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DR분석 이시우 2004/11/26 264

부시행정부의 “4년주기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보고서 분석

대령 박 휘 락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목 차

Ⅰ. 서 론
Ⅱ. 미 국방정책 재검토 경과
Ⅲ.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
Ⅳ.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의 분석
Ⅴ. 결 론

Ⅰ. 서 론

미국방부는 항공기 테러에 의하여 국가 전체가 혼란에 휩싸인 와중에서도 계획대로 2001년 9월 30일 “4년주기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 QDR)” 보고서를 의회에 보고하였다.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국방의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향후 국방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QDR에 높은 관심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미국이 “Win-Win” 개념에 입각한 2MTW(Major Theater of War) 전략을 핵심내용으로 하여 최초의 QDR을 발간했을 때도 그러하였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방향을 공식화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QDR 중에서도 한국이나 동북아에 대해서 평가하는 부분이 분석의 초점이 되었다.
금번의 QDR을 분석함에 있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우선, 금번 QDR에서는 한국을 비롯하여 어느 국가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지 않다. “위협중심 군사기획(threat-based military planning)”보다 “능력중심의 군사기획(capabilities-based military planning)”에 중점을 두어 금번 QDR이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번 QDR을 통해서는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정책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동시에, 금번 QDR은 미국 국방정책의 발전방향도 충분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에 비해서 검토시간이 제한되고 사전 검토를 통하여 확정된 내용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금번 QDR은 진행되고 있는 미국 국방정책 발전의 중간정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금번 QDR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부시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실시해온 전반적인 국방정책 재검토의 과정과 핵심내용들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금번 QDR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방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발간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금번 QDR 내용의 분석에는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 국방장관이 강조해 온 논리와 내용들이 중시될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국방정책의 재검토는 럼스펠드 장관이 주도하고 있고, 그의 주장이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선, 미국 국방정책 재검토에 관한 전체적인 이해를 위하여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QDR이 발간되기 전까지 실시된 미 국방정책 재검토 경과를 간략하게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2001년 QDR에 포함된 주요 내용들을 요약하되, 97년 QDR과의 비교를 추가함으로써 이해를 용이하게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금번 QDR에 포함된 핵심 내용을, 금번 QDR의 내용뿐만 아니라 기타 가용한 자료의 내용도 추가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그래야 미국의 국방정책 발전방향이 다소 명확하게 식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Ⅱ. 미 국방정책의 재검토 경과

1. 광범한 의견 수렴

미국의 국방정책 재검토에는 그 동안 제기되어왔던 연구자 및 군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연구결과가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서는 마샬(Andrew Marshall) 순수소요평가국장(Director of Net Assessment)을 중심으로 한 군사혁신 주창자들이 그 동안 연구해온 결과들을 신임장관에게 제시했고, 그들의 독주에 대한 불평이 일어날 정도로 그들의 의견이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 미사일 방어의 경우에도 상당한 기초연구가 진행된 상태였다. 럼스펠드 자신이 그러한 문제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이끌면서 보고서를 작성한 바가 있고, 클린턴 행정부 기간에도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위한 원칙적인 방향은 정립된 상태였으며, 몇 가지 결정만 연기했을 뿐이었다. 미래를 대비하여 미군을 변혁(transformation) 한다는 사항에 관해서도 이미 미군은 “Joint Vision 2010″, “Joint Vision 2020″ 등을 통하여 그 추진방향을 계속적으로 탐구하고 있었다. 국방업무의 개혁필요성도 마찬가지이다.

금번 미 국방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부상한 2MTW 전략에 관해서도 그 동안 상당한 비판과 문제점들이 제기되어 왔고, 이에 대한 금번의 재검토는 이러한 비판들이 반영된 결과이다.
예를 들면, 2MTW 비판자들은, 기존의 2MTW 전략은 2개의 주요 전장에서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구비하는 것만을 군사력 건설의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군사력 건설의 기준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하여 왔다. 또, 상이한 2개의 전장에 대하여 유사한 형태와 숫자의 군사력 규모를 상정한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동안 2MTW 전략 수행을 위한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 실패함에 따라 전략과 능력 사이의 괴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2MTW 전략의 대상인 이라크와 북한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감소되어 목표 군사력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넷째는, 2개의 전장 시나리오에만 집착한 나머지 다른 위협들에 대처할 수 있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대응태세를 등한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스스로도 조야의 광범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럼스펠드 장관은 취임함과 동시에 국방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방부 내의 민간관료, 예비역 군인, 기타 민간인 등으로 다수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미사일 방어 문제, 우주 문제, 변혁에 관한 사항, 재래식 전력에 관한 사항, 사기와 생활의 질에 관한 사항 등 다양한 개별 주제들에 대하여 독자적인 검토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소외된 현역들로부터 다소간 반발도 있었으나, 이들을 통하여 국방의 모든 분야에 대한 순수하고 독자적인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도였다. 몇몇 위원회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국방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성격이었다. 실제로 이들의 연구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럼스펠드 장관의 시각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리를 제공했다고 판단된다.

