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D,TMD 교육자료집 이시우 2001/05/04 347

STOP, NMD․TMD!
NMD․TMD 교양자료집

민족자주․민주주의․민중생존권쟁취
전국민중연대(준)

STOP, NMD․TMD!

■ 자료집 순서

1. <총론> STOP, NMD․TMD : 핵군축과 한반도 평화의 가장 완벽한 위험 ……………….<1p.>

2. NMD란 무엇인가? ………………… <7p.>

NMD, ‘승리하는 핵전쟁’으로의 진보?


<김대중정부의 한-러 공동성명 해프닝>
<1990년대 미국의 군사전략과 ‘악당국가’>
신문자료
(1) 미 국방특위 "NMD 실현 의문"출처: 한겨레, 2000.6.20
(2) “NMD 시험조건 실제상황과 큰 거리” 출처: 한겨레 2000. 7. 4

3. TMD란 무엇인가? ………………… <20p.>



<미국 정부가 권고하는 동아시아의 TMD 시스템>
<일본의 TMD 참여노력과 군사대국화 노선>

4. 외국 자료 읽기 ………………… <29p.>

(1) NMD와 핵 비무장화의 미래: 왜 미국 정부의 NMD 배치 결정은 핵군축의 진정한 위기일 수밖에 없는가?
(2) 미사일 방어계획의 정당화 그리고 시장화

STOP, NMD․TMD!

1. 총론

STOP, NMD․TMD!
핵군축과 한반도 평화의 가장 완벽한 위험

클린턴정부의 첫 국방장관 에스핀은 지난 1994년 5월 스타워즈의 시대가 이제 막을 내렸음을 선언하였다. 그는 “냉전의 종식과 소련의 붕괴는 미국이 전면적 핵공격에 대비한 ‘미래의 방패’에 과도하게 투자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함으로써, 1983년 레이건 대통령 당시부터 시작된 SDI(Strategic Defence Initiative, 전략적 방위주도권) 구상을 공식적으로 유보하였다.
그러나 클린턴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 코언은 1999년 1월 “우리는 핵미사일공격의 위협이 현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커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의 실험 및 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거리 핵미사일의 위협이 먼 미래에나 닥쳐올 것이라고 여러 해 동안 밝혀왔던 미국 정부가 돌연 그 미래가 이미 도래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부시정부의 출범과 NMD․TMD 프로그램의 가속화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NMD(National Missile Defence, 미국본토 미사일방어망) 및 TMD(Theater Missile Defence, 전쟁지역미사일방어망) 구상이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1996년 클린턴정부 당시 발표된 NMD 관련 <3+3계획>은 1999년까지 NMD 체계를 개발하고, 요격실험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2003년까지 1단계 배치를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99~2000년 기간에 시행된 세 차례의 요결실험 결과는 어처구니없는 실패로 끝났고, 클린턴정부는 애초 계획을 번복해 그 결정권을 차기 정부로 넘기고 말았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게 될 정치적
지상 발사 요격체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부터, 그 실험결과에도 불구하고 NMD 배치를 최대한 이른 시기에 마무리한다고 공약을 이미 내걸었고, 현재는 국방외교 분야의 주요 고위관리 자리에 NMD 프로그램의 신봉자들을 앉히고 있다. 또한 최근 부시정부는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TMD 프로그램과 관련된 구축함 판매를 강행할 것이며, 한국에도 패트리어트 미사일 추가 도입을 종용하는 등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일본-한국-대만을 잇는 범지역적 차원의 TMD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해주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복합적인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NMD․TMD 체계는 직접적으로는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의 지역강국(regional powers) ― 이는 과거 소련과 같은 세계강국(global powers)과 대비되는 표현이다 ― 들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잠재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가까운 미래의 적국으로 상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이 여전히 과거 냉전 시기의 전략구도에 기초하여 전쟁전략과 무기체계를 발전․강화시키고 있음을 암시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전략은 자연스럽게도 다양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핵무기 감축 노력의 위기를 낳고 있다. 1972년 소련과 체결된 ABM 협정(탄도미사일방어망제한협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각국의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킴으로써, 다시금 핵무기 경쟁을 자극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사일방어망 구상은 핵전쟁을 위한 무기 체계를 우주 공간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군비경쟁이 ‘우주의 군사화‘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NMD․TMD 체계를 신속히 추진해야 될 근거로 제시하는 이른바 ‘북한 위협론’은 한반도 정세와 직결되고 있다. 최근 부시정부의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 유지를 위해 미사일방어망 구축은 계속될 것이라고 ‘솔직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NMD․TMD 추진이 안착될 때까지,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성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또한 미국은 TMD 관련 무기구입을 한국정부에 종용함으로써,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관계를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1990년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상의 부활

