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변화의 풍향-동아일보기획(1990) 이시우 2003/07/16 435
감군은 「기정사실」로(주한미군 변화의 풍향:1)
[동아일보] 1990-02-14 (정치/해설) 기획.연재 03면 3130자
◎경제력 상승 반미감정이 감축 재촉/방위비 분담 정도따라 철수폭 영향
1945년 9월8일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하지중장이 이끄는 미 육군 제24군단과 7함대 병력이 인천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 주한미군 역사는 올해로 45년.
그동안 일방적인 제1차 미군철군(49년) 닉슨독트린(69년) 카터 철군정책(77년) 등 네차례의 감군에 이어 주한미군은 이번에 다섯번째의 철군 논의에 휩싸였다. 감군을 앞두고 그 규모와 시기,철군에 따른 주한미군의 위상변화,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장래,남북한 관계변화및 한미동맹 안보체제의 변화 등을 체니 미국방장관의 내한을 계기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한미군의 감축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의 미 국방부와 서울의 국방부에서 동시에 발표된 「주한미공군 3개 기지폐쇄및 비전투 요원 2천명 철수」를 계기로 지난 2년 동안 추측이 무성했던 주한미군의 감군은 가시화됐다.
이와함께 체니 미국방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주한미군 감군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작전통제권 이양 등 주한미군의 위상변화에 관한 논의가 양국 국방당국간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의 감군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나 국방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및 군사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감군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한다.
약간씩 견해의 차는 있으나 대북한 억지전력으로 상징된 미육군 제2사단의 지상병력 일부가 빠르면 올해부터 철수를 시작,90년대 중반에는 주한미군의 위상이 크게 바뀌리라 예상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현재 북한에 대비한 전력지수상 5%의 전력(한국 독자적으로는 66%)을 보유하면서도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등 한국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감군정책이 추진되면 그 위상이 바뀌어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주한미군은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주한미군 철군문제는 철군정책의 배경이 어떠하든간에 북한의 남침위협에 직면한 채 「휴전」상태에 있는 한국의 장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며 미 일 중 소 4대 강국의 치열한 세력 각축장으로 남아 있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균형 유지에도 큰 변화를 줄 요소여서 당사자인 한국은 물론 북한과 주변국가들에 계속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내의 감군 철군 분위기는 어떠한가.
철군을 가장 강력히 주장했던 범퍼스 미 상원의원은 현재의 주한미군 병력은 지난 81년(3만8천명)보다 6천명이나 더 많은 것이므로 오는 9월부터 3년간에 걸쳐 1만명을 감축하고 4월 이전에 의회에 감축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주장은 한국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과 한국내의 반미감정에 자극받은 강경론.
칼 레빈의원(미 상원 재래식 병력및 공동방위 소위 위원장민주)은 지난해 2월 동서 긴장완화와 한국의 북방정책,미국의 경제력 약화 등을 이유로 △주한미 지상군 1개 여단만 주둔 △5년내 주한미군 1만명 수준으로 감축 △점진적으로 감축하다 북한의 신뢰조치 구축시에는 감축 가속화 △연합작전 지휘체제 재조정 등을 제안했다.
샘 넌 상원군사위원장(민주)과 존 워너의원(공화)이 내놓아 지난해 7월 상원 군사위에서 범퍼스 법안에 대한 수정안으로 가결된 「넌워너」안은 △주한미군 장래 5개년 계획보고 △주한미군 역할 변화 △주한미군 직접비 한국부담 증대 △작전통제권 변화 △동북아 신뢰구축 방안 등을 오는 4월1일까지 의회에 보고하고 올해안에 (11월 예정) 2차 보고토록 요구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포드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원 군사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으며 2년 이내 감군에 대한 공식계획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국무부의 던롭 전한국과장은 한국내 반미운동 확산및 세계적 긴장완화 추세 확산,용산 기지 이전문제 등과 연계해 부분적 감군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은 필수적이고 감군 실행 전에 연합방위체제의 운영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같은 여러 주장들을 종합하면 미국내에서도 행정부는 철군및 감군보다는 방위비 분담 증액에 관심을 갖는 데 반해 의회는 부분적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즉각 감군과 방위분담금 증액을 동시에 원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대한 한국의 입장은 과거 닉슨이나 카터 행정부의 철군논의 때 심한 동요나 불안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국방연구원의 차영구박사(선임연구원)는 국내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일부에서 철수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90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축소 실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및 용산기지 이전비용 부담 등으로 국민적 반감이 생겨나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려는 요구가 잠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부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한 국방정책고위 실무자는 『아직 지상군 감군에 대한 제안이 없지만 1개 여단 규모의 지상군 비전투 요원의 감축은 대북 억지전력에 차질을 주지 않으므로 수용할 수도 있다』는 말로 미2사단 병력의 일부감군을 한국측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국방부의 한 고위간부도 『미국측이 「감군 카드」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지만 현재 우리가 부담하는 액수도 적지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점차적으로 증액할 계획인 데도 무리하게 요구해오면 감군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과거의 「절대 감군 불가」라는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
현재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정부의 감군정책은 전략변화에 따른 유럽주둔 미군의 경우와는 달리 재정적자 누증에 따른 것으로 무리한 감군보다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돼 5천명 이내의 감군 정도로 일단락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주한미군이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wire)으로서의 역할과 동북아 전략에서 한반도 전쟁 재발시 중소의 개입을 제한하는 「전략적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2중적인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한미연합사령관인 루이스 메네트리대장은 지난 8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은 남북한간에 군축문제가 성과를 나타낼 때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내용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관점에서 서울대 하영선교수는 『미국의 재정난으로 제기된 이번의 1차 감군정책에는 우리측 대응이 너무 늦었지만 미소간의 신데탕트로 인한 전략변화로 또다시 제기될 2차 감군에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성하기자>
한미 방위비 분담 줄다리기(주한미군 변화의 풍향:2)
[동아일보] 1990-02-15 (정치/해설) 기획.연재 03면 371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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