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재배치 논란과 한미동맹-서재정 이시우 2004/07/19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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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재배치 논란과 한미동맹
6.15 선언 4주년 기념 토론회 발표문
서재정 (기사입력: 2004/06/18 22:47)
주한 미군 재배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합토지관리계획과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재조정에 관해 논의를 계속해오고 있는 한․미 양국은 올해 말 개최 예정인 제3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이 논의를 모두 마무리 할 조짐이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띠는 부분은 이러한 미군기지의 재조정이 미군 세계적 재편과정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21세기 신전략을 이행하는 동시에 미군을 21세기형 미래군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재편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부시행정부는 9-11이후의 변화된 세계안보환경에 대응하여 ‘1-4-2-1 군사전략’을 21세기 신전략으로 채택했다. 이것은 90년대 탈냉전시기 전략으로 채택되었던 ‘양대전쟁전략’을 대규모 전쟁 2곳에서의 “신속한 승리”와 이중 한 곳에서의 “결정적 승리”로 보다 공세화한 것에 덧붙여 △4개 지역에서의 전쟁억제와 △미국본토방위를 추가한 것이다. 동북아시아는 전쟁억제를 위해 미군을 전진배치하기로 한 4개 지역의 하나 일뿐만 아니라, “신속한 승리”를 추구하는 주요전쟁 두 곳의 하나이다. 이 두 곳의 주요전쟁 예상 지역 중 “결정적 승리”를 거두겠다는 “1”의 지역이 한반도가 될 지의 운명은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2001년 채택되고 2002년 정식화된 이러한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미군은 대대적인 군사력 재배치와 전세계에 걸친 기지 조정작업을 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11월 25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재배치를 본격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인 것이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1-4-2-1 전략’을 실천에 옮기는 한편으로 현재의 군사력을 21세기형 미래군으로 변환시키는 작업도 동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첨단과학 무기로 무장된 신속기동군으로 21세기형 네트워크 전쟁을 지향하는 ‘변환’은 미군의 규모와 배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1-4-2-1 전략’과 ‘변환’을 양대 축으로 하는 미군의 ‘구조조정’은 주한 미군 재조정과 미군 기지 재배치를 규정하는 전략적 지침이 되고 있다. 즉 한국 내 미군기지의 재조정은 미군 세계적 재편과정의 일환이며, 단기적으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 △전쟁 발발시 신속한 승리 △미 대통령 결정시 결정적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될 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위협을 모두 압도할 수 있는 군사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이러한 미군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북에 대한 미군의 공격력을 강화, 한반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대한 미군의 개입능력을 강화,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평화)를 이루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군 재배치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21세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1. 미국 탈냉전 전략의 변화
1) 부시 행정부의 탈냉전전략과 동아시아 미군 감축 계획
1990년대초 부시(아버지) 행정부는 탈냉전 시대를 맞아 적극적인 군사력 감축을 고려하고 해외에 배치된 단거리 핵무기를 철수하는 등 능동적으로 탈냉전을 모색했다. 구 소련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배치를 전면 재검토하며, 탈냉전시대의 전략으로 ‘win-hold-win’, 즉 주요한 지역 분쟁이 동시에 두 지역에서 발생하더라도 한 지역에서 군사력을 집중해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두 번째 지역은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가 첫 번째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면 군사력을 이동하여 두 번째 지역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러한 전략에 따르면 냉전시대에 구축해 놓은 거대한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이 감축된 군사력만으로도 세계의 주요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에 배치된 미군의 감축안이 마련됐고, 주한미군의 3단계 철수방안도 이러한 세계적 감군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미 상원은 1989년 7월 「넌-워너 수정안」을 통과시켜 “아시아에서 동맹국을 지역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참여시킬 것이며,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주둔을 어떻게 감축하여 재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국방부에 요청하였다. 이러한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미 국방부가 작성한 것이 1990년 4월에 제출된 「동아시아전략구상 (EASI)」이다.(주1)
이 보고서는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극동러시아와 북한이라는 ‘냉전형 위협’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응한 ‘지역의 안정 유지’를 미국의 국익으로 규정했다. 동아시아에 미군을 지속적으로 주둔하는 것은 ‘역내 미국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탈냉전 시기에는 미군을 감축해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동아시아 전략의 배경에는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가 있다. 즉 부시 행정부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의 위협을 막는다는 봉쇄전략을 폐기하고, 탈냉전 시기에는 이라크 및 북한과 같은 지역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지역방위전략’을 채택한 것이다.(주2) 이러한 전략변화는 이미 1980년대 말부터 모색이 되고 있었는데, 콜린 파월 미 합참의장은 이러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미 군사력으로 ‘기본병력’이라는 구상을 제시했다. 파월 합참의장의 ‘기본병력’ 구상에 따라 미 국방예산과 병력규모를 25% 삭감하기로 했고, 이러한 삭감계획은 동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감축을 강제했던 것이다.(주3)
따라서 「동아시아 전략구상」 보고서는 한국, 일본 및 필리핀에 배치되어 있는 미 지상군과 공군 병력을 3단계에 걸쳐 감축할 것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1단계 (1년~3년차)에 역내 주둔 13만 5천명에서 총 1만5천명을 감군하고 △제2단계 (3년~5년차)에 철수규모는 명시하지 않은 채 군사력 감축 및 재조직을 실시하며 △제3단계 (5년~10년차)에 지역의 안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규모 미상의 병력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1단계와는 달리 2단계와 3단계에서는 병력 감축규모를 정하지 않았으나, 3단계에서 한국군 주도의 방위태세가 갖추어질 경우 억제목적의 소규모 미군만 잔류시키고 한미연합사의 해체도 검토하도록 되어있었다.
이러한 3단계 계획 중 제1단계 감축계획에 따라 1992년까지 한국에서는 공군 2천명과 육군 5천명 등 7천여명, 일본에서는 4천800여명의 미군이 감축되었으나, 3천500여명을 감축하려던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상원이 기지협정의 갱신을 거부하는 바람에 감축인원이 1만1천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군의 한국 방위 역할도 증대되어, 서부방위의 주임무를 맡고 있던 미군 주도의 한미야전사령부가 해체되고, 한미연합사령부 예하의 지상군구성군사령부가 분리되어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에 임명되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대한 한국군의 경비책임이 증대되었고,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도 한국군 장성으로 임명되었다.(주4)
그러나 2단계 감축은 이미 1991년 말부터 차질이 생기고 있었다. 소위 ‘북한 핵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1991년 11월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 위협과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이 지역 내의 안보가 완전히 보장될 때까지 넌·워너 2단계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주5) 이러한 변화 등을 반영하여 미 국방부는 1992년 7월 제2차 동아시아전략구상에서 199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2단계 이후의 감군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주6)
2) 클린톤 행정부의 양대전쟁전략과 동아시아 미군 감축 중단
부시 행정부의 감군정책은 1993년 클린톤 행정부가 통상 ’win-win’이라고 알려져 있는 양대전쟁전략을 채택하면서 공식적으로 종식된다. 전임 부시 행정부가 채택한 ‘지역방위전략’을 계승하되, 안보적 위협이 되는 지역을 중동과 한반도로 구체화하고 이 양대전장에서 동시에 승리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전략이 채택되는 데는 1991년 걸프전과 1990년대 초의 1차 북핵위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대전쟁전략은 1997년과 2001년 「4개년국방검토 (QDR)」 에서 재확인되며 미국의 21세기 전략으로 굳혀진데 이어 2002년 「국방계획 지침」에서 “1-4-2-1전략”으로 보다 확대되고, 정교화되었다.