1993년,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정부가 출범하면서, 미 국방부는 ‘탈냉전’ 시대의 군사전략, 군사력 구조, 무기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작업에 돌입하였다. 이 때 미국은 자신의 본토가 과거 소련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의 고의적이거나 우발적인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하였고, 또한 제3세계 국가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획득하거나 개발할 능력도 그리 높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 이라크 등과 같은 ‘악당국가’(rogue state) ― 미국은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과 적대적이며 대규모 재래식전력과 초보적인 핵전력을 갖추고 있거나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 예컨대 이라크, 이란, 북한 등을 미국의 안보질서에 새로운 그리고 진정한 위협자들로 묘사하며 이들을 ‘악당국가’라고 의도적으로 호칭하고 있다 ― 들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을 염두해 둔 TMD 우선의 탄도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돌입하였다.
달리 말해, 이제 탈냉전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 본토는 (핵)전쟁지역이 될 수 없으며, 중동-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이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제일 높은 지역으로 부상하였다는 뜻이었다. (물론 미국 핵전략 상에서 전쟁지역(theater)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다. 미국은 소련-미국 본토를 서로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럽 또는 동아시아 지역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유럽 또는 동아시아지역이 그 전장이 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미국-일본-한국-대만을 한 묶음으로 하는 汎지역적 미사일방어망 네트워크로서의 TMD 구상이 본격화되었다.

지상배치레이더 기지 건설장면
한편, 미 국방부는 미국 본토에 대한 핵미사일 공격 위협이 단시일 내에 현실화되리라 예상하지는 않지만, 불확실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NMD 개발에 관해서는 ‘기술적인 준비태세’를 갖추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파로서의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미 의회는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방어망 즉 NMD 프로그램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1995년 클린턴 대통령은 의회가 제출한 “2003년까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했지만, 대통령선거 재선을 앞두고, 결국 1996년 4월 NMD 체계의 개발 및 배치를 수용하게 되었다. 즉 2000년까지 3년 내에 최초의 NMD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술적 가능성이 검증된다면, 그 뒤 3년 내에 1단계 배치를 완료한다는 <3+3 계획>이 입안되었다. 이에 따라 1996년 4월 미 국방부는 ‘기술적인 준비태세’에서 ‘배치 준비태세’로의 격상을 승인하였다.
결국 1996년을 기점으로 하여, NMD와 TMD를 두 축으로 하는 탄도미사일방어망(BMD, Ballistic Missile Defence) 구축계획이 완벽하게 부활하게 된 것이다. 특히 그 시점에서 NMD 및 동아시아 TMD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을 비롯한 몇몇 제3세계 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재평가하는 각종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1998년 8월 북한의 발사체(인공위성) 실험은 그 강력한 계기가 된 바, 북한이 애초 예상보다 빨리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된 것이다. (럼스펠드, 아미티지 등 당시 보고서 발표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현재 부시정부의 안보․외교 분야의 고위 관리로 자리를 잡고 있다.)

