가 경계수위인데 이때의 팔당댐 방류량이 14000톤이다. 5000톤은 김포지역 한강둔치가 평균 6~12회 잠기는 방류량이다. 따라서 이 지역은 빈번한 침수와 급속한 유속으로 대인지뢰 유실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한편 합참의 발표에 의하면 방공기지에 대한 지뢰제거작업이 98년부터 실시되었다고 한점으로 미루어 98년 이후 한강에서 발생한 홍수때 그 일부가 유실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00년에 강화 석모도에서 발생한 3명의 지뢰사고는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현재 공사현장에서는 지뢰매설지점을 제외한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11월 25일 화요일 다음과 같이 기자회견을 갖고, 군의 이 같은 무책임한 대인지뢰관리실태를 고발할 예정이다.

——– 다 음 ——–
한강둔치 대인지뢰 불법 야적 규탄 기자회견
일시 : 2003.11.25(화) 오전 11시
장소 :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
주최 :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 첨부자료 ——–
1. 현장사진, 그림자료
2. 지뢰제거업자와 건설회사간에 가계약된 문서
3. 대인지뢰 야적지역의 세부지도
4. 성명서
5. 대인지뢰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안


첨부1. 현장사진, 그림자료

→ 한강둔치는 홍수 발생시 경계수위보다 낮은지대에 위치해 있으므로, 유실우려가 심각하다.

→ 철조망의 상태를 보아서도 최근에 설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현장에는 지뢰표지, 해골표지, 노란 공사 표지 등으로 지뢰지대가 표시되어 있다.


→ 현장 옆 도로

첨부2. 지뢰제거업자와 건설회사간에 가계약된 문서

첨부3. 대인지뢰 야적지역의 세부지도

첨부4. 성명서

군의 한강둔치 대인지뢰 불법야적에 관한 규탄 성명서

1. 군에서 한강둔치에 대인지뢰를 내다버린 사건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한강둔치의 한 공사구간 내에 군이 M14대인지뢰 374발을 지뢰토와 함께 무단야적 해 놓은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곳에 대인지뢰가 야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정보통제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곳이 공사현장이 되면서, 제거의 필요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었다. 현재 이곳은 공사가 한창인 현장인데도 지뢰지대를 어찌하지 못한 채 일단 다른 구간의 공사가 시작된 상태이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이 표식조차 허술한 지뢰밭 옆에서 공사하는 모습은 아슬아슬 하기까지 하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몇 개월간 익명의 관련자들로부터 교차 확인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 대인지뢰는 산정상의 공군방공기지에 매설되어 있던 것으로 지뢰제거를 하는 대신 지뢰가 매설된 흙 전체를 (포크레인등으로) 퍼올려 트럭으로 옮겨와 이곳에 쏟아부은 채 야적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으로부터 직접 이 사실을 전해듣고 지뢰제거와 관련된 주문을 받았던 지뢰제거업체 관계자와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고 있어 정보의 신빙성이 있다. 야적시기와 책임부대의 정확한 소재에 대해서는 추후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집중호우시 둔치의 지형이 바뀔 정도로 토사 유실이 심한 한강변에 대인지뢰를 무단 야적시켜 놓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김포대교 아래 한강하구수역으로 한강상류보다 훨씬 많은 유량과 수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현장조사 결과 지뢰토는 둔치수위를 기준으로 지하 1m 지상4m에 걸쳐 야적되어 있으므로 대규모 유실 우려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뢰 유실사고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2002년 추석을 전후로 한강하구인 강화도에서 3명이나 대인지뢰피해자가 생겼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곳의 지뢰토야적지와 연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산에 매설된 지뢰도 위험한데 그보다 더 위험한 한강가에 옮겨다 불법투기 해 놓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2003년 7월 기공식이 있고 나서야 펜스가 설치되었으며 그전에는 두줄의 경계철책선만 걸쳐 있었다는 대목에서는 아찔해지지 않을 수 없다.
군은 신속히 지뢰제거작업을 실시해야함은 물론 처음에 야적해 놓았을 때의 지뢰수량과 한강 홍수로 인해 유실된 지뢰가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2. 이번 사건은 합참의 대인지뢰제거정책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을 증명했다.
군의 지뢰작전이 이처럼 모순과 자가당착의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이미 예견되어온 구조적 문제이다.
첫째, 민통선이남 후방지역의 지뢰가 방공기지에만 있다는 착각이 문제다.
합참은 98년부터 2000년까지 75000발의 지뢰중 6700발을 제거했다고 발표했으며 2001년 6월에는 5개 기지에서 3.200발을 제거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 지뢰가 제거된 것이 아니라 한강둔치와 같은 곳에 버려진 것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위선이 아닐 수 없으며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대인지뢰가 방공기지에서만 사라지면 제거된 것인가?
합참은 민통선이남의 대인지뢰를 2006년까지 제거하겠다고 했으나 그 대상은 39개의 방공기지만이었다. 민통선이남의 미확인지뢰지대등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의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었고, 그 결과 연천 노곡리등에서는 올해 또다시 지뢰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후방지역 지뢰지대를 39개 방공기지만으로 파악해온 합참이 방공기지에서만 지뢰가 사라지면 된다는 유혹을 받았을 것은 당연하다. 방공기지보다 더 많은 지뢰가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민통선이남의 미확인지뢰지대를 외면하고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방공기지에 대해서만 지뢰제거를 추진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지뢰제거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종류의 사건은 다시 재발될 것이다.