아스펜 국방장관이 1994회계년도 국방예산편성방침의 형태로 1993년9월 발표한 「전력편성의 전면검토(Bottom-Up Review)」는 양대전쟁전략을 정식화한 첫 공식문서이다.(주7) 1991년 걸프전에 투입됐던 미군의 규모를 기준으로 하여 이와 유사한 전쟁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에 필요한 군사력을 추정해 본 아스펜 당시 국방장관의 작업에 기초해서 양대전쟁전략이 정식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전면검토」는 다음과 같이 양대전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미군은 두 개의 주요한 지역분쟁에서 거의 동시에 결정적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편성될 것이고, 미군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유연성과 능력을 보유할 크기와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양대전쟁전략은 ‘지역방위전략’의 효율적 이행방안으로 이전부터 검토되고 있던 win-hold-win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군사력과 국방비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Bottom-Up Review의 채택과 동시에 미군의 감축계획이 중단된다. 즉 두개의 전구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한 곳에서 승리를 위해 군사력을 집중하는 동안 다른 한 곳은 소규모 군사력으로 전선유지만 하고 있다가, 첫 번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즉시 두 번째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하여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 ‘win-hold-win’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클린톤 행정부는 대규모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면 동시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도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2개의 대규모 지역분쟁에서 동시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미군 감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전면검토」는 지금까지 미국정부의 안보관계 문서에 항상 삽입되던 “구소련을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세계규모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그 대신 ‘대규모 지역분쟁’의 발발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여기에 이라크, 북한, 내전 중인 크로아티아를 주요 불안정지역으로 명시했다. 부시 행정부의 다소 모호한 ‘지역방위전략’은 이러한 불안정지역에서 발생할 2개의 분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양대전쟁전략으로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이어서 클린톤 행정부가 1995년 2월 「동아시아전략검토」보고서 (일명 「나이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시아와 유럽에 각각 미군 10만 명을 유지한다며 전 세계적인 미군 감군계획에 쐐기를 박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주8) 즉 유럽에 배치한 10만명으로 이라크와 같은 불안정 요소에 대처하고, 아시아에 배치한 10만명으로 북한이라는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3단계 감군계획도 1992년 말까지 1단계를 완료한 후, 2단계와 3단계의 추가감축은 “연기”와 “유보”를 되풀이하다가 이로서 완전히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주9)
미 군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군 중단이 아니라 국방비 증액과 군사력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다. 기존의 군사력으로는 양대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서 승리를 거두기에 힘겨우므로 양대전쟁전략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방력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클린톤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군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크게 현상유지의 수준에서 부분적인 군사력 보강을 한다는 식의 미봉책으로 대응했다. 비교적 온건파인 민주당 정권에서 군사력 증강을 노골적으로 추진할 국내, 국제적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에 발표된 제1차 「4개년국방검토(QDR)」은 양대전쟁전략을 유지하면서 미사일방어 연구 등을 부분적으로 추진하되 전체적인 군사력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한․미 양국은 1993년9월 미국이「전력편성의 전면검토(Bottom-Up Review)」에서 양대전쟁전략을 정식화한 직후인 11월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을 유보하기로 결정하고 이 전략의 이행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이러한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와 위상 및 한미연합사의 작전태세 등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제2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애스핀 장관은 최근 미국이 「新국방정책」상의 「2개 전장 동시승리 전략」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안보위협을 고려하였으며, 한반도 유사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충분한 전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미군의 군사력 구조를 신중하게 조정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차제에, 권 장관과 애스핀 장관은 한·미 군사위원회에 한반도와 관련해서 2개 전장 동시승리 전략의 시행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하였다.(주10)
3) 부시 행정부의 ‘신롤백 전략’과 미군 재편
9-11 사태가 터진 지 20여일 만에 부시 행정부가 발표한 2001년 「4개년국방검토(QDR)」는 양대전쟁을 계승하되 이를 더욱 공격적으로 전환시켰다. 즉 “미군은 중첩되는 시간대에 어느 두 개의전장에서도 미국의 우방과 우호국에 대한 공격을 신속히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것” 이라며 양대전쟁 전략을 다시 한번 채택했다. 또한 전쟁시 “[적국의] 영토를 점령하거나 정권교체의 조건을 조성할“ 수 있는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조 추가). 부시 행정부 이전까지의 양대전쟁전략이 걸프전에서와 같이 전쟁을 도발한 적국과 싸워 원상회복을 목표로 하는 봉쇄정책의 성격이 강했다면, 새로운 양대전쟁전략은 적국의 점령과 정권교체까지도 목표로 하는 롤백정책이라고 할 만하다. 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서라도 군사력을 집중시키기보다는, 신속하게 군사력을 이동해서 곧바로 전쟁에 투입하여 조기에 전쟁을 끝낸다는 전술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신속성과 점령/정권교체라는 공격성은 클린톤 행정부의 양대전쟁전략에는 없던 것으로, 그 호전성은 2년후인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그대로 드러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의 롤백은 기존의 롤백정책보다도 더 공격적인 성격을 띠고있다. 기존의 롤백정책은 적국의 선제공격을 상정하고 이에 대해 응전을 하는 과정에서 적국을 점령할 수도 있다는 피동적 자세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신 롤백 정책은 적국이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안보위협을 사전 봉쇄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능동적 선제공격적 예방전쟁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는 9-11사태 이후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미국인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국을 ‘안전한 요새’로 만들기 위해서 취할 수밖에 없는 방어책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즉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은 다음에 보복을 하는 것은 이미 피해를 입은 뒤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는 것이므로 공격 가능성만 있어도 사전에 타격을 입혀 공격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말처럼 미국에 대한 공격의 가능성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마저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안보위협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안보 편집증 적인 안보관이 그 기초가 되어 있다. 2001년 럼스펠드 장관이 나토 동맹국들을 방문하면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부시 대통령이 육사 졸업식에서 선제공격을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축사에 이어 선제공격은 2002년 공식화됐다. 9-11사태 일주기를 맞는 2002년 9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부시 행정부는 “필요하다면 미국은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고 공표를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5월 「방어계획 지침 (Defense Planning Guidance)」을 채택하여 「4개년국방검토」에서 제기된 국방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양대전쟁 전략을 ‘1-4-2-1 계획 개념’으로 정식화했다. 여기서 △“1”은 미국 본토의 완전한 방어 △“4”는 4개 지역에서의 전진억제 △“2”는 2개 지역전장에서의 “신속한 승리“ △”1”은 1개전장에서의 “결정적 승리”를 의미한다. 기존의 양대전쟁은 “2”로 유지하면서, “1-4-1”을 추가하여 미군의 역할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이것은 4개년국방검토에서 제기된 다음의 과제들을 정식화하여 미군사력 운용을 위한 지침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미국 본토 방어: “미국 영토 밖에서 가해진 공격으로부터 미국민과 영토 및 사활적 국방기간시설을 방어한다.” 미국 본토 방어는 9-11 이후 그 중요성이 급격히 증대되어 북미주를 관할하는 사령부와 본토방위국의 신설을 가져왔고, 미사일방어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4개 지역에서의 전진억제: “유럽과 동북아시아, 동아시아 도서, 중동/서남 아시아에 그 지역에 맞는 미군을 전진․주둔 배치하여 동맹국과 우방국을 안심시키고, 적의 강제를 막아내며, 미국과 미군 및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한 공격을 억제한다.” 4개 지역에 미군을 전진배치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있을지 모를 침략 및 위협을 사전에 억제하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적국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을 힘으로 좌절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군의 전진배치는 ‘안심’을 담보로 하여 동맹국과 우방국을 미국의 영향력 안에 두는 것도 목표로 한다.