NMD 체계가 부딪힌 현실적 장애들

요격체 내부에 탑재되는 파괴체(Kill Vehicle)
하지만 NMD 계획이 강행되면서, 미국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NMD 체계를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액수의 국방 예산이 문제이다. 2000년 4월 미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에 따르면, 2015년까지 3단계로 구성된 NMD 체계를 배치 완료하는 데에는 최소한 600억 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1달러를 1300원으로 잡으면 약 80조원).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에 통용되는 전통적인 방식, 즉 ‘일단 들이밀고 보기’ 식이라면 앞으로 실제 비용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또 하나 현실적인 이유는 미사일 요격 실험의 거듭된 실패이다. 실전 배치 결정과 관련된 1999~2000년 기간의 몇 차례의 미사일 요격 실험은 큰 관심을 모았다. (한 차례의 실험에만도 무려 1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일부에서 예견한 바대로, 실험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01년 1월의 2차 실험은 시속 25,000㎞로 돌진해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태평양 카와잘렌 섬의 요격통제본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적’ 미사일을 20km 앞둔 시점에서(요격 6초전) 열감지장치가 오작동하고 말았다. 2000년 7월의 3차 실험의 경우에는 요격탄두가 아예 로켓에서 분리조차 되지 않았다.

이처럼 3차 요격실험마저 실패로 끝난 후, 당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미국정부는 위협, 기술, 비용, 미국 안보에 끼칠 영향 등 네가지 판단기준에 따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진 못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시급히 NMD를 배치해야 할 정도로 ‘악당국가’들의 (핵)탄도미사일 공격능력 보유가 임박했는가. 둘째, NMD의 기술적 난제들이 해결되었는가. 셋째, NMD 배치에 투여될 막대한 비용 보다 더 적은 돈으로 악당국가들의 미사일 공격 능력 보유를 막을 수 있는 다른 (외교적) 방법은 없는가. 넷째, NMD 배치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은 존재하는가? 등이 그것이었다.

NMD 실전 배치의 판단 기준들

이 각각에 대해 미국 내의 NMD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이른바 ‘악당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의 위협은 지금까지 크게 과장되었다. 설사 특정 국가가 초보적인 수준의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1~2개의 미사일 공격에 의한 피해를 마치 과거 냉전시기 소련과의 핵 대결 당시의 위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주하도록 암시하는 것은 명백히 그릇되었다. (냉전시기에 처한 핵전쟁의 위험은 북반구의 모든 인류의 절멸과 핵겨울을 초래할 수준이었다.) 설령 특정 국가가 초보적인 수준의 핵공격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물을 제대로 파괴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미국이 충분히 보복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은 결정적인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미사일 위협은 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둘째, NMD는 비싼 고물덩어리일 뿐이다. 실제 미국 국방부가 위촉한 특별위원회도 NMD 계획이, 진짜 미사일과 레이더 교란용 물체간의 식별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워싱턴포스트, 2000.6.18). 또한 미사일 요격 실험들은 실전 상황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주간 타임 2000.7.3). 예컨대 NMD 운영요원들이 요격대상 미사일의 발사와 출처, 성능에 관한 정보를 먼저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에서 실험이 실시되었고, 또한 NMD 방어 개념에는 내습하는 적 미사일이 10여기로 설정돼 있으나 시험발사는 1기의 미사일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목표 미사일의 비행속도도 실전 보다 느리게 설정되었다.
덧붙여, 우여곡절 끝에 NMD 체계가 개발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능가하는 미사일 개발은 훨씬 더 기술적으로 용이하며, 비용도 훨씬 더 적게 소요될 것이다.

셋째, NMD 개발 노력은 중동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을 상대화시킨다. 이는 오히려 NMD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지역의 긴장을 유지하도록 미국의 대외정책을 역규정하고 있다. NMD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보다, 더 직접적으로 각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외교적 수단들이 강구될 수 있다.