럼스펠드 장관은 민간인과 장관실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검토가 완료된 후에 국방수뇌부들과의 집중적인 토의를 통하여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QDR을 포함하여 새로운 국방정책 방향을 정립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합참의장, 합참차장, 각군 참모총장, 몇몇 사령관, 고위 민간인관료들이, 참모를 대동하지 않은 채, 매일 2-3시간씩, 주말도 포함하여, 총 20-25시간을 토론하였다고 럼스펠드 장관은 술회하고 있다. 월포위츠는 8월 16일 “국방기획지침(Defense Planning Guidance)”에 관하여 브리핑하면서, 이번과 같은 고위인사간의 긴밀한 상호행동(high-level interaction)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이외에도 럼스펠드 장관은 국방정책 재검토 상황 및 방향에 대하여 수시로 의회에 보고를 하고,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했으며, 실무자들과의 간담회도 실시하였다. 필요시에는 동맹국들과도 협의를 실시하였다.

2.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독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정책은 럼스펠드 장관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국방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새로운 발전방향 정립에 노력하였다. 부시대통령은 럼스펠드 장관에게 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시대통령은 럼스펠드 국방장관 취임시에 “미국 국민과 군인들간의 신뢰의 유대 강화…미사일의 위협, 정보전, 화생방 무기의 위협 증대로부터 국민과 동맹국의 방어…혁명적인 새로운 기술을 최대로 활용하는 미래군 창조의 시작”을 주문하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은 제시하지 않았다.

2001년 5월 25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대통령의 획기적인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고되었지만, 이 연설에서는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차원에서 제기되어 온 일반적인 군사력 발전의 방향만이 강조되었을 뿐이다. 대신에 럼스펠드 장관은 역대 장관보다 열정적으로 국방정책 전반의 재검토와 변화를 모색하였는데, 예를 들면, 국방업무의 개혁을 강조한 9월 10일 연설에서는 당나귀를 몰고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솝우화를 예로 들면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국방정책 재검토를 독려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발전방향도 적극적으로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미사일 방어망 추진에 필요한 우방국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하여 기존의 국가미사일방어(NMD)와 전역미사일 방어(TMD)를 미사일방어(MD)로 통합한 것, 2MTW전략의 변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1개의 전장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하면서(win decively) 다른 전장에서 적을 패배시키는(defeat) 개념, 미래 위협의 불확실성에 기초한 능력중심의 미래 대비, 국방업무의 개혁 등 핵심적인 내용들은 주로 럼스펠드의 증언이나 연설에 의해 제시되었다.

럼스펠드 장관의 국방정책 방향을 가장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2001년 6월 21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그가 실시한 증언이다. 이 증언은 사전에 준비된 형태로 기록되어 있고, 동일한 내용이 며칠 후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그대로 발표되었으며, 이후 럼스펠드와 다른 국방관리들은 이에 근거하여 그들의 국방정책 발전 방향을 토의하거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국방정책 발전방향에 관한 중요한 기록물 중의 하나이다. 동 증언에서 럼스펠드 장관은 특히 미래위협의 불확실성과 능력중심의 미래대비가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미래위협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한 뒤, 예측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 외에 미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강조하고, 그렇기 때문에 능력중심의 군사기획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직면하게 될 새롭고 다른 위협에 대하여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지속할 수가 없고, 특히 그러한 위협들이 나타났을 때 대비를 시작해서는 이미 늦다고 강조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이 가장 강조한 사항은 미사일방어계획과 2MTW 전략의 변화이다. 우선 미사일 방어에 관하여 럼스펠드 장관은 지금과 같이 상호가 “의도적인 취약성(intentional vulnerability)”을 유지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하는, 소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에 의한 방식은 불량국가들이 핵무기를 확보하여 위협할 경우 국민들이 인질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 불량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만약 미국이 미사일 방어능력을 구비하지 못하면 불량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2MTW 전략에 관해서도 럼스펠드 장관은 이 전략으로 인하여 미국은 단기적이거나 제한적인 위협 대응에 필요한 군사력 보유를 목표로 삼게 되었고, 따라서 미래지향적 군사력 발전을 위한 노력은 경시되었다고 비판하고 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3. 국방기획지침(Defense Planning Guidance)

