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의 위상과 존속 필요성 이시우 2004/07/04 171
유엔사의 위상과 존속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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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제기
금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만 52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의 무력침략을 물리치고 이 땅에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엔의 결의에 따라 구성된 ‘국제연합군사령부(이하 유엔사라 칭함)’가 창설된지도 52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러한 시기를 맞아 한반도에서 전쟁재발 방지와 안보와 관련한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이 땅에서 전쟁의 재발이 방지될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력에 의한 억제와 함께 1953년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의 역할에 기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엔사는 결정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유엔사는 1950년에 창설된 이래 1957년까지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비롯한 유엔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정전협정체제를 유지하고 관리 해왔으며, 1978년 이후 현재까지 정전협정체제의 유지 및 위기관리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한반도 안보유지와 전쟁억제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변함없이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유엔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가 하면, 그 위상과 기능 약화를 집요하게 기도해 왔다. 최근 우리사회의 일각에서도 유엔사의 존재와 기능, 그리고 위상에 대해 그릇된 인식과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정전협정체제는 왜 유지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은 왜 중요한가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을 게재하게 되었다.
□ 유엔사의 창설배경, 임무‧기능 및 법적 지위
<창설배경>
유엔사의 창설은 1950년 6월 27일 체결된 유엔안보리 결의 제1511호(유엔의 대북한 군사제재 결의)와 1950년 7월7일 유엔 안보리결의 제1588호(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에 근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511호는 북한군의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평화를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고 단정, 전쟁행위의 즉각적인 중지의 요구와 국제연합 회원국들이 이 지역에서 무력공격을 격퇴 및 국제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 1588호에서는 상기 결의 1511호 내용을 재확인하는 한편, 회원국들의 병력 및 기타 지원을 미국 주도하의 통합군사령부가 이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사령관의 임명과 유엔깃발의 사용권한을 부여하고, 동시에 유엔군사령부 지휘하에 취해지는 활동과정에 관하여 적절한 시기에 안보리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같은 결의에 따라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1950년 7월8일 맥아더 장군을 유엔군사령관에 임명하였고, 유엔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에서 사용된 유엔기를 미측에 이양하였으며, 7월14일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에 보내는 공한을 통해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하였다. 1950년 7월24일 동경에 유엔군사령부가 창설되었으며,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 1957년 7월1일 서울로 이동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까지도 유엔사의 후방기지는 일본에 잔류중)
<임무 및 기능>
유엔사에 주어진 임무는 ① 북한의 무력공격 격퇴 및 국제평화와 안전 회복(안보리결의 1511호와 1588호), ② 한국에서 통일, 독립, 민주정부 수립(총회결의 제376호, ‘50.10.7/유엔사의 제네바회담 보고서 9-10항, ’54.11.11), ③ 정전체제의 유지(정전협정, ‘53.7.27)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엔사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 한국방위에 관한 계획발전 및 유사시 대비 기능이다. 즉, 각 구성군사 계획을 발전시키는 기능인데 이는 1978년에 창설된 한미연합사에 이관되었다. 아울러 주일 유엔군기지의 유지 기능도 수행한다. 이는 한반도 유사시 후방지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피침시 제3의 유엔회원국 지원 수용태세의 유지 등의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둘째, 정전체제 유지를 통한 전쟁재발 방지기능이다. 정전협정 조항의 수정, 보완, 추가 등 협정의 관리와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전투부대의 작전통제, 그리고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북한과의 대화, 접촉유지 기능이다. 셋째, 상기 임무수행과 관련한 대 유엔 보고 및 건의이다. 이에 따라 유엔사는 유엔에 정기보고 및 필요시 수시보고, 그리고 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유엔사는 이같이 주어진 임무와 기능에 충실해 왔다. 