둘째는, 지뢰제거 예산의 문제이다. 합참은 2002년 지뢰제거와 관련한 KCBL의 질의에 대해 예산확보 문제로 2006년까지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군이 제시한 지뢰제거 예산 항목으로는 전문인력과 장비투입, 교육, 무인감시장비설치등이다. 인건비와 생명수당등의 비용이 빠져있거나 낮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을 건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지뢰 작업에 군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의 지뢰 제거작업은 최소한의 예산과 군인의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지뢰제거 기피현상이 이번과 같이 무더기로 지뢰토를 파내서 무단 투기하는 사태를 가져온 것이다.

셋째는 군만이 지뢰제거작업을 해왔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문제이다.
군은 지뢰제거작전의 책임자이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한강둔치의 무단 야적에 관한 정보가 군이 아닌 민간지뢰제거업자들을 통해 흘러나오게 된 경위가 의미하는 바를 잘 파악해야 한다. 국방부가 지뢰제거작전은 군만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통선지역의 200명이나 되는 민간 지뢰제거 전문가들이 10년에서 40년간 지뢰제거를 생업으로 해왔다는 사실은 은폐되어 왔다. 이들에 의해 거의 모든 민통선내 개간지의 지뢰가 제거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민간인의 지뢰제거작업이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이를 방치해오고 있다. 2002년 2월 연천군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2개의 지뢰지대를 제거하는 문제로 군부대와 협의했으나 ‘장비와 예산이 없고 위험해서 연천군에서 개인업자를 불러 제거하라’는 답변만 들었다.(2002.2.8 세계일보) 이러한 현실은 민통선 주변 접경지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군은 민통선지역은 고사하고 부대방호를 목적으로 매설했던 지뢰조차 처리할 능력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에서 제대한 지뢰전문가들을 활용하고 오랜 숙련도로 단련된 민간업자들을 양성화하여 지뢰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군사기업육성 대책을 심각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넷째는 순차적 지뢰제거작전의 한계가 문제이다.
군은 후방지역 지뢰지대에 대해 순차적으로 제거작전을 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2002년 강릉지역 집중호우에 의해 된박산 공군기지의 지뢰가 대량 유실되자 어쩔 수 없이 된박산 유실지뢰를 먼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군의 소극적인 지뢰제거작전 계획보다 지뢰 유실과 피해사고등은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 유감스럽게도 현실이다. 대인지뢰의 피해는 무차별적이라는데에 사태의 본질이 있다. 합참이 바라듯 순차적이고 질서 있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지뢰피해가 무차별적이라면 그에 맞는 예산과 계획이 전면적으로 재수립되어야 한다.

다섯째는 현재 정부가 가입하고 있는 CCW(특정재래무기금지조약)의 약점을 군이 악용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번에 밝혀진 한강둔치 대인지뢰의 불법투기는 현재 정부가 가입하고 있는 CCW(특정재래무기금지협약)에 의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드러난다. 플라스틱 대인지뢰의 사용 및 이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CCW 3조를 기준으로 하여 보면 대인지뢰를 폐기하기는 커녕 더 위험한 장소로 이전시키는 행위는 실제로 매설과 같은 ‘사용’의 개념에 해당한다. 군은 2007년까지 한국형지뢰살포기 개발사업에는 1860억원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지뢰제거를 위해서는 왜소한 예산과 엉성한 대책으로 일관해 왔다. CCW가 대인지뢰의 사용과 이전을 규제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감안할 때 정부는 오히려 지뢰증강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지뢰제거보다 증강사업에 편향된 현재의 정책이 한강둔치에 대인지뢰를 무단투기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합참은 후방방공기지에 대한 대인지뢰 제거 계획말고는 미확인지뢰지대를 비롯하여 군사상 필요없거나 다른 대체수단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대인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예산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예산의 부족과 지뢰제거에 필요한 훈련된 군인력의 부족등은 생명을 담보로 한 지뢰제거작업의 지연과 불법처리의 유혹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는 작전 차원만이 아닌 예산과 민간협력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서지 않으면 해결 불가능한 것임을 증명한다.

3. 현실적 대안으로서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사상 필요 없는 대인지뢰에 대한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2003년 9월 한나라당 김형오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대인지뢰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의 3조는 군사상 필요 없는 모든 대인지뢰를 제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4조에서는 대인지뢰제거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오타와조약 (일명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 법안이 CCW를 보완할 유일한 대책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방부는 국회와 협조하여 [대인지뢰 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이 이번 회기를 넘기지 않고 통과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KCBL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국방부는 한강둔치 대인지뢰 불법야적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2. 국방부는 하루속히 불법투기한 이들 지뢰를 제거하고, 유실지뢰 여부를 밝혀라.
3. 국방부는 합참의 지뢰제거계획의 헛점을 점검하고 법적대책을 강구하라.
4. 국방부는 국회에 계류중인 [대인지뢰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의 통과에 적극 협조하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

첨부5. 대인지뢰제거 및 피해보상등에 관한 법안(요약본)

대인지뢰의제거및피해보상등에관한법률안
(김형오의원 대표발의)
제안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