국방기획지침은 각 군(service)들의 5개년 국방계획(Five Year Defense Plan) 작성을 위해서 국방부에서 하달하는 지침으로서 매년 작성된다. 전략개념을 중심으로 작성하는(strategy-driven) QDR에 비해서 이는 예산의 가용성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여 작성되는(budget-driven) 성격의 문서이다. 다만 금년의 경우에는 시기적으로 QDR에 비해 한달 반 정도 먼저, 미 국방정책의 재검토의 기본 방향이 정립되어 가는 상황에서 작성되었던 관계로 그 의미가 증대되고, 실제로 미 국방부는 이 문서에 새로운 국방정책의 대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노력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서는 8월 17일 경에 국방장관에 의해 서명된 것으로 추정되나,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월포위츠(Paul Wolfwitz) 국방 부장관의 설명에 의하면, 동 문서는 지금까지 검토되어 왔던 국방정책의 핵심 내용들을 정리하여 공식화하고 있고, 동 문서에서 정리된 사항들이 QDR 작성의 기초로 작용한 것 같다. 예를 들면, 국방기획지침에서는 미군이 지향해나가야 할 변혁의 목표를 “작전기지를 보호하면서 화생방 무기 및 미사일 공격을 격퇴시키는 것, 미군의 접근에 대항하는 세력이 있거나 지역이 거부된 상황하에서 미군을 원거리에 투입하고 지속시키는 것, 장거리 정밀타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적의 근거지를 거부하는 것, 우주작전을 수행하는 것, 장거리 타격수단과 종심기동부대들 간의 연합/합동 차원의 상호운용성과 통합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사항들은 미국 군사력 변혁의 작전적 목표로 QDR에도 반영되어 있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국방기획지침을 설명하면서 이 문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국방기획지침의 내용을 “전략의 변화(a change in strategy)”에 해당된다고 평가하였다. 그에 의하면 금번의 국방기획지침은 첫째로, 기존에는 2MTW 전략의 수행에만 중점을 두어 군사력 규모를 판단했으나, 이제부터는 평화유지 작전 등 소규모 우발사태(small-scale contingency)와 미래군사력 건설을 위한 소요도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거에는 추상적으로 설정된 두 개의 주요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의 구비에만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부터는 억제를 위한 전방전개전력, 그리고 다른 하나의 전역에서 침략자를 격퇴시킬(defeat)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전역에서 결정적으로 승리(win decisively)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도록 개념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4. 2001년 9월 11일의 항공기 테러의 영향

9월 11일 감행된 미국에 대한 항공테러는,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동안 진행되던 미 국방정책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 같다. 테러공격에도 불구하고 QDR은, 테러에 관한 내용만 부분적으로 보강된 채로, 예정대로 의회에 제출되었다. 군 수뇌부의 경우에는 당분간 정책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현재는 구체적인 내용이 발전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무선에서는 발전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후 2주 정도가 지난 9월 25일에, 기자들로부터 미래지향적인 군대 발전의 계속 여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을 때도, 럼스펠드는 이에 대한 변함없는 추진을 공언하였다.

오히려 금번 사태는 미국의 새로운 정책방향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테러와의 전쟁에 의해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금번 사태가 삽시간에 초래한 국가적 손실을 고려하면 국방력 강화를 통한 예방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 테러 사건 직후 미의회가 국방예산을 오히려 증액하고 미사일 방어예산을 감축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하여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 그 예이다.
둘째는, 미래 위협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한 능력중심의 전력증강이 필요함을 증명하였다. 누구도 항공기에 의한 이와 같은 테러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량국가로부터의 미사일 위협 등 예상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위협의 대두 가능성을 부정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셋째는, 처음에는 미사일 방어에 중점을 두어 제기되기는 했지만, 미 본토방위의 필요성을 제기한 현 국방수뇌부의 판단이 적절하다는 것이 입증이 되었다. 테러에 의해 본토방위의 범위와 내용이 더욱 강화되었을 뿐이다. 럼스펠드 장관도 금번 테러사태를 통하여 본토방위와 테러리즘, 미사일, 대량살상무기 등의 비대칭적 위협(asymmetrical threats)을 강조해온 국방정책의 방향이 타당한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Ⅲ.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

1. 1997년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와의 비교

1997년 QDR과 2001년 QDR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목차와 포함하고 있는 내용 측면에서도 그러하고 지향하고 있는 방향에서도 그러하다. 비교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의 QDR을 참조점으로 삼아 비교를 함으로써 논점을 명료하게 하는 것도 이해의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비교하고자 한다.