특히 1990년대 북한의 노골적이고도 집요한 정전협정 무실화 기도 및 각종 도발 처리과정에서 유엔사는 적절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8년 6월에는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 창구를 개설하여 북한의 잠수함 침투(’98.6.22)사건을 비롯하여 서해 연평해전(’99.6)의 확전방지, 북방한계선(NLL)의 확고한 유지 의지 천명(’99.9.3) 등 정전협정의 준수 및 충돌의 확전 방지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평시에도 유엔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설치된 직통전화와 참모장교 및 비서장급 접촉 등 각종 대화채널을 가동하여 북측과의 의사소통을 유지하고 있는 바, 정전협정 유지기능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위기관리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 지위>
유엔사는, ① UN안보리가 창설한 UN의 보조기관인 동시에 한국전쟁의 수행자이며, ② 유엔군사령관은 정전협정의 체결권자이고, ③ 정전협정의 준수 및 집행을 책임지는 UN의 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법적 지위는 체결당시 부여한 임무가 종료되었다고 판단될 때, 지위를 부여한 기관의 결의에 의해 변경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고 현재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된 이후, 유엔안보리의 결의절차를 거쳐 그 위상과 지위가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 및 저의 분석
<북한의 유엔사 위상 약화 기도>
그러나 북한은 유엔사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종국적으로는 해체하기 위하여 조직적이고도 집요한 기도를 지속해 왔다. 북한은 유엔사라는 존재가 북한의 대남무력침공을 결정적으로 방해하여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도록 한 조직이라는 기본인식을 가지고 있는바, 이같은 유엔사가 반가운 존재일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유엔사의 위상 약화를 위해 한편으로 정전협정체제를 무실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북간 평화협정의 체결을 주장하는 등의 기도를 병행하고 있다.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노골적인 시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월남이 공산화되자 이에 고무된 북한은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1975년에는 유엔에 유엔사 해체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당시 우리측도 유엔사 존속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북한이 주장한 논리는 “유엔사는 단지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엔총회는 유엔사 해체 결의안과 존속 결의안을 동시에 통과시킨 진기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1990년대는 북한이 군정위, 중감위 등 정전협정체제 무실화를 노골적으로 기도해 온 시기이다. 1991년 군정위 유엔군측 수석대표에 한국군 장성이 임명된 후 동 회의를 거부해 오던 북한이 1995년 3월 돌연 미‧북간 장성급회담을 요구하였다. 유엔사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1998년 2월 유엔사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을 제의하자 유엔사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북한은 1998년 6월 이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동 회담은 1998년 6월 이후 2000년 1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개최된 바 있으며, 정전협정 유지 준수 및 위기관리 채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해오고 있다.
장성급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1999년 2월(4차회담), “유엔사라는 것은 법적으로 성립이 안되며, 남한에 주둔하는 군대는 미군일 뿐, 유엔군은 아니다.” 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저하 시키려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특히 1999년 6월 연평해전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문제는 정전협정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실질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간의 실무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해상군사분계선 문제는 정전협정문제라고 하면서 정전협정 일방인 유엔사를 무시하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에서 발굴된 한국전 당시 미군유해는 1990년대 내내 정전협정추가합의에 의거하여 판문점에서 유엔사를 통해 송환해 왔다. 그러나 1998년 5월이후 북한측은 돌연 이같은 관례를 깨고 “미군유해 문제는 유엔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유엔사의 개입과 판문점 송환을 거부”하였다. 동년 12월의 뉴욕 미‧북 유해협상에서는 북한에서 발굴한 미군유해의 송환 방식에 대해 「새로운 절차」로 변경할 것을 제기하였고, 1999년 5월 1차 발굴한 미군유해의 유엔사 송환 거부입장을 표명하였으며, 급기야는 6월18일 2차발굴 미군유해의 유엔사 송환 거부와 함께 새로운 송환절차 선택을 요구하면서 미‧북 유해공동발굴작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다.
북한은 2-3년 주기로 「유엔사 해체주장 관련 서한」을 유엔에 발송하여 왔다. 이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위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UN안보리는 지금까지 이 서한에 대해 「불검토 방침」하에 무시하여 왔다.