△2개 주요전쟁 승리: “두 곳의 작전지역에서 중첩되는 시간대에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호국에 대한 공격을 신속히 격퇴한다.” 미군이 전진배치되는 4개 지역 중 2개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진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두 곳에 집중하여 단기간에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이전의 양대전쟁전략과는 달리 이 2개의 전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전쟁이 일어난 수주 후 두 번째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상정, 첫 번째 전쟁에 투입됐던 조기기동 미군을 두 번째 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전쟁 지역에 배치된 미군만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변환하여 배치지역에 상관없이 분쟁지역에 군사력을 투입하고 집중하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운용하려는 ‘군사변환’과 맞물려 있는 변화이다.
△1개 결정적 승리: “미군이 군사작전을 펼치는 두 개의 전구중 한곳에서는 미국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장차 있을 수 있는 미래의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적을 결정적으로 패퇴시킨다. 명령을 받는다면 영토를 점령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조건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개의 전쟁 중 미국이 선택하는 한 곳에서는 군사력을 집중하여 ‘정권교체’와 ‘점령’을 수행함으로써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결정적 승리를 위해 군사력 추가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군사력을 집중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말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주11)
4개지역에 전진배치되는 미군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 이해를 지키는 역할뿐만 아니라 2와 1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군사력을 의미한다. 또한 전진지역에 미군을 배치하여 미국에 대한 위협을 사전에 포착하고 봉쇄함으로써 ‘1’의 본토방어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본토방어를 위한 첫 번째 방어막은 해외에 주둔한 미군이 형성하는 것이며 가능한 한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주12)
이러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미군은 육․해․공․해병의 변혁과 합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정규군과 특수군 및 CIA와의 결합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핵전력을 통상전력의 상위군사력으로 구분하던 것을 폐기하고 핵전력과 통상전력의 통합적 운용을 추구하고 있어 실전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 국방장관실을 위해 작성된 한 보고서는 1-4-2-1에서는 “전략핵무기가 통상전력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테러리즘과 불량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대응 능력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주13)
여기서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2”가 이라크와 북한을 지칭한다는 부분이다. 특히 양대전쟁전략이 수립될 때부터 지목된 양대주적 중 이라크에서는 정권교체와 점령까지 이루었으므로 이제는 북한만 남은 셈인 것이다. “결정적 승리”를 지향하는 마지막 “1”과 관련하여 QDR과 「국방계획지침」은 미 대통령이 그 대상을 선택만 하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는 이라크 전쟁이라는 ‘사막의 늪’에 미군이 빠져 있기 때문에 북을 상대로 결정적 승리를 거두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이 북을 겨누고 있는 한 한반도는 “2”와 “1”의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군사적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지 않으며 중국은 현재로서는 “계획을 짜기 어려운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이 ‘1-4-2-1 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미국은 군사변환 (military transformation)과 미군기지 재조정 작업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첨단과학무기를 이용한 비선형적 첨단전을 지향하는 군사혁신을 이룩하여 미군을 21세기의 첨단군으로 환골탈태하자는 것이 군사변환의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 △정보 및 군사결정의 우위 △정밀타격 △군사력 신속투사 △전술적 신축성 △군대 방어력 제고 △지상, 해상, 공중 및 우주 전장 지배능력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환이 이뤄진다면 군사력의 규모는 현재보다 축소되더라도 ‘1-4-2-1 전략’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미군 재배치 및 미군기지 재조정 작업도 바로 이 ‘1-4-2-1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미군을 4개 지역에 전진배치하되 이중 두 지역에는 신속하게 군사력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사변환과 재조정의 상승작용이 나타나면, 보다 작은 군대로도 군사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1-4-2-1 전략’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 현 부시 행정부 군사전략의 요체라고 하겠다.
육군은 1-4-2-1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력을 추산하기 위하여 2002년 봄부터 2003년말까지 「전체 육군 분석 2011 (TAA 11)」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2년 전의 「TAA 09」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지역에서의 전쟁억제를 위해서는 한미연합사 휘하에 3만여 명, 태평양사령부에 1만4천여 명의 미군이 필요한 것을 비롯하여 총 23만6천여 명을 전진배치해야 한다고 「TAA 09」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 주요전쟁 한 곳의 승리에는 미군 21만명, “결정적인 승리”에는 33만명, 테러와의 전쟁에는 2만명이 필요한 등 총 56만1천명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미 본토에 29만2천명을 유지하면 유사지역에 파병하여 1-4-2-1전략을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군은 1-4-2-1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세계작전개념’을 개발하여 기존의 해군 체계를 37개 ‘독립타격단’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2개 항공모함 전단을 6개월씩 순환배치하여 3개 해외 지역에 배치하는 방식은 더욱 신축적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항공모함 전단은 전진배치에서 모항으로 귀항하는 즉시 6개월 정비를 거치고 6개월 훈련을 받은 후 나머지 6개월간은 전선투입 준비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 해군은 필요한 경우에 6개 항공모함 전단을 전선에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시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해군․해병력은 12개의 ‘항공모함 타격단’ (CSG), 12개의 ‘기동타격단’ (ESG), 다수의 미사일방어 ‘해상활동단’ (SAG), 유도미사일 잠수함, 전투병참단으로 재편되고 ‘1-4-2-1 전략’을 이행하는 데는 거대한 규모의 군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위군의 역할도 지금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방위군 중 전투부대를 감축하고 지원부대를 증대하기로 한 1996년 계획(ADRS)은 중단된 반면, 방위군 규모를 다소 늘리고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여 동원 즉시 전투에 투입시킬 수 있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 부정기적으로 방위군을 동원하는 현재의 체제를 바꿔서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동원하는 방법도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육군이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되는 것에 따라서 방위군도 중장비대신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같이 신속한 수송이 용이한 경장비로 무장이 될 예정이다. 향후 10여년 안에 방위군은 대부분 경이동여단이나 다목적사단 등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펜실베니아 주방위군인 28보병사단 56여단은 스트라이커 여단으로 재편될 예정으로 있다.
