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아 생일축하한다. [2] 2007/03/04 947

우성아 어김없이 너의 생일이 돌아왔구나. 중2가 되는 우성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빠가 우성이와 생일을 같이할 수 없다보니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드는구나.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간격이 얼마이겠냐고 물으니 어떤 제자는 자고나니 죽은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낮과 밤사이라고 했다. 또 어떤제자는 밥을 먹다가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숟가락을 들고 내려놓는 사이라고 했다. 그러자 부처님 말씀하시기를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결정되니 삶과 죽음은 간격은 숨결하나에 있을 만큼 짧다”고 했다. 그것을 ‘찰나’라고 했다. 사람의 운명이 숨결하나만큼이나 짧은 ‘찰나’에 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제 너도 참 많은 시간을, 많은 운명의 선택을 하며 살아온 셈이구나. 너는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였지만 지금도 네가 살아온 만큼 더 중요한 존재가 되어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날이 생일의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생일선물은 나이를 한살씩 더 먹어 갈수록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중요해 진단다.

등의 반대편을 가슴이라고 한다. 손에도 등이 있으니 그 반대편은 손가슴이다. 발에도 등이 있으니 그 반대편은 발가슴이다. 그런데 우리는 손가슴, 발가슴을 손바닥, 발바닥이란 이름으로 천시해왔다. 콧등의 반대편은 코가슴이고, 귓등의 반대편도 귀가슴이다.
우리는 손바닥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손가슴으로 포옹하는 것이다. 발바닥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발가슴으로 대지를 끌어안는 것이다. 콧구멍으로 냄새 맡는 것이 아니라 코가슴으로 향기를 감싸안는 것이다. 귓구멍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귀가슴으로 세상의 소리와 포옹하는것이다. 우리의 손가슴, 발가슴, 코가슴, 귀가슴은 그저 잡히는대로 잡고, 걷는대로 걷고, 냄새나는대로 맡고, 들리는대로 들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끌어안고, 끌어안는 만큼 세상과 하나가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너는 이미 스스로의 힘으로 농구공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농구할 때 너의 손가슴이 공을 감싸안으며 기울인 노력과 정성으로, 공과 네가 어떻게 하나로 일치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대행진 때 너의 발가슴이 우리땅을 감싸안으며 이겨내야 했던 물집과 고통과 눈물로 이 땅과 네가 어떻게 일치될 수 있는지도 경험하였다. 너의 손과, 너의 발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농구공과 농구장이 너의 손가슴과 발가슴으로 더 많이 포옹할수록 점점 하나가 되어 가듯이, 세상의 다른 것들도 하나씩 감싸안고 끌어안아라. 그럼 너와 세계는 더 많이 닮아가며 하나가 될 것이다.

네가 아빠를 대신해서 짊어지는 짐을, 엄마가 아빠를 대신해서 짊어지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없는 아빠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구나. 어쩔 수 없이 그 아픔도 온 가슴들로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아빠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그런 아픔들만은 천천히 끌어안게 하고 싶었는데 아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렇게 성큼 다가와 버리고 말았구나.

언젠가 네가 아빠에게 ‘고통과 고생이 우리의 힘을 더 키워준다’고 말했던 기억나니.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힘이 빠지는데 일부러 힘들게 달리면 힘이 더 난다는 말 말이야. 아빠도 힘든 일이 아빠 앞에 놓일 때면 네가 해주었던 그 말을 기억한단다.
그러고 보니 너는 생일을 맞아서 아빠의 생일선물을 받는 대신 벌써 아빠에게 선물을 주었구나. 고맙다 아들아.

큰누나 [2007/03/04] :: 이렇게인테넷으로라도 접할수있어 다행이구나 ,어디에있든 몸조심하고 건강해라.식구들걱정말고….

큰고모 [2007/03/04] :: 우성이오늘생일이구나 축하한다,아빠편지반가왔겠구나 할머니 생신때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