2001년 QDR은 1997년 QDR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에 시급하게 작성되었다. 97년도 QDR의 작성에는 QDR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1996년 8월경부터 97년 QDR 작성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최소한 10개월 정도의 준비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2001년 QDR의 경우에는 새 행정부출범으로 인하여 각료와 고위관리들의 인선 자체도 늦었고, 럼스펠드 장관이 국방정책 재검토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바람에 QDR 작성을 위한 실제적인 시간은 매우 제한되었다. 내용상으로 볼 때도, 1997년의 경우에는 1991년의 “Base Force Review”, 1993년의 “Bottom-Up Review”, 1995년의 ”역할 및 임무위원회“의 연구 등 많은 기초작업이 선행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시중의 연구안 이외에는 정립된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광범한 변화를 시도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전에 결정되어진 내용들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금번 QDR은 전체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점이 있고, 미완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금번 QDR에서는 안보환경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의 위협중심 군사기획 방식이 초래한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미래 위협의 불확실성에 기초한 능력중심의 군사기획으로 변화시킨다는 새로운 시각에 바탕을 두고 금번 QDR이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97년 QDR에서는 2015년을 목표년도로 설정하여 그 동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안보요인을 분석하였고, 특히 이라크와 북한 등 국가명을 사용하여 위협의 성격과 심각성을 규정하는 등 미래의 위협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금번 QDR에서는 국가의 이름 자체가 전혀 언급이 되고 있지 않고 지역적인 분석도 대체적인 경향을 분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대신에 97년 QDR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기술함으로써 위협보다는 미국 자체의 입장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의 특정한 위협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경향에서 비롯된 또하나의 현상은 금번 QDR에서는 군사력 규모에 관한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7년 QDR에서는 현재와 미래에 달성해야 할 병력의 규모와 그를 위한 변화의 방향이 구체적인 숫자로 기술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현재대비와 미래대비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기조를 분명하게 선택한 상태에서, 전체 병력은 136만명, 육군은 10개 사단과 2개의 기병연대, 공군은 12개 현역비행단, 해군은 12개의 항모전단과 12개의 상륙준비단, 해병대는 3개 해병원정군 등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금번 QDR에서는 이러한 언급이 전혀 없다. “군사력기획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제목하에 미군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와 현재의 군사력 수준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금번 QDR에서는 방위전략의 핵심내용이 제외되어 있다. 제2절의 방위전략(Defense Strategy)에는 목표와 원칙만 제시되어 있을 뿐 그것을 달성하거나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개념은 언급되고 있지 않다. 97년 QDR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Shape(조성),” “Respond(대응),” “Prepare(준비)”는 대체되지 않은 채 그 내용을 기술하는 부분 자체를 삭제했다. 아직 새로운 방위전략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이고,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개념을 사용할 수도 없어서 기술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2. 2001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의 내용