2. 미군의 군사혁신과 변환
“전쟁기술의 혁명은 점차 크기나 무게보다는 기동성과 신속성으로 규정된다. 영향력은 정보로 측정되며, 안전은 은폐술로 증대되고, 군사력은 정확한 유도무기의 긴 포물선을 따라 투사된다. 이러한 혁명은 우리 국가의 능력과 우리 국민의 기술, 우리 기술의 우월성과 완벽히 일치한다. 평화를 수호하는 최상책은 전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1999년 9월 연설)
“부시 대통령은 국방부의 변환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방부를 20세기에서 21세기로, 산업시대에서 정보시대로 전환시키라는 것입니다. 치명적이면서도 기민하고, 신속 전개가 가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라디오 데이즈, 2004년 3월 16일)
부시 대통령이 선거유세 기간에 했던 위의 연설과 럼스펠드의 발언은 미군 재조정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양보다는 질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군을 개혁, 냉전시기의 구식군을 21세기 최첨단군으로 환골탈태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앤드루 마샬국방장관 고문이 내세운 ‘군사혁신’이라는 화두는 이제 바야흐로 현실이 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새로운 작전개념, 이와 걸맞는 군사조직이라는 삼박자를 결합하여 군사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군사변환’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진두지휘 아래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미군 개혁은 이미 2001년 발표된 「4개년국방검토」에서 그 청사진이 제시됐으며, 수 차례의 워게임에서 검토를 거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실전에서 검증을 받은 후 힘을 받아 탄력있게 추진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변환’의 목적을 6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즉 21세기에는 군의 작전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미군이 대응할 적의 군사력과 작전방식도 이전과는 혁명적으로 달라지고 있으므로 21세기에도 미군이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즉 △미 본토와 핵심적 기지 보호 △적 안신처 거부 △접근 불가능 지역에서의 군사력 보호와 유지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군인과 작전을 연결 △정보네트워크의 향상과 공격으로부터의 보호 △우주작전 향상(주20)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군대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미군은 각 군별로 향후 20여년을 내다보며 각 군을 어떻게 변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합동참모부는 미군 변환의 청사진으로써 「비젼2010 (Vison 2010)」을 채택한데 이어 이를 갱신한 「비젼2020 (Vision 2020)」을 최근 발표했다. 「비젼2020」은 미국이 대처해야 할 21세기의 전략적 배경으로써 △미국의 이해가 전지구적 규모이며 △대량살상무기 및 컴퓨터 통신 기술 등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러한 변화 및 미국의 대응에 대한 적응력이 있는 적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이 변환의 6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기동 △정확한 교전 △집중적 병참지원 △전방위 보호라는 4가지 기본적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래야 미군은 21세기에도 대규모 전쟁은 물론 적의 비대칭 전략 및 소규모의 테러 등 모든 종류의 전쟁, 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전방위 우위(full spectrum dominance)’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젼2020」은 「비젼2010」에서 변환의 주요 도구로 적시된 ‘군사기술의 혁신’을 군사력 전 분야에서의 혁신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변환의 6대 목표와 4대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군사기술만의 혁신으로는 부족하고, 전략과 군사조직, 훈련, 병참, 지도력, 군인, 기지 및 군사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이 군사혁신은 우선 발달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무기체계 개발에 도입하여, 정확하면서도 살상력이 높고 신속한 이동배치가 용이하며 아군의 생존성을 높여주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신 무기체계 중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미사일방어체제이며, 육군은 ‘미래전투시스템(FCS)’을 개발중이다. 공군은 차세대전투기로 잘 알려져 있는 F/A-22 랲토를 개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음속폭격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음속의 8배에 달하는 속도로 날게 될 이 폭격기는 5.5톤의 무기를 싣고 미국 본토에서 발진해 전 세계 어느 곳이나 2시간 이내에 치명적인 폭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비해 현재 미군이 운용 중인 B-2폭격기는 전세계 폭격이 가능하지만, 이라크 전에서 보듯이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를 이륙해 폭격이 이뤄지기까지 37시간이 걸렸다. 해군은 적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항해속도는 향상시킨 신형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개발하고 있다. 호주에서 제작한 ‘조인트 벤쳐’라는 신속수송선은 군인 400명을 싣고 40노트로 운항할 능력을 구비하고 있으며 스트라이커 장갑차 30~40대를 수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은 2003년12월 지하사령부와 통제센터, 숨겨진 무기 창고를 파괴하기 위한 ‘벙커-버스터’ 소형 핵무기 개발 연구에 750만 달러, 초정밀 공격에 유용할 것으로 평가되는 저준위 핵무기 연구에 600만 달러를 각각 배정하는 등 신형 핵무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무기 개발과 함께 작전개념도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있다. 적과의 대치선을 중심으로 전선을 형성해서 싸우는 기존의 개념을 버리고, 적의 지휘부와 지휘통제 체제를 우선적으로 공격한다는 작전으로 이행하고 있다. △‘순차적 점진적 작전’에서 ‘동시적, 병행적 작전’으로 △‘파괴에 기반한 작전’에서 ‘효과에 기반한 작전’으로 △‘적 군사력 공격’에서 ‘적 능력 공격’으로 작전개념이 변화한 것이다. 이제 전쟁은 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의 핵심부와 후방, 측면 등을 동시에 입체적으로 타격하는 것이다. 정보력과 살상력, 기동력의 우위가 주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작전개념을 미 합동사령부는 ‘신속결전(RDO)’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러한 작
(표1) 재래식 작전과 신속결전개념<생략>
[출처: Chris Shepherd, Campaign Plan 2001 Status Briefing (U.S. Joint Forces Command, 2000)]
미국은 현재 분산적이고 동시적이며 비대칭적인 군사작전인 ‘신속결전’을 더욱 강화발전시키고 있다. 적의 반격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적을 입체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미군은 분산된 상태에서 정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전쟁을 수행한다는 ‘네트워크 전쟁’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군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적군을 단시간에 와해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전개념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은 정밀무기와 정보통신 및 신속기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적군에 대한 정보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정보를 적 타격에 쓸 수 있는 정밀무기와 실시간 정보시스템의 통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군 구조도 이와 걸맞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스트라이커 여단이다. 기존의 육군은 M1 에이브람즈 전차와 브래들리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된 부대와 이러한 중무기가 없는 경보병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러나 중무장 부대는 신속한 전개가 불가능하고 경보병은 신속전개가 가능한 대신 적의 화력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보완하여 등장한 것이 스트라이커 여단전투팀으로 이 부대는 신속전개가 가능하면서도 적의 화력을 막아 낼 수 있고 적을 제압한 화력을 보유한 부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 부대를 무장하는 주요 무기체계인 스트라이커 장갑차 계열은 가볍기 때문에 C-17 수송기나 고속수송선에 탑재되어 신속전개가 가능하다. M1에이브람즈 전차는 70톤, 브래들리 장갑차는 30톤인데 비해 스트라이커는 19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단전투팀은 96시간 안에 세계 어느 곳이던지 파견이 가능하며, 1개 사단 파견에는 120시간, 5개 사단에는 30일이 걸리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스트라이커 장갑차는 기본적인 몸체에 어떤 무기체계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통상적인 장갑차의 기능 외에도 전차, 대전차 미사일포, 지휘소 등 10가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나의 무기체계를 기본으로 하여 조립식 다목적 부대를 만든다는 변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기체계로 무장된 스트라이커여단은 군인 수는 기존 여단보다는 작으나 실질 전투력은 더 강하다.
육군은 스트라이커여단전투팀 6개 팀을 신설하여 기존의 경무장병력과 중무장병력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동시에 기존군사력을 미래형 ‘목적군’으로 변환시키는 디딤돌로 이용할 계획이다. 미 육군은 이미 2000년초부터 워싱톤주 포트 루이스에서 이러한 변환과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스트라이커여단전투팀 2개 팀이 구성되어 일부는 현재 이라크 전쟁에서 실전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은 2008년까지 4개 여단을 추가로 편성할 계획으로 있으며 이중 일부는 하와이와 알래스카에 배치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장기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누릴 수 있으며 위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신속전개가 가능하며, 기민하며, 다목적이고, 치명적이면서도 다양한 환경에서도 생존/유지성이 높은 ‘목적군’으로 재편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코만치 헬리콥터와 ‘미래전투시스템(FCS)’ 등 신무기체계를 개발하는 중에 있으며 미래전투시스템에 대한 최종결정은 2006년에 내려질 예정이다. 2008년에는 1개 구식여단을 ‘미래전투시스템’으로 무장된 미래형 부대로 전환하는 것을 필두로 하여 매년 2개 이상의 구식여단을 미래형 부대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무기체계로 무장된 첫 번째 미래형 부대는 2010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첨단화된 부대인 제4보병사단과 제1기갑사단은 변환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고강도 분쟁에 투입될 가장 강력한 부대 역할을 수행한 후 2012년까지 제일 마지막으로 미래형 부대로 전환된다.