<북한의 저의>
이와같이 북한이 유엔사의 위상을 약화하고 나아가 유엔사의 해체를 기도하는 근본적인 저의는 북한의 대남적화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북간의 직접접촉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유엔사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와 유엔사는 한반도의 군사문제 논의를 위한 미‧북간 직접접촉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즉 현재 유지되고 있는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문제를 비롯하여 군사문제를 미국과 직접 협상하기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유엔사와의 접촉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둘째는 정전협정의 일방인 유엔사의 위상이 약화될 때 비로소 정전협정체제가 무실화되고, 나아가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셋째는 유엔사의 위상 약화와 해체, 미‧북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이 상실되고 결국 그들이 노리는 주한미군의 철수, 나아가 무력에 의한 대남 적화전략 목표 달성의 호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정전협정 유지 및 유엔사 위상관련 우리의 입장
정전협정 유지 및 유엔사 위상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시까지는 현 정전협정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제62항에는 “본 정전협정은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 까지는 효력을 유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에서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정전협정 체제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는 물론 유엔사와 북한군이 직접합의하여 가동되고 있는 판문점 장성급회담의 정상적인 가동에 북측은 적극 호응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주장하는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일은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남북한간의 일이다. 그러나 제반상황을 감안하여 우리는 정전협정 관련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남북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개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불합리한 요구를 중단하고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을 위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 정전협정체제가 유지되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상태가 구축될 때 까지는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전협정과 이를 유지‧관리해 온 유엔사는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억제하고 무력충돌의 확전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법적,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임무를 유엔사에 부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반도에서는 불안정한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가 왜 창설되었는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이 유엔사의 해체를 원한다면 이 땅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을 위한 우리의 제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같은 우리의 입장에 유엔사와 미국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의 미․북간 직접 송환문제를 보면서 미국이 내심 유엔사의 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성급히 추측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송환방법의 변경과 유엔사의 위상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미국 정부도 명백히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 맺음말
현재 유엔군사령관은 한‧미 연합군사령관의 임무를 겸임하면서 정전협정의 유지 및 위기관리의 중임을 맡고 있다. 아울러 연합군사령부의 참모들은 유엔사의 참모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사는 전쟁억제의 역할과 평화안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판문점 장성급회담 유엔사측 대표에는 한국과 미국, 영국군과 나머지 참전국 대표들이 교대하여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들은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엔사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그 호응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엔사는 그 동안의 역할 뿐 아니라 법적인 근거와 상징성을 감안할 때, 우리 안보에 있어 아직도 한 축으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와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가 유지되는 한 유엔사는 확고히 유지될 것이다. 북한이 무모한 환상인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하고 호전적이고 대결적인 대남태도를 버린다면, 북한이 불필요한 기도를 하지 않아도 유엔사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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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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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pis.go.kr/mndweb/daily/2000/01/0116-13.htm
사관생도 강인한 군인정신 함양
유엔사의 위상과 존속 필요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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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 및 저의 분석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
그러나 북한은 유엔사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종국적으로는 해체하기 위하여 조직적이고도 집요한 기도를 지속해 왔다. 북한은 유엔사라는 존재가 북한의 대남무력침공을 결정적으로 방해하여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한 조직이라는 기본인식을 가지고 있는 바, 이같은 유엔사가 반가운 존재일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유엔사의 위상약화를 위해 한편으로 정전협정체제를 무실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북간 평화협정의 체결을 주장하는 등의 기도를 병행하고 있다.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노골적인 시도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월남이 공산화되자 이에 고무된 북한은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1975년에는 유엔에 유엔사 해체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당시 우리측도 유엔사 존속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북한이 주장한 논리는 “유엔사는 단지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엔총회는 유엔사 해체 결의안과 존속 결의안을 동시에 통과시킨 진기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1990년대는 북한이 군정위, 중감위 등 정전협정체제 무실화를 노골적으로 기도해 온 시기이다. 1991년 군정위 유엔군측 수석대표에 한국군 장성이 임명된 후 동 회의를 거부해 오던 북한이 1995년 3월 돌연 미·북간 장성급회담을 요구하였다. 유엔사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1998년 2월 유엔사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을 제의하자 유엔사의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북한은 1998년 6월 이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동 회담은 1998년 6월 이후 1999년 9월까지 11차례에 걸쳐 개최된 바 있으며, 정전협정 유지 준수 및 위기관리 채널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해오고 있다.