2001년 QDR의 첫 번째 장은 “21세기 미국의 안보”이다. 이곳에서는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 미국의 이익과 목표, 그리고 변화된 안보환경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에서 미국은 “평화를 신장시키고(promote peace), 자유를 지속시키며(sustain freedom), 번영을 장려(encourage)한다”고 규정하고, “미국의 안보와 행동의 자유 확보, 국제적인 공약의 준수, 경제적 번영” 등을 미국의 이익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변화되는 안보환경에 관해서는, 지리적인 보호력이 감소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는 경쟁자가 없을 것이지만 “아시아는 대규모 군사적 경쟁(large-scale military competition)이 가능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점점 대두되고 있다”고 하여 중국에 대한 우려를 암시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국가들이 CBRNE(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 and enhanced high explosive) 무기들을 확보하려고 하고, 탄도탄능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패한 국가들의 존재, 테러리스트들의 군사력 보유, 분쟁지역의 확산을 우려하고 군사과학기술에 의한 안보불안을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미군이 안고 있는 취약점을 기술하고 이를 시정한 후에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도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금번 QDR에서는 미국 국방정책의 목표로서 “동맹 및 우방국을 확신시키고(assure), 장차의 군사적 경쟁자를 단념시키며(dissuade), 미국 이익에 대한 위협과 강요를 억제하고(deter), 억제 실패시 어느 적이든 결정적으로 격퇴한다(decisively defeat)”는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두 번째의 목표는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만 다른 국가가 아예 군사적으로 미국과 경쟁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으로서 전력증강 필요성의 논리를 제공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략적 원칙(Strategic Tenet)”으로서, “위험의 관리, 능력중심의 접근방식, 미국 방어와 미군사력의 투사, 동맹 및 협력관계의 강화, 유리한 지역적 균형의 유지, 광범한 군사능력들의 개발, 국방의 변혁”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현재위협 대처와 미래위협 대비간의 적절한 조화를 강조하는 위험의 관리, 미래 위협의 불확실성에 근거한 능력중심의 접근방식, 미국본토의 취약성을 강조한 미국 방어, 국방의 변혁 등은 럼스펠드 장관이 열정적으로 강조해오던 사항들이다.
금번 QDR에서는 “군사기획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in Force Planning)”라는 제목하에 2MTW 전략으로부터의 전환(shift)을 강조하고, 미국의 새로운 군사력 설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래의 미군은, “미국 방어, 주요지역에서의 침략과 강요에 대처하기 위한 전방 억제, 어느 한 분쟁에서는 체제변화나 점령의 가능성을 포함하여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이 보유하도록 하는 가운데 중복적으로 발생한 주요분쟁에서 침략을 신속히 격퇴, 제한된 숫자의 소규모 우발작전 수행” 등을 충족시킨다는 기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력 설정 기준을 위와 같이 변화시킴으로써, 미국 본토의 방위가 국방부의 우선적 임무가 되었고, 동북아와 서남아시아 지역의 대응에 적합한 군사력을 산정하던 방식에서부터 요구되는 모든 군사능력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으며, 위협중심의 현재 군사력을 미래 군사력으로 이행시키는 교량(a bridge)을 설치한 셈이고, 미군이 수행해야 하는 모든 임무들을 포괄할 수 있는 군사력 규모를 처음으로 설정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 미 군사력태세의 재조정”이라는 제목의 제4장에서는 미국 세계전략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군은 서구와 동북아시아에 치중하였으나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이 범세계적으로 분산됨에 따라서 이러한 태세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군기지의 부재로 인하여 분쟁지역에 접근하는 데 곤란함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증원만으로(only modest reinforcement) 적을 격퇴할 수 있도록 전방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기타 지원요소나 본토주둔 요소들이 통합작전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서구와 동북아시아 이외의 다른 지역에 추가적인 기지를 확보하고, 기지가 없는 국가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접근책이라도 마련하며, 지역적인 억제소요에 근거하여 병력과 장비를 재분배하고, 원거리에서 원정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수송능력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책으로서 육군에게는 IBCT(Interim Brigade Combat Team)의 전방전개를 가속화할 것, 해군에게는 서태평양에서의 항모활동을 증대시킬 것, 공군에게는 태평양, 인도양, 아라비아만에서의 우발적 기지사용계획을 발전시킬 것, 해병대에게는 사전배치장비(pre-positioned equipment)를 지중해에서 인도양과 아라비아만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발전시킬 것, 특전부대에게는 세계전역으로 배치를 확대하는 변화를 고려할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미래 군사력으로의 변혁에 관해서는, 국방부 장관과 부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군사력 변혁국장(Director, Force Transformation)” 직위의 신설과 군사력 변혁에 관한 일정표를 작성하여 추진할 것을 천명함과 동시에, 변혁의 6가지 작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주요 작전기지 보호와 CBRNE 무기 및 그 운반수단의 격퇴, 둘째, 적 공격으로부터의 정보체계 보호와 효과적인 정보작전 수행, 셋째, 접근이 거부된 상황에서의 미군의 원거리 투입 및 유지, 넷째, 다양한 수단을 통한 적의 근거지 거부, 다섯째, 우주체계 및 그 지원시설의 능력과 생존성 향상, 여섯째, 합동 C4ISR를 위한 정보기술과 혁신적 개념 발전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혁의 중심축(Transformation Pillars)”으로서 “합동작전의 강화, 변혁을 위한 실험, 정보적 이점의 확대, 변혁 지향적인 군사능력 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2001년 QDR에서는 이외에도, 재능있는 사람들을 군대에 충원 및 잔류시키는 문제, 국방성의 업무절차와 시설들을 현대화하는 문제 등 국방개혁에 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고, 임무수행요구와 병력들의 피로를 조화시켜나가야 한다는 병력관리의 위험, 다양한 임무수행 요구에 따른 운용상의 위험, 미래위협의 불확실성에 따른 미래도전들의 위험, 효율성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조직상의 위험들을 감소시키기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Ⅳ. “4년주기 국방검토 보고서”의 분석

1. 미래를 향한 변혁(transformation)