해군은 ‘해군력 21’, 해병은 ‘해병대 전략 21’에서 기존의 해군․해병력을 보다 결정적이며 기민하며 장기적 유지가 가능하고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환을 추구하고 있다. 해군․해병력 변환은 △해양기지 △해양타격 △해양방패 △군사력네트워크 등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해서 진행되고 있다. 해양기지는 적의 화력이 미치기 어려운 해양에 떠 있는 기지를 구축하여 작전지휘와 화력, 병참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지는 외국에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기지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 신속하게 이동배치할 수 있다는 이점도 갖게 된다. 이러한 해양기지는 이지스함을 기반으로 한 미사일방어 등 해양에 다층으로 구축된 보호망으로 안전을 확보한다. 해양기지 뿐만 아니라 미국본토 및 작전지역에까지도 보호망을 제공한다는 것이 해양방패의 개념이다. 해양타격은 보다 향상된 지휘통제력, 정보력, 정확성, 은밀성 등을 최대한 이용하여 해양에서 적진 깊숙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사력 네트워크는 해양기지, 해양타격, 해양방패 등 세 가지 요소를 서로 결합시키는 접착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군인과 무기체계, 감지장치, 병참 등을 서로 연결하여 네트워크화되어 있으면서도 분산된 군사력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트라이던트 잠수함 4척을 유도미사일과 특수작전부대용 잠수함으로 개조하고 있으며, 기존의 함단을 ‘항공모함타격그룹(CSG)’과 ‘기동타격그룹 (ESG)’ 등으로 재편하는 중이다. 그 첫 번째 기동타격그룹은 중동근해와 서태평양에서의 임무를 성공리에 마쳤다는 자체 평가를 받고 있다. 기동타격그룹은 해상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필요에 따라 적절한 공군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장차 다양한 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F/A-22 랲토를 시험비행단계에서 실전배치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한편, ‘세계타격전담반 (GSTF)’이라는 작전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개념은 기습공격과 해외기지 이용 제한이라는 문제점에 대응하여 작전지역 밖에서 항공모함 및 잠수함과 합동으로 B-2전폭기와 유도미사일로 무장된 B-1 B-52로 전쟁 초기에 적을 공격한다는 개념으로써, 다양한 정보장치들과 전폭기, 작전지휘본부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군 조직의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등장한 것이 합동전 조직이다. 미국은 이미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하여 육해공군을 통합한 조직을 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QDR에서 제시한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상비합동전담반’이라는 작전개념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개념은 전투지역의 전후좌우를 망라하여 이동 및 고정된 적 목표물을 정확하고도 집요하게 추적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 함으로써 적이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합동군사력 투사능력은 ‘변환’을 주도하는 개념이 되고 있다.
미군은 이렇게 첨단무기+신작전+신조직의 삼위일체로 21세기 첨단군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도 이뤄지고 있는데, 그 특징은 △미군이 차지하고 있는 하부구조 면적의 축소 △동맹국의 보호하고 적국을 막아내기 위한 해외주둔의 지속 △유사시 필요한 장비와 보급물의 사전배치 △세계적 차원에서의 군사력 운용 △유사시 필요한 지역에 군사력 집중 능력 등이다. 다시 말해서 해외주둔 미군 수와 기지 면적은 축소하되, 미군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지역에 군사력을 신속하게 집중시킨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와 함께 무거운 무기체계와 보급물은 현재 한반도 해역과 인도양 등에 배치해 놓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전에 전진배치, 미군의 이동과 집중을 쉽게 한다는 방침이다.
미군의 이러한 ‘변환’의 모습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에서 부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는 전혀 사전준비가 없었던 상태에서 9-11사태 한달 만에 작전계획과 군사력 구성, 배치, 작전이 모두 이뤄질 정도로 신속한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미군은 특정지역에 고정 배치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신속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민성과 적응성을 보여준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특수부대가 해군의 F-14또는 공군의 B-52와 합동으로 작전을 펼친 것으로 합동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과시한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도 육․해․공군의 작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합동작전이 주요역할을 했는데, 서부 이라크에서는 특수부대의 작전, 북부에서는 바다와 전략적 거리에서의 작전, 남부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전격전 (‘마하4 전격전’)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졌다. 군대의 진격속도만 빨라 진 것이 아니라 센서로 표적을 획득하여 무기를 발사해서 파괴시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이 과정에 24시간이 걸렸으나, 아프간 전쟁에서는 45분, 이라크 전쟁에서는 11분으로 급격히 감축됐다. 센서와 지휘통제, 공격무기가 실시간 정보네트워크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변환을 둘러싼 논쟁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더욱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군사혁신과 변환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라크 전쟁이 변환의 성과와 필요성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환에 비판적인 세력은 이라크 전쟁이 변환의 성과를 입증하기에는 이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특히 해외기지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을 가속화되고 있다. 터키정부가 미군의 통과권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때문에 미국은 남북에서 동시에 이라크로 진격하려던 작전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기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도 미군의 작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미래군은 해외기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형태로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무인장거리 비행기 △짧거나 열악한 활주로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 △공해 상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해군이나 해병 △원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유도미사일과 레이저무기 등 신형무기체계를 중심으로 미군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해상기지’를 육군과 공군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렇게 미군을 재편하면 해외미군기지 필요성도 줄어들고 해외에 배치된 미군의 규모도 감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라크 전쟁은 미 육군의 적정규모를 둘러싼 논쟁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재 육군의 공식입장은 현역 10개 사단으로 “1-4-2-1 전략”과 변환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2008년까지 6개 스트라이커여단전투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이라크 전쟁은 육군의 입장이 옳았음을 확인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육군 규모를 8개 사단으로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방장관실 관리들은 육군의 규모를 6개 사단까지 감축하는 것도 가능하고 스트라이커 여단도 4개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양대전장에 각각 2개 사단을 배정하고, 그 외의 소규모 작전에 2개 사단을 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전부터 10개 사단으로는 양대전쟁전략을 이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던 세력은 “1-4-2-1 전략”과 이라크 전쟁으로 말미암아 육군규모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세키 육군장관이 임기보다 일찍 퇴임하게 된 것도 육군과 국방장관과의 이러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보다는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주한미군 재조정
주한미군 재배치 및 기지조정은 이와 같은 미국 전략변화와 군사변환에 따른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및 기지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003년11월25일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재배치를 본격 시작하겠다고 발표, 전략변화+군사변환+미군 재배치라는 삼대과제를 수행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진행되는 미군 재배치 및 미군 ‘변환’은 단기적으로는 ‘1-4-2-1전략’ 중 ‘2’와 ‘1’의 표적이 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미군의 공격력을 강화, 한반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 벌어질 지 모르는 불특정 위협에 대한 미군의 개입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상대로 한 ‘지역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을 기지로 사용할 것이며, 한국군은 한국 내에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미국 ‘지역군’의 병참지원 및 후방지원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4-2-1’중 미군이 전진배치되는 4개 지역에서 2개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이며 한 곳은 인도양을 포함한 중동지역이다. 아시아 지역에 두는 미국의 군사적 비중과 군사력이 절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존재한다.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의 평화)를 이루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군 재배치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21세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미군 재배치에서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군세계태세검토 (Global Posture Review)」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군인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사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군대의 이동․작전 속도와 기민성, 조합성,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군인 수는 줄어도 오히려 군사력은 강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미 해군의 규모는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유사시 이용 가능한 해군력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라크 전쟁 초기 전체 함정의 절반 가량을 투입했던 해군은 주요 전투가 종식된 후 이들 대부분을 전선에 배치하는 대신 모항으로 복귀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위기가 발생한다면 6개 이상의 ‘항공모함타격단’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상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2004년 여름 항공모함타격단 7개를 세계 도처에서 동시적으로 운용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육군의 경우 군인 수를 6%가량 증대시킬 계획으로 있지만, 군사력 운영방식의 혁신덕분에 전투력은 30%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된 군인으로 사단을 신설하는 대신 다양한 군사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독립적 여단으로 재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육군 여단 구조의 75%는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항상 갖추게 될 것이다.