장성급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1999년 2월(4차회담) “유엔사라는 것은 법적으로 성립이 안되며, 남한에 주둔하는 군대는 미군일 뿐 유엔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저하시키려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특히 지난해 6월 연평해전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문제는 정전협정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실질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간의 실무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해상군사분계선 문제는 정전협정문제라고 하면서 정전협정 일방인 유엔사를 무시하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에서 발굴된 한국전 당시 미군유해는 1990년대 내내 정전협정 추가합의에 의거하여 판문점에서 유엔사를 통해 송환해 왔다. 그러나 1998년 5월 이후 북한측은 돌연 이같은 관례를 깨고 “미군유해 문제는 유엔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며 유엔사의 개입과 판문점 송환을 거부” 하였다. 동년 12월의 뉴욕 미·북 유해협상에서는 북한에서 발굴한 미군유해의 송환 방식에 대해 `새로운 절차’로 변경할 것을 제기하였고, 1999년 5월 1차 발굴한 미군유해의 유엔사 송환 거부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급기야는 6월18일 2차 발굴 미군유해의 유엔사 송환 거부와 함께 새로운 송환절차 선택을 요구하면서 미·북 유해공동발굴작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다.
북한은 2~3년 주기로 `유엔사 해체주장 관련 서한’을 유엔에 발송하여 왔다. 이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위한 전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지금까지 이 서한에 대해 `불검토 방침’하에 무시하여 왔다.
북한의 저의
이와 같이 북한이 유엔사의 위상을 약화하고 나아가 유엔사의 해체를 기도하는 근본적인 저의는 북한의 대남적화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북간의 직접접촉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유엔사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와 유엔사는 한반도의 군사문제 논의를 위한 미·북간 직접접촉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즉 현재 유지되고 있는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장성급회담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문제를 비롯하여 군사문제를 미국과 직접 협상하기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인 유엔사와의 접촉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둘째는 정전협정의 일방인 유엔사의 위상이 약화될 때 비로소 정전협정체제가 무실화되고, 나아가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셋째는 유엔사의 위상약화와 해체, 미·북간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이 상실되고 결국 그들이 노리는 주한미군의 철수, 나아가 무력에 의한 대남적화전략 목표 달성의 호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 유지 및 유엔사 위상관련 우리의 입장
정전협정 유지 및 유엔사 위상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시까지는 현 정전협정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전협정 제62항에는 “본 정전협정은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효력을 유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에서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정전협정체제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는 물론 유엔사와 북한군이 직접 합의하여 가동되고 있는 판문점 장성급회담의 정상적인 가동에 북측은 적극 호응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주장하는 미·북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일은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남북한간의 일이다. 그러나 제반상황을 감안하여 우리는 정전협정 관련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남북이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평화협정 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개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불합리한 요구를 중단하고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을 위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에 적극 호응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 정전협정체제가 유지되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상태가 구축될 때까지는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전협정과 이를 유지·관리해온 유엔사는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억제하고 무력충돌의 확전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법적·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임무를 유엔사에 부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반도에서는 불안정한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가 왜 창설되었는가? 그 이유는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이 유엔사의 해체를 원한다면 이 땅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공고한 평화상태 구축을 위한 우리의 제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같은 우리의 입장에 유엔사와 미국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의 미·북간 직접 송환문제를 보면서 미국이 내심 유엔사의 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성급히 추측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송환방법의 변경과 유엔사의 위상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미국 정부도 명백히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맺음말
현재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임무를 겸임하면서 정전협정의 유지 및 위기관리의 중임을 맡고 있다. 아울러 연합군사령부의 참모들은 유엔사의 참모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사는 전쟁억제의 역할과 평화안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판문점 장성급회담 유엔사측 대표에는 한국과 미국, 영국군과 나머지 참전국 대표들이 교대하여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들은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유엔사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그 호응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엔사는 그동안의 역할 뿐 아니라 법적인 근거와 상징성을 감안할 때 우리 안보에 있어 아직도 한 축으로서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유엔사 위상약화 기도와 주장에 현혹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정전협정체제가 유지되는 한 유엔사는 확고히 유지될 것이다. 북한이 무모한 환상인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하고 호전적이고 대결적인 대남태도를 버린다면 북한이 불필요한 기도를 하지 않아도 유엔사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