부시 행정부는 미국은 그동안 지나친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을 누려왔고, 미군은 “현실만족(complacency)”에 빠져 있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미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대의 끊임없는 변혁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위협이 눈앞에 대두되기 전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변혁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있지만, 변혁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고 직면하게 되는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번 QDR에서는 국방부 장관과 부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군사력 변혁국장” 직위를 신설하고, 군사력 변혁에 관한 일정표를 작성하여 추진할 것을 천명함과 동시에, 변혁의 6가지 작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럼스펠드는 지금이 미래대비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기업의 경우 최고의 위치를 장악하여 경쟁자가 없을 때 새로운 변혁을 시도해야 하는 것처럼, 경제적 및 정치적으로 튼튼하고 결정적인 안보위협이 없는 이때에 미군은 변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냉전이 종결된 이후 새로운 위협이 대두되고 있지 않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수십년 후에 직면하게 될 도전들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빠른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하면 지금 착수하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변혁이 완료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부분적인 변혁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제2차 대전시 전격전을 성공시킨 독일군의 경우에도 전체의 13%만 전격전 수행 부대로 발전되어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미래 대비를 위한 변혁의 방향을 정립함과 동시에 미군은 우선 현존 전력의 취약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1990년대에 평화배당금을 과잉 인출함으로써 발생한 피해를 먼저 고치지 않고는 21세기 군대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설낙후, 의료비, 국방운영 및 획득체계, 그리고 육‧해‧공‧해병대의 낙후상, 주택, 회계제도, 연구개발비, 신규획득 부진(procurement holiday) 등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보완을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2002년 수정예산안의 성격을 “오랫동안의 저예산과 과잉 사용으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는 것과, 21세기 군대로의 변혁노력을 위한 기초를 놓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 능력중심의 군사기획(capabilities-based military planning)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사항은 미래 위협 예측의 어려움과 위험성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미래의 위협에 대하여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항은, 그것은 우리가 현재 예측하는 것과 다를 것이라는 사실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6월 21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의 증언에서 미래위협 예측의 어려움에 대해서 자세한 예를 들어가면서 강조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1930년대 중반까지 10년 내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가정이었지만 1939년에 제2차 대전은 발생하였고, 소련과는 2차대전시 동맹국이었으나 전쟁 후에는 금방 적대국이 되어 5년 후에 한국에서 교전하게 되었으며, 1960년대 초까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베트남에서 1960년대 후반에는 전쟁을 하게 되었고,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었던 이란은 수년 후에는 반서구 혁명국가가 되었으며, 1989년 3월 Cheney 국방장관 인준청문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라크”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1년도 채 안되어 미국은 걸프전쟁에 돌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래 위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미래를 위한 군사기획은 능력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 럼스펠드의 주장이다. 동시에 과거의 접근방법은 위협중심이거나 시나리오 중심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QDR에는 미래 안보위협을 분석하는 내용이 극소화되었다. 럼스펠드 장관은 QDR의 서문에서 이러한 접근방법의 전환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국방정책) 재검토의 핵심적 목표는 과거의 사고를 지배해온 ‘위협중심’ 모델로부터 미래를 위한 ‘능력중심’의 모델로 방위기획의 근본을 전환하는 것이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미군은 과거처럼 서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있을 수 있는 두 개의 주요 분쟁을 가정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위협의 종류(예를 들면, 테러, 사이버 공격, 미국 군사력 투사에 대한 방해, 미사일 공격 등) 정도만 예측한 상황에서, 그러한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군이 구비해야 할 능력들을 열거하고 그러한 능력을 구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QDR에서는 미군이 구비해야 할 능력으로서, 주요 작전기지를 보호하고 CBRNE 무기 및 그 운반수단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 적 공격으로 정보체계를 보호하고 효과적인 정보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접근이 거부된 상황에서 미군을 원거리에 투입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적의 근거지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 우주체계 및 그 지원시설의 기능과 생존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합동 C4ISR를 위한 정보기술과 혁신적 개념 발전 능력 등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협중심의 군사기획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로부터의 전환을 강조하기 위하여, 원래가 불확실한 것이 미래의 위협인데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기존 방식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럼스펠드가 능력중심의 군사기획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가 지향하고 있는 바는 위협중심 접근방식과 능력중심 접근방법의 조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위협중심 기획으로는 단기적인 위협에 대처하고, 능력중심 접근방법을 증대시켜 파악이 쉽지 않은 장기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대로의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위협이 명확하게 드러날 경우에는 당연히 그러한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부의 군대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할 것이다.

3. 2MTW(Major Theater of War) 전략의 변화

럼스펠드는 기존의 2MTW 전략에 입각한 군사력 규모 설정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하였다. “2개의 주요 전쟁에 대비하는 접근방식은, 그 본질상, 군사기획을 단기에 중점을 두게 하고, 장기 위협 대비를 저해시킨다. 미래의 위협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그에 대해 기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로서 오늘날의 군사기획은, 진주만 공습시 어떤 학자가 말한 ‘기대의 빈곤(a poverty of expectation)’–즉 가능성이 있는 위협보다는 익숙한 위협에 통상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에 지배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2MTW 전략에 기초한 군사력 규모 설정은 위협중심, 시나리오중심 군사기획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QDR에는 미군이 수행하지 않으면 안될 모든 임무를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군사력 규모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군은 기존의 2MTW 수행능력 구비에 추가하여 미국 방어, 전방전개를 통한 억제, 기타 소규모 우발작전 수행 등을 위한 능력을 구비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군사력 규모를 설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럼스펠드 장관은 2MTW 전략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상당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면적으로 변화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였다. 그 대신 과거에는 전장을 2개로 제한했으나 이제는 이를 복수로 표현하고 있고, 그 중의 하나에 대해서는 모든 노력을 투입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획득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즉, “어느 한 분쟁에서는 체제변화나 점령의 가능성을 포함하여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이 보유하도록 하는 가운데, 중복적으로 발생한 주요분쟁들에서 침략을 신속히 격퇴시킨다(Swiftly defeat aggression in overlapping major conflicts while preserving for the President the option to call for a decisive victory in one of those conflicts- including the possibility of regime change or occupation)”라는 개념이다.