1) 대북 군사력 강화
미국은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면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라 오산 비행장과 평택항을 통해 이동이 용이한 점을 고려해 전체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신속기동군의 타격 목적지가 반드시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신속기동군이라는 군사조직의 변화는 변화된 무기체계와 작전개념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이며, 신속기동군의 한강 이남 배치는 대북군사력 강화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미군의 후방배치가 대북 공격력 강화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가?
우선적으로 지적되어야 하는 점은 미군의 후방 배치가 미군의 생존능력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1994년 ‘북핵위기’가 한참이었을 때 미국이 군사력 사용을 검토했으나 엄청난 피해가 예견되기 때문에 군사작전을 포기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북한이 전방에 배치해 놓은 1만여기의 장거리포가 미군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에 군사력 사용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특히 서울 이북에 배치되어 있는 미2사단을 북의 장사포로부터 보호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세계최강 미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것이고,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안전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의 장거리포가 미치지 못하는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오산․평택이 미 2사단의 재배치 지역으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러한 재배치는 미군의 생존성을 높이므로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 이행이 용이해진다. 한편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단의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북의 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우선 이 위협은 현재 전방배치된 미군이 받고 있는 장거리포 위협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이다. 그리고 패트리옷 등을 이용한 미사일방어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키면 북의 미사일 위협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점은 사실 미군의 후방 배치라는 위치변화보다, 군사작전이 공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을 공식적으로 채택, 필요하다면 예방전쟁 차원에서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고 정권교체와 영토점령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침략적 전쟁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상대로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 정책과 전략을 이행하는 군사전술도 공격적이다. 미군은 적군과 전선을 형성해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적군의 지휘부를 최우선 순위로 공격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즉 이라크전쟁에서 ‘충격과 공포’라고 불렀던 작전과 같이, 전쟁 초기에 막강한 공군력과 미사일 능력을 동원하여 적의 지휘부와 지휘통제 시스템을 파괴․교란시킨다는 전술이다. 수뇌부와 중추신경계를 파괴하여 적군을 마비시킨 후에도 적군과 일일이 정면전을 하기보다는 우월한 기동성과 정보능력을 이용하여 핵심적인 거점을 장악하는 첨단 기동전을 구사하는 것이다.
미군 재배치가 완료될 시점이면 미2사단 휘하 부대는 ‘미래전투시스템’으로 무장된 미래형 ‘목적군’으로 재편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형 부대는 기존의 여단보다 군인 수는 적을 지 몰라도 최첨단 무기로 무장되므로 살상성과 생존성 등이 크게 향상되어 기존의 중무장 여단보다 강한 전투력을 가지며, 여러 가지의 작전에 투여될 수 있는 신축성을 가진다. 이 여단의 또 다른 특징은 가벼운 무기체계로 무장이 되어 C17 수송기나 군함으로의 수송이 쉬운 신속전개군이라는 점이다. 공군 기지와 항만을 끼고 있는 오산․평택은 북한의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타격한다는 작전계획을 이행하기에 이상적인 기지인 셈이다.
밑에서 지적하겠지만 한미동맹은 한반도 내의 역할에서 세계적 규모의 활동으로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만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현 군사전략을 놓칠 위험을 안고 있다. 군대는 미래의 위협에 대비도 해야 하지만 최우선의 사명은 현재의 전략을 이행해야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현 군사전략이 북한을 ‘주적’으로 지목하고 “신속한 승리”와 “결정적 승리”를 요구하는 한 미군의 최대임무는 이러한 전략을 이행할 능력과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재조정은 일차적으로 1-4-2-1전략의 이행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점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의 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한미동맹의 세계적 역할에 공감을 표시하고, 군사변혁과 군사력 증강을 추진한다고 합의를 하면서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향후 3년에 걸쳐 한국 방위와 직접 관련된 약 110억불 상당의 군사력 증강계획을 이행할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한미연합사의 연합작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미국의 군사변혁을 참조하면서 한국 군사력의 발전적 변화를 추진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1-4-2-1 전략’의 대상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핵태세검토와 반확산전략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양대전쟁전략과 대량살상무기 전략이라는 십자포화의 화점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것이 북한이라는 사실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2002년 초 공개된 「핵태세검토보고서」는 2001년 9-11사태이후 급증한 안보위기감 속에서 새로운 안보위협은 과거의 억제태세로는 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상황인식 속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핵전력 태세를 검토하고 향후 지침을 제시하는 이 이 보고서는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당면위기, 잠재적 위기, 예기치 않은 위기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바 이라크와 북한은 이 세 가지 상황에 모두 적용되는 “만성적인 군사적 우려”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구체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대북 핵전쟁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또한 2002년 12월에는 대량살상무기 반확산정책을 담은 「대량살상무기 퇴치 국가전략」이 발표되었는데 이 문서는 2002년 5월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 대통령명령 (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Directive) 17호」와 「본토안보 대통령명령 (Homeland Security Presidential Directive) 4호」의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공개되지 않은 명령서에는 보다 공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톤포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비밀 대통령명령은 대량살상무기나 장거리미사일 확보에 근접한 (close to acquiring) 국가나 테러리스트 조직에 대한 ‘선제공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선제공격의 정식채택은 냉전시기 내내 핵무기의 선제공격은 자제하면서 막대한 보복공격의 능력만으로 전쟁을 억제하겠다는 억제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중요하면서도 위험한 변화이다.
부시행정부는 이미 「핵태세검토」에서 북에 대한 핵공격을 고려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단지 지금까지의 문서들은 미국이나 동맹국이 공격을 받은 경우에 대한 대응책으로써 ‘공세적 방어’를 채택했는데 비해 이번에는 적국의 구체적인 군사행위가 없어도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점에서 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번에 확인된 「국가안보 대통령명령 17」은 적국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공격은 커녕 공격을 위한 군대이동 등의 준비작업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즉 적국으로 ‘찍힌’ 국가가 미사일 개발만 하더라도 또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만 해도 선제공격 하겠다는 노골적인 일방적 군사주의의 천명이며, 지난 2002년말 북한 화물선 나포사태는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공세적 반확산 정책이 실행에 옮겨졌음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 명령서의 비밀 부록이 북한을 이란, 시리아, 리비아와 함께 반확산정책의 중심대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령서에서 지적한 국가 중 미사일과 핵 능력에 있어 북한이 가장 앞서 있다는 점에서 북은 미국의 “방지”, “능동적 방어” 및 “선제공격” 등의 집중포화를 맞는 목표가 될 가능성이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것이다. 부시정부의 이러한 군사전략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지금까지 북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시켜온 제네바합의가 파탄으로 몰려가고 북의 미사일이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즉 북한은 미국이 핵심적 안보사안으로 여기고 있는 반확산정책의 최우선 타겟이며 북한이라는 ‘확산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은 핵무기 사용, 선제공격, 군사적 봉쇄, 외교적 압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 ‘1-4-2-1 전략’의 주요 목표가 라는 사실은 미군변환과 군사력 재배치의 현재적 타겟의 하나가 북한임을 반증하고 있다.
