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경비부대 화학물질 보유 논란-미디어오늘 이시우 2004/04/28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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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경비부대 화학물질 보유 논란
통일뉴스 “화학무기 보관 표식 발견” 주장…유엔사 “전혀 사실무근”

이수강 기자 sugang@mediatoday.co.kr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 캠프 보니파스 내 탄약고 건물에 유독성 화학물질 표식이 부착돼 있으며 이는 화학무기 보관을 시사하는 증거라는 주장이 한 인터넷신문에 의해 제기됐으나 유엔사측은 이를 일축했다.

인터넷신문 통일뉴스(www.tongilnews.com) 이시우 전문기자(사진작가)는 지난 24일 밤 <유엔사 경비대 캠프 보니파스 탄약고에 화학무기 보관 표식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앞서 21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 취재진의 일원으로 판문점과 용산 미군기지 등을 방문·취재한 이 기자는 기사에서 “유엔사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 남쪽 식당 건너편에 위치한 탄약고에 3가지 표식이 부착되어 있음을 발견했으며, 이를 판독한 결과 유독성 화학물질이 보관되어 있다는 표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이를 두고 “미군이 그동안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가 탄약고에 보관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1976년 판문점 미류나무 사건(일명 ‘도끼만행사건’) 당시 목숨을 잃은 보니파스 대위 이름을 딴 캠프 보니파스는 JSA를 관할하고 있는 부대로, 이 기자가 지목한 탄약고가 있는 곳은 JSA 자체 보다는 조금 남쪽으로 내려온 지역이다.

▲ 통일뉴스가 화학물질 보관 표식으로 지목한 문제의 표식. JSA 경비를 맡는 유엔사 캠프 보니파스 기지 내 탄약고 건물에 붙어있다. 왼쪽부터 표식①, 표식②, 표식 ③. 사진=통일뉴스 이시우 전문기자

해당 탄약고에 부착된 표식은 △팔각형 안에 숫자 ’1′자가 씌여진 표식(표식①) △노란색 보호복장을 착용한 요원 표식(표식②) △빨간색 원형 속의 금지 표식(표식 ③) 등 3가지이다. 이 기자는 ‘미군 폭발물교범 FM4-30.13′을 인용, 표식①은 “대량 폭발을 일으키는 폭발물이 보관되어 있으므로 화재시 소화 작업을 단념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표시”이며, 표식②는 “전신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보관되어 있다”, 표식③은 “물이 탄약 위에 쏟아지는 것을 금지한다, 즉 물접촉 금지 표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특히 “현재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와 한국군 기지의 대부분의 탄약고에는 전신방호복 표식(표식②)의 색깔이 흰색으로 돼 있는데 이곳은 노랑색”이라며 “빨간색, 노란색, 흰색 방호복 가운데, 노란색은 빨간색(샤린 가스와 신경 가스 등 가장 유독한 화학무기) 보다는 치사성이 떨어지지만 역시 생명에 치명적인 아담사이트 등이 포함된 화학무기를 나타낸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이는 ‘미 육군 탄약폭발물안전기준(Department of the Army Pamphlet 385-64)’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또 “캠프 보니파스 안에는 화생방 부서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외부의 화학공격에 대한 대비 뿐 아니라 부대 내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생방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부서”라며 “(이는) 화학무기 사고에 대처할 필요성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기자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대량살상무기(WMD), 특히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비무장지대의 관할권을 행사하는 유엔군사령부와 미군은 부대의 탄약고에 있는 화학무기에 대한 의혹부터 해소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유엔사 “탄약고 화재시 소방관 안전 위한 표식일 뿐”

이에 대해 유엔사와 주한미군측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유엔사측은 26일 통일뉴스에 이에 대한 해명을 전달했고, 통일뉴스는 유엔사측 구두해명을 기사로 재가공해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 공보담당은 “통일뉴스에 보도된 사진의 표식은 탄약고 화재 시 소방관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서 설치된 것”이라며 “화학무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가 촬영, 보도한 사진에 대해 이 관계자는 표식①의 경우 “소방관들로 하여금 화재현장에 도착했을 때 탄약이나 폭발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시설물에 들어있는 유해성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화학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노란색 보호복장 요원이 그려진 표식②에 대해서도 “소요 등을 진압할 때 쓰는 최루, 연기 등으로부터 나오는 물질과, 또는 저장된 물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폭발로부터 소방관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화학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표식③은 “화재를 진압할 때 물을 사용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반응을 표시하는 것으로 물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보니파스 내에 화생방 부서가 존재한다는 통일뉴스 보도에 대해 이 관계자는 “NBC(Nuclea, Biological, Chemical·화생방)부서는 어느 부대에나 있다. (이 부서는) 화생방훈련을 하기 때문에 가스 마스크를 지급한다든지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주한미군에는 화학부대도 있다. 이 부대는 화학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학전에 대비하는 부대로서 제독훈련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와 주한미군사령부 공보 업무를 겸하고 있는 김영규 공보관은 2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이라크 등 외국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해 온 나라로서, 주한미군은 화학무기를 보유할 수도 없고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며 “구체적인 표식 해석 문제는 우리 측이 통일뉴스에 해명한 그대로”라고 반박 내용을 재확인했다.

김 공보관은 이어 “통일뉴스 기사를 접하고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입장 전달을 위해 현지 부대(캠프 보니파스)로부터 해당 사진을 전달받고, 관련 규범과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또 탄약고 건물은 사진 촬영과 모사가 보안에 저촉되는 사항이라 통일뉴스에 건물 사진은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소속 기자 등 20여명은 지난 21일 판문점, 캠프 보니파스, 도라산역, 용산 미군기지 등을 방문, 취재했다. 이날 취재는 인터넷기자협회의 요청과 주한 미 대사관, 주한미군사령부의 협조로 이뤄졌으며, 주한미군 측은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부대 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시우 기자는 사진작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특히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 등 분단현장을 천착해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99년) <끝나지 않은 전쟁 대인지뢰>(99년) 등의 사진전을 열고 동명의 사진집도 낸 바 있다(홈페이지 www.siwoo.pe.kr).

입력 : 2004.04.27 18:43:39 / 수정 : 2004.04.27 19:4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