QDR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아직도 2MTW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군대가 당연히 중복하여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미국 본토방위와 소규모 우발사태 대응력을 전투력 규모 산정에 공식적으로 포함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비록 2개로 국한하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군사력 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이번에는 하나의 전장에서는 적국의 체제변화나 점령을 통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결심할 수도 있고 이 경우를 위한 예비전력을 보존해두어야 한다는 개념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QDR에서도 새롭게 제시된 군사력 결정 개념은 미래로의 변혁을 위한 “교량(a bridge)”이라고 언급하고 있듯이, 이 내용은 완성된 최종안이라기 보다는 2MTW 개념의 변화를 시작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4. 미국 방어(Defend the United States)

과거 행정부와 크게 다른 부시행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미국 본토에 대한 방어노력을 강조하고, 이를 전투력 소요의 중요한 요소로 산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미군이 수행해야 하는 “최우선적인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11일 미국이 테러에 의해서 공격을 받음에 따라 그 비중이 더욱 커지기는 했겠지만, 럼스펠드는 그 이전부터 미국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2001년 6월 21일 상원 군사위 증언에서 럼스펠드는 미군이 구비해야 하는 능력의 세가지 범주를 제시하였는데, 이 중에서 미국방어가 제일 먼저 언급되고 있다. 화생무기의 사용을 포함한 테러리즘과 특수부대에 의한 공격, 사이버 공격,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의 공격 위협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방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를 위한 병력의 할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QDR에서는, 미군은 국경 바깥으로부터 도래하는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국민, 영토, 국방 기반시설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고, 전략적 억제와 공중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제공해야 하며, 자연 및 인간 재해를 통제하는 민간기관들을 지원해야 하고, 미국이나 동맹국에서의 국제 테러행위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국방어의 내용, 이에 관한 다른 국가기관들과의 관계와 군대의 역할, 그리고 군대의 수행방법이 명확하게 정립된 상태는 아니다. QDR에서도 새로 창설된 본토안보국(The Office of Homeland Security)을 비롯한 국가 기타기관과 협조하고, 본토방어의 정의, 지휘 및 책임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며, 본토방위를 위한 현역 및 예비역의 역할과 책임을 계속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5. 국방업무의 개혁

럼스펠드 장관은 새로운 국방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 확립된 후인 9월 10일 국방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한 국방업무의 개혁을 집중적으로 강조하였다. 특히 그는 국방부를 비롯한 상부기관들의 관료조직(Pentagon Bureaucracy)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펜타곤의 관료조직은 “자유로운 생각을 질식시키고, 새로운 생각들을 부숴버린다. 이것이 미국의 방어를 와해시키고, 군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하고, 관료화로 인하여 “무시된 하나의 새로운 생각이 간과된 차후 위협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중복되는 업무에 고용된 한 사람이 테러리즘이나 핵확산에 대처할 수 있는 그 사람일 수 있다. 낭비적인 일로 헤프게 써버린 1달러가 전투원들에게 거부된 그 1달러일 수 있다”면서, “펜타곤의 자원을, 관료조직에서부터 전장으로(from bureaucracy to the battlefield), 꼬리(비전투요소)에서부터 이빨(전투요소)로(from tail to the tooth) 전환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QDR에서는 “국방기관들의 재활성화”라는 제목의 독립된 장(chapter)으로 이 분야를 언급하고 있다. 국방부는 실제 소요되는 것보다 20-25%의 잉여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 따라 일년에 30억에서 40억 달러의 추가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국방부의 구식 회계체계는 상호연계나 계산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국방부의 업무절차 및 규정은 실수 방지에만 중점을 두어 과감한 도전을 어렵게 한다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충원 및 확보, 국방부 업무 절차 및 시설의 현대화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업무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QDR에서는 인적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계획을 발전시키겠다는 것과, 유인책 차원의 삶의 질과 의료의 질 향상을 언급하고 있고, 특히 우수 민간인들을 위한 충원 방법의 현대화, 융통성 있는 보상 방안, 교육 강화, 경력 관리 방법 발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연관하여 럼스펠드 장관은 병사들과 장교들이 지나치게 자주 순환되기 때문에 군대의 전문성이 약화된다는 문제인식하에 순환주기의 감소책, 진급하지 못하게 되면 전역하게 되는 제도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군대에 근무하는 민간인들에 대해서도 융통성있는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이들의 근무의욕과 전문성을 향상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중복되어 있는 부서, 기능, 직원들의 통합과 의사결정 단계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새로운 생각이 실무자로부터 장관의 책상에 이르기까지에는 17개의 관료단계라는 체벌대(gauntlet)를 거쳐야 한다”라면서, 특히 “기획, 계획, 예산 체계(PPBS, Planning, Programming, and Budgeting System)와 획득절차(acquisition process)”의 단순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개혁의 추진 자체도 민간인들에게 맡기겠다고 할 정도로 민간기능의 활용(commercial outsourcing)을 중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투수행에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민간분야가 효과적인 분야는 민간화하거나 외부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지향적 전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비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럼스펠드 장관은 비용절감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예산의 증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 미래전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위해서는 다른 국방부문에서 절약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럼스펠드는 어느 조직이든 임무수행태세의 약화 없이도 5%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다양한 절감방안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이미 일부는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면, 5개 기지에 분산된 93대의 B-1 폭격기를 2개 기지에 60대로 감소하여 수용함으로써 절약되는 비용으로 이들을 현대화하고, Peacekeeper 미사일을 퇴역시켜 비용을 절약하되 기존 탄두는 Minuteman III에 장착될 수 있도록 현대화한다는 것 등이다. 특히 기지축소를 위한 “효율적 시설 조치(Efficient Facilities Initiative, EEI)”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잉여기지에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6. 미사일방어(Missile Defense, MD) 내용 미포함