2) 주한 미군의 성격 지역방위군으로 전환
“한반도에서 분쟁이 재발할 위험성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보다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 때문에 우리의 관심은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배치와 작전개념을 지금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차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위기가 발생하여 우리의 대응이 요구될 때 대처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
미 육군은 ‘1-4-2-1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지 및 주둔 재조정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통합 세계기지 및 주둔 전략’ (Integrated Global Basing and Positioning Strategy)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전략에 따라 ‘육군무기 사전배치 (APS)’ 재조정과 ‘육군 지역 함단 (ARF)’ 개념 및 ‘원정기지(expeditionary basing)’ 개념 등이 개발되고 있다. ‘육군무기 사전배치 (APS)’ 재조정의 주요목적은 4개 핵심지역의 위기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현재 미 육군은 중화기를 수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여 신속히 분쟁에 개입하기 위해 한반도 해역을 비롯해 몇 개 지역에 육군용 무기를 사전배치해 놓고 있다. 일단 유사시 경무장한 군인만 분쟁지역으로 파견하면 현지에서 무기와 군인을 결합하여 즉시 전투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육군 신속전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군은 “1-4-2-1 전략” 채택 후 지역에서의 위기에 보다 더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전배치무기의 구성과 위치를 조정했다. 육상 사전배치무기 뿐만 아니라 해상 사전배치무기도 ‘육군 지역함단’ 개념에 따라 재조정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라 해상 사전배치무기는 3개 집단으로 분할되어 분산배치되었으며, 작전지역 사령관의 필요에 따라 신축적으로 배합이 가능하도록 조합식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원정기지’는 전방 해상에 “떠 있는 기지”를 배치하여 육군의 집결지 및 공중공격 출발기지로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미군이 어디에 배치되던지 상관없이 여타 지역에 언제라도 파견되어 신속한 작전이행을 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한미군의 작전반경이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이 변화하고 미군변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것이 동맹국에 대한 무시나 경시를 자동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부시 행정부이지만 ‘1-4-2-1전략’과 변환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도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원하고 있다. 「합참비젼2020」가 이전의 「합참비젼2010」와 다른 주요한 부분의 하나는 군사동맹 및 연합군과의 작전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합동작전이 변환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따라 합동사령부가 설치되었다는 사실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합동작전에서 동맹군 등 다국적군의 참여를 중시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합동 및 연합 작전에서의 상호호환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호환성은 무기체계 등의 기술적 호환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조직과, 과정, 전문영역 등에까지 적용되는 개념으로 발전되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첨단과학무기 구입 압력 및 동맹군의 첨단과학군화를 촉구할 수 있는 조건인 것이다.
동맹국이 미국의 전략이행에 도움이 되고 군사변환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미국은 또 동맹의 역할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맹조약에 규정되지 않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전략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지역에서 동맹군이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나토의 새로운 지휘구조가 형성되었다. 노포크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변환사령부는 나토라는 동맹 전체가 21세기의 도전에 응전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나토 대응군은 문제지역을 다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 있어서도 대서양동맹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나토가 나토 조약에 규정된 지역과 유럽을 벗어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안전지원군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재건과 관련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성과이다.”
용산기지 이전을 둘러싼 협상이 비용협상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은 한미동맹의 성격 및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 한국의 신 무기체계 도입 계획 등 국가안보의 핵심적 사안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이러한 전반적인 변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우선 용산기지 이전 자체가 미국의 전략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리며 진행되어 온 것이 확인된다. 즉 미군의 세계적인 감축계획이 본격화한 1990년6월 한미 양국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합의각서를 체결했고,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중단된 1993년 6월 사실상 추진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2001년말 한미양국이 주한미군 아파트 건립과 연계하여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신군사전략 채택 직후인 것이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은 ‘북핵문제’를 이유로 1991년 2단계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하기로 한 이후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2단계 감축을 “유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2단계 감축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진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고 한․미 양국정부와 국민이 믿는 한, 주한미군은 한국에 계속 주둔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1990년부터 되풀이되다가 1995년부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서 사라진다.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미국이 1995년 2월 발표한 「동아시아전략검토」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수를 10만명으로 정하고 더 이상의 감군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주한미군의 증감은 한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해왔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완강한 휴전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1953년 휴전을 결정했다. 이후 닉슨 행정부는 “아시아 방위는 일차적으로 아시아 국가 자신의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1969년「닉슨 독트린」에 따라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시켰다. 1970년대 말 카터 대통령도 주한미군 2사단의 철수계획을 발표했다가 미 군부와 의회의 반발과, 미 정보기관의 북군사력 재평가에 따라 이를 철회했다. 냉전 종식 이후 부시 대통령은 1991년 전세계적 규모의 전술핵 철수를 단행하는 일환으로 한반도 내 전술핵을 철수했으며, 탈냉전에 따른 해외주둔 미군병력의 축소를 이행하는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을 추진했다.
2002년 12월 제3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방안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토론”의 장으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을 구성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의 전략이 2001년9월 「4개년국방검토」와 2002년 5월 「방어계획지침」에서 ‘1-4-2-1전략’으로 정식화된 직후에 나온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03년 2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 예비회담에서 “동맹관계의 강화”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확인하고, 이러한 원칙 하에 2차회담에서 “미군을 지역안정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재조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한미동맹의 목적이 ‘한국방어’에서 ‘지역방어’로 전이되기 시작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초 미국의 전략이 ‘지역방위전략’으로 전환된 직후에 이에 걸맞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92년 한․미 국방장관은 이미 세계적 냉전이 종식되었고 이어서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 한미동맹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는 인식 아래 21세기의 한미동맹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랜드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이 2년 이상에 걸친 공동연구 끝에 1995년 한미동맹은 장차 ‘지역방어’의 목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1995년과 1996년에 개최된 ‘중장기 한미안보대화’에서 재확인된다. 1996년 28차 연례안보협의회의에 보고된 ‘안보대화’ 결과는 2단계의 한미동맹 변화를 전망했다. 즉 1단계인 남북대치단계에서는 한미연합 방위체계를 유지하지만, 북 위협이 소멸하는 단계에서는 연합지휘체제 및 주한미군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 단계에서 한반도 방위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며, 지역방위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9년에서 2001년까지도 ‘한미동맹 미래발전 공동협의’를 통해 이러한 인식이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 당국자간의 이러한 합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 연구가 시작된 93년부터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쟁억제와 동북아지역 안정유지에 크게 기여”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에 “동북아지역”이 명시적으로 추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2000년에 개최된 제3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양국은 “한반도 내 안정에 대한 당면한 위협이 감소된 후에도 이러한 양국 동맹관계는 동북아 및 아․태 지역 전체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한미동맹의 활동범위를 아시아 태평양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는 이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매년 확인되며, 2003년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도 “한미동맹은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지역동맹적 역할을 재확인했다.
