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이시우씨 ‘유엔사해체 걷기명상’ 6일째-통일뉴스 이시우 2004/06/26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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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휩쓸고 간 자리를 그가 걷고 있었다
<동행취재>이시우씨 ‘유엔사해체 걷기명상’ 6일째

[통일뉴스] 오인환 기자 2004-06-25 오후 6:27:44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 6일째 ‘유엔사해체 걷기명상’을
벌이고 있는 이시우씨를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6.25한국전쟁이 발발한 25일, 기자는 지난 20일부터 ‘유엔사 해체’를 내걸고 걷기명상에 나선 사진작가 겸 평화운동가 이시우씨를 만나러 문산으로 갔다.

휴대폰도 시계도 휴대하지 않은 그를 만나기는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그가 걸어 온 전화로 점심시간에 맞춰 문산으로 차를 몰았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의 음식점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그는 깜박 잠에 들어 있었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건강은 어떤지, 잠자리는 괜찮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나누었다.

벌써 6일째, 강화에서 시작한 걷기명상은 김포, 일산, 문산을 거쳐 오늘은 연천까지 걷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매일 약 40km 정도를 쉼 없이 걸어왔다. 지금까지는 계획했던 데로 진행되고 있고 주말에는 철원에 도착하게 될 것 같다고 그는 편하게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와 함께 걸었다.

걷기 시작한 마을은 예전에 기지촌이 있던 장파리라는 곳이다.

▶파주 파평면 장파리에서 오후 명상을 시작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아직도 마을 곳곳에는 미군의 흔적, 기지촌의 남은 모습들이 있다. 미군들이 쓰던 창고, 너무나 허름해 보이는 집인데도 어설프게 쓴 ‘HOTEL’이라는 표시는 이곳 촌 구석에도 미군들을 위해 우리들이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미군들이 떠나고 기지촌이 없어지면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생업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였다. 너무나 작은 마을에 오래된 교회와 성당이 제법 크게 서 있는 것도, 담벼락에 영어로 쓰여진 글씨들도 모두 다 미군들이 지나간 흔적이었다.

▶이씨가 직접 먹물로 적은 글귀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번져가고 있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그 자리에 이시우씨가 걷기명상을 하고 있다. 앞으로 3개월간 그럴 것이다. ‘유엔사 해체’라는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이씨는 3개월에 걸친 3,000km 걷기명상 동안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묻지 않으려 했고, 그가 걷는 동안은 집중해서 명상을 하기에, 가능하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농담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걸었지만 그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을 때 집중한다. 이런 것이 걷기명상인가 보다.

한참을 걷다보니 한적한 시골마을 길이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잡음도 별로 없는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낮이 아니라 밤이라면, 가로등도 없이 달빛이 훤히 비춰주는 조용한 시골길이라면… 갑자기 그가 부러워졌다. 한편으로 그는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후배들이 찾아와서 “좋은 공기마시며, 지역 음식 먹고, 별빛 맞으며 잠자는 웰빙”이라고 이야기 했다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편으로 그가 부러웠다.

▶이씨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유엔사’라는 말을 군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걷기명상을 하고 있는 중 군용 차량이 지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텐트와 책, 옷가지 등이 들어있는 베낭. 눈으로도 무거워 보인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그러나 이것도 잠시, 조금 더 걸으니 미군부대가 나온다. 효순이, 미선이 죽인 장갑차들이 훈련하는 곳이란다. “그래! 휴전선 가까운 이곳이 그렇지, 잠시의 평화로운 마을도 미군 옆에 있는 마을일 수 밖에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흔하디 흔한 휴대전화도 이씨에겐
불편한 존재. 기자의 전화를 잠시 빌려 쓰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걷다보면 사람이 단순해 지고, 어쩌면 착해지고 순수해 지는 것 같다. 출발 전 사진으로 본 그의 모습보다 한결 더 밝아진 그의 웃음을 볼 수 있었다.

함께 걷기를 마치고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같이 쪼그리고 앉았다. 피로회복제 한 병과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그래도 아쉬워 인터뷰를 시도해 봤다.

“걷기명상 6일째인데 어떻습니까? 뭔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웃으면서 답했다.
“없어요.”

그렇다. 그가 보내오는 글에 다 있는데…무엇을 더 물어 보겠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발을 주무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