금번 QDR에는 미사일 방어에 관한 사항이 거의 언급이 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미사일방어를 포기하거나 그의 추진에 관한 의지가 약화된 것은 전혀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 추진의지는 변함없고, 항공기 테러로 인하여 더욱 강화되었으며, ABM조약으로 인하여 다소 제한을 받지만 구체적인 분야에서는 착실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DR에 언급하지 않은 이면에는 현재 세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반대여론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고, 미리 그들의 정책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소련과의 새로운 전략틀 협상시에 불리한 영향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럼스펠드를 비롯한 미국의 공화당인사들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또는 “상호확실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억제를 불충분하게 인식하였다. 적의 핵 및 미사일공격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 적국의 이성적 판단에만 안보를 의존한다는 사실은 세계 최강대국의 위상에 걸맞지도 않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군대의 사명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이나 이라크와 같은 불량국가들로부터의 방어 필요성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한 직접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 국가의 지도자들은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보복공격의 위협이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미사일방어망이 없이는 그들의 협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사담후세인이 서방국가의 수도를 핵무기로 타격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때, 미국의 핵공격이 수백만의 이라크인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예상이 그를 억제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도적인 취약성(intentional vulnerability)을 유지한다는 방침은 새로운 세기의 위험들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은 기술적으로 미사일방어에 대하여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지난 7월 14일 실험에서는 한 개의 기만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hit-to-kill” 기술을 시현하였다. 04년까지 10여기의 미사일을 알래스카에 배치한다는 계획도 수립하였다. 미국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를 조기에 배치함으로써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개발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방침 하에, 발사/추진 단계, 중간비행단계, 재진입/종말 비행단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한 실험과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위하여 미국이 극복해야 하는 실질적인 장애는 1972년에 소련과 체결한 ABM 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이다. 이 조약은 1개 지역에 100기 이내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과 제한된 지상요격체제의 개발 및 시험만 허용하고, 해상, 공중, 우주배치, 이동 미사일요격체계의 개발, 시험, 배치 등을 금지하고 있어, 이의 변경없이는 미사일방어망의 구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은 “구식화된 ABM 조약의 적지 않은 제약 덕분에 약 10년을 낭비하였는데, 또 다른 10년을 낭비할 수 는 없다”는 인식 하에, 러시아와 협의가 불가능할 경우 일방적으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각 하에서 미국은 동 조약의 변경을 포함하여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적 틀을 구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Ⅴ. 결 론

미국이 금번 발간한 2001년 QDR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항은 현실만족을 경계하고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하면서, 미래 위협에 불확실성에 기초하여 능력중심의 군사기획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반면에, 미래의 위협은 불확실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 상황이라면, 우리 역시 능력중심 기획방식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럼스펠드가 인용한 말처럼, “기대의 빈곤(가능성이 있는 것보다는 친숙한 몇 가지 위험에 대한 통상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미래위협의 불확실성을 겸손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국군도 미래를 향한 변혁에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변혁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본다면, 어떤 취약점을 발견하고 나서 변혁을 시작하면 이미 늦을 수 있다. 럼스펠드의 말처럼 “변화하지 않음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근본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연합작전수행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미군의 변혁 방향과 속도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방업무 개혁에 관한 제반 조치 중에는 우리가 당장 받아들일 수 있는 사항도 많다. 국방운용의 효율성 향상, 운용비 절감 지혜를 통한 미래지향적 전력증강의 재원 확보 등은 어느 군대든, 항상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 사항이다. 무기체계의 획득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제반 절차의 단순화, 발전하는 민간부문의 자산과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외부활용의 문제, 유지비를 감소시키기 위한 군사기지의 통‧폐합 문제, 그리고 대비태세의 손상 없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 노력 등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미국에서 새로운 국방정책을 발표하거나 QDR 등의 중요문서를 발간하게 되면, 우리는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그 내용을 파악하고, 요약하여 보고하며, 분석한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보획득 또는 전파 차원에서 일회성이거나 단편적인 분석에 그치고 말았거나, 또는 지나치게 과도하게 반응하여 노력을 소모하는 경우가 있었다. 미국의 국방정책이 금방 변화되거나 우리에게 금방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 지나치게 민감해서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둔감해서도 곤란할 것이다. 미국의 변화를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심층깊은 분석을 통하여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신중한 자세로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하며,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배우고 받아들여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