2002년 연례안보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200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은 이러한 합의에 따라 한국군과 미국군 사이의 역할분담과 실천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즉 주한미군은 휴전선 일대의 작전과 관련한 10개의 군사임무를 한국군으로 이전하여 전방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증대하는 동시에 미군은 후방으로 이동하여 북의 장거리포가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북을 타격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역할분담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 재조정은 90년대 초부터 제시되었던 구상대로 한반도 방위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며, 지역방위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편과정에서 과학기술을 이용한 군사변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미국의 ‘군사변환’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군사변환을 주한미군에 적용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 향후 3년 동안 약 110억 달러 상당의 군사력 증강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군사변환이 주한미군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군에도 군비증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2002년 “연합방위태세를 개선하기 위해 군사기술 및 과학의 발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군도 첨단과학군으로 변환시켜야 한다는데 이해를 같이 한 데 이어 2003년에는 “한미연합사의 연합작전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미국의 군사변혁을 참조하면서 한국 군사력의 발전적 변화를 추진한다”는 의지를 조영길 국방장관이 공식화했다. ‘협력적 자주국방’을 내세운 참여정부의 안보정책이 군 현대화 명분으로 국방비 증액과 군사력 강화 및 한국군의 전방역할 증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전략변화 및 군사변환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특정지역이나 특정위협을 구체적으로 거명하기 보다는 ‘능력에 기반한’ 안보정책을 추구하는 부시 행정부 하에서 ‘지역안보’라는 내용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부시행정부의 ‘1-4-2-1전략’과 ‘군사변환’이 맞물리면서 한미동맹의 목적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재배치와 기지 재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5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 참모장은 “주한미군은 앞으로 역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우발상황이 발발할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며 “역내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21세기 한․미 연합군은 인도주의작전이나 동북아평화 유지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군의 작전영역도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즉 주한미군의 작전반경이 전 세계로 확대될 뿐만 아니라 한국군마저도 한미동맹의 이름 아래 전세계적인 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자 한국 국방부는 ”한미연합군의 역할 확대는 사실이 아니며, 지금까지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발뺌을 하고 ”캠벨 중장도 ‘본인의 발언 내용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가정적인 발전방향을 예시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사의 작전반경을 지역적 내지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국방어에서 세계분쟁 개입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시켜 왔다.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 미국의 군사전략이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군사변환에 힘이 실리면서 이러한 논의는 한․미 국방부간의 합의를 거쳐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파견되어 미군 지휘하에 있으며 2004년8월이면 주한미군 일부가 이라크 전쟁에 바로 투입된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고 한미동맹을 전세계적인 군사소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한국과 미국이 이미 2004년2월24일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을 개정하여 한반도와 북미지역에 한정된 한국과 미국의 상호 군수지원 대상지역이 전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했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한미동맹의 역할을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명백하게 위배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대한민국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조약당사국이 행동하도록 되어있다. 또 1954년 1월 19일 미 상원이 한미방위조약을 비준하면서 추가한 양해사항도 “타방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을 제외하고는 그를 원조할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조건을 엄격히 제한한 바 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한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아닌 다른 사안으로 작전을 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다. 또 동 조약 제3조는그 적용범위를 ”각 당사국은 타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군이나 미군이 한국의 영역을 벗어나서 작전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한국의 방위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그 작전범위를 한국 이외의 동북아시아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 양국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역할변화와 활동범위 확대는 한미동맹의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다. 한국군을 이라크 전쟁에 파견하고, 주한미군을 역시 이라크 전쟁에 차출하는 행위는 양국군이 이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두되 실질적 내용은 변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의 적용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한 것도 상위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둔 채 하위법을 수정하여 상위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과 적용범위를 변경시키는 방식이 관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미국 측은 오산․평택지역의 시설공사가 2008년까지 완공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군 변환 계획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2008년부터 구식군을 미래형 ‘목적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므로 이때까지 시설이 완공되면 목적군으로의 변환이 그만큼 손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래 육군의 규모에 대해 미 군부 안에서조차 뚜렷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산․평택에 건설할 기지의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더욱이 미 육군조차 ‘해양기지’의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장차 해외에 유지될 미군기지의 규모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규모를 추정하여 기지와 시설을 건설할 경우 정작 미군이 이전할 시점이나 그 이후에 ‘시설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논점 중의 하나는 숙소와 기지 등의 건설비용이다. 정확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이나 9-11과 1-4-2-1 전략, 군사변환 등을 놓고 볼 때 신시설물들이 기존 시설물 건설비용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자재비와 인건비의 상승 때문이 아니라 9-11 사태 이후 미국은 해외주재 공관과 기지의 안전규정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테러공격을 받더라도 미군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설비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부상했다. 또한 군사변환도 미군에 대한 ‘전방위 방어’를 강조하고 있어 기지와 시설물의 방어성은 이전에 비해 훨씬 강화되어 있다. ‘군사변환’의 일환으로 첨단군이 활동할 수 있는 첨단시설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도 건설비용을 높이는 또 다른 이유이다. 또한 미국은 “군인이 우리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에 따라 “군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했으며 숙소와 환경, 월급 등을 개선”하고 있다. 숙소와 가족용 아파트, 기지 등이 지금의 수준보다 향상되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인식은 미군기지 건설비용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미군 재조정이 한국의 안보이익과 합치하는가,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저해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에 투입되고, 한국은 이러한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의 분쟁에 한국이 끌려 들어갈 가능성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군이 미군을 쫓아 아시아나 타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고,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력이 대폭 강화된다는 것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강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군축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다자적 협력안보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한미동맹의 변화를 주동하는 미국의 전략과 군사변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 위에서, 이러한 변화가 한국 및 동북아에 미치는 장단기적 안보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기존 한미상호조약을 위배하면서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한미동맹 변환작업은 즉시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2004년6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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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Department of Defense, A Strategic Framework for the Asia Pacific Rim: Looking toward the 21st Century, Washington, D.C., April 1990.
(주2) The White House,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August 1991; and The White House, The National Militar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Washington, D.C., January 1992.
(주3) Lorna S. Jaffe, The Development of the Base Force 1989-1992, Joint History Office, Office of the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of Staff, July 1993.
(주4) 서주석, 「한미안보협력 50년의 재조명」, 한국국방연구원 연구보고서, 1996년 12월, 90쪽, 97쪽.
(주5) 제2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서, 1991년 11월 21일, 한국 서울. [강조 추가]
(주6) Department of Defense, A Strategic Framework for the Asia Pacific Rim: Report to the Congress, Washington, D.C., July 1992.
(주7) Les Aspen, Secretary of Defense, Report on Bottom-Up Review, Department of Defense, Washington, D.C., 1993.
(주8) Department of Defense, The United States Security Strategy for the East Asia-Pacific Region, Washington, D.C., February 1995.
(주9)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은 1991년 2단계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하기로 한 이후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2단계 감축을 “유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2단계 감축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진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1991년 ~ 1995년.
(주10)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은 1991년 2단계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하기로 한 이후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2단계 감축을 “유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2단계 감축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진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1991년 ~ 1995년.
(주11)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은 1991년 2단계 주한미군 감축을 “연기”하기로 한 이후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2단계 감축을 “유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2단계 감축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진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1991년 ~ 1995년.
(주12) United States Army Transformation Roadmap 2003, Department of Army, November 1, 2003, p. 6-2.
(주13) William M. Arkin, “U.S. Military: War Plans Meaner, not Leaner,” LA Times, March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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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코넬대 정치학과 교수이다.
* 이 글은, 통일연대 학술위 등이 6월 11일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6.15 선언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원고이다.
* 필자가 붙인 제목; 미군 재배치 논란을 통해 본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한미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