넷째, 미국의 NMD 개발 노력은 어떤 궤변에도 불구하고 1972년 소련과 체결된 방공망제한협정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실전 배치될 NMD 체계에 상응하거나 혹은 능가하도록 대륙간 핵탄도미사일 보유량을 유지하거나 그 능력 개량에 나설 것이다. 이는 냉전 이후 세계적인 핵감축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NMD․TMD 체계와 핵전쟁의 미래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적 장애들과 미국 내의 반대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가 NMD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현실적으로 엄존하는 최첨단 군수산업체들의 이해관계와 강력한 로비 활동, 정치계-군부-군수산업체-군사기술연구소-군사전략연구소-대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맥은 매우 핵심적인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퇴역하는 고위군인들은 종종 군수산업체의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겨 고액의 연봉을 받고 고급 로비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발전에 내재되어 있는 끊임없는 자기완성과 진화의 논리라는 것에도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
외부로부터 미국 본토에 가해질 수 있는 핵공격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망 구축 계획은, 미국 자신이 세계 최강의 핵강국으로 부상한 바로 그 시점부터 미국 군부의 최고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세계 최강의 핵보유 국가이지만. 핵무기의 절대적 파괴력을 고려할 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완벽한 對핵무기 방어능력을 보유할 때 비로소 자신의 핵전략이 완성된다는 논리를 좇아 왔다. 물론 최근 NMD․TMD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능력에 대한 집착이 새삼 문제시되고 있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미국은 미사일방어망 개발에 골몰하여 왔다. 1960~70년대의 핵무기를 이용한 핵무기 요격 시스템 개발(Nike 계획), 1980년대 非핵파괴 방식으로 전폭적 방향전환을 긴한 SDI 구상(레이저 빔, 레일건, 미사일 충돌 요격) 등의 지속된 노력의 결과가 단편적으로 드러난 게 현재의 NMD․TMD 체계이다. (현재 레이저 빔을 이용한 요격 기술도 계속 실험중에 있다.)
따라서 현재 NMD․TMD가 순전히 방어수단이라는 미국 정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승리하는 핵전쟁’이라는 공격적인 핵전략의 일부로서 계획되고 추진된 것이라는 사실은 은폐될 수 없다. 그러한 선전은 미국의 실제 의도가 선제 핵공격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또한 핵무기의 실질적인 감축 없이도 세계의 군사적 균형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만을 유포한다는 점에서 볼 때 극히 유해한 주장인 셈이다.

NMD․TMD, 한반도 평화의 가장 완벽한 위험?

마지막으로 미국 내 반대 여론들이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맹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악당국가들의 핵공격 위협’이라는 전제를 아무런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 한반도를 비추어 보았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반도에 과거 수십년 동안 수백 내지 수천 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었고, 또 현재에도 동북아 군사기지 배치되어 있는 핵무기를 통해 유사시 대북 ‘핵선제공격’ 옵션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역사적 존재 의미는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NMD․TMD개발 계획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직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북한이 ‘악당국가’라는 인식을 심화시킴으로써, 대북 대결정책을 부추길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TMD 구상은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기존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가일층 높일 것이다. 미국이 개발하는 TMD 관련 시스템(패트리어트 미사일, 이지스함)을 도입할 때 소요되는 국방비도 막대한 규모가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김대중정부는 미국의 NMD․TMD 구상을 소극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미국이 규정하는 정책적 틀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는 ABM조약을 둘러싼 한러 공동성명 해프닝을 통해 극적으로 드러났다.)

어떤 특정한 국가가 완벽한 방어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그 국가는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공격의 유혹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주변국가들은 방어망을 무너뜨리기 위한 신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군비증강이라는 회오리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세계최강의 핵강국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방어체계를 통해 핵전쟁전략을 완성하고자 하는 미국, 북한을 악당국가로 지목하면서 NMD․TMD를 가속화하려는 부시정부, 한미일 군사동맹과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핵선제공격 옵션,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는 것보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지형을 더욱 ‘완벽한’ 위협에 빠뜨리는 것은 아마도 당분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