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축제 ‘국가란 무엇인가?’

복합문화축제 ‘국가란 무엇인가?’ | 문화

전시, 공연, 영화로 시대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발행 2017-05-19 00:02:24

수정 2017-05-19 0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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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곡 이야기 전시장 전경

난곡 이야기 전시장 전경ⓒ복합문화공간 에무

국가란 무엇인가? 인기를 모았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듯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라가고, 살아간다.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국가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웬지 어색하다. 국가에 의문을 나타내는 건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의 역사와 맞물리면 ‘반역’의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국가를 당연시하고 살아왔지만 우리가 마주한 근현대사의 사건들은 과연 국가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의문을 갖게 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국가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대선을 앞둔 지난 5월초부터 서울 종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선 이런 질문과 관련한 고민이 담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영화, 공연, 전시, 심포지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에 접근하는 복합문화축제 ‘국가란 무엇인가’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현재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과 함께 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가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국가란 무엇인가’ 영화 기획전은 한국 다큐멘터리, 한국극영화, 외국 극영화 등을 통해 청산돼야 할 역사의 반복을 시민의 시각에서 다시 보며, 새로운 역사를, 국가를 상상해보기 위한 자리다. 지난 5월7일부터 매주 일요일 관련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광주항쟁을 다룬 ‘오월애’ 등 국내다큐멘타리,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국내 극영화 상영이 이어졌다. 25일 마지막 순서로 외국 극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날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알제리 전투’ 등 영화가 상영된다.


김영종,(무제), 107x137cm, analog bw handmade print, 2004_1

김영종,(무제), 107x137cm, analog bw handmade print, 2004_1ⓒ복합문화공간 에무

‘국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한 전시도 열린다.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선 김영종 작가의 ‘난곡이야기’와 전성권 작가의 영상 ‘거미의 침’을 만날 수 있다. 김영종 작가의 ‘난곡이야기’는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난곡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발표한 작품을 다시 끄집어내놓은 것이다. 작가 김영종은 농촌을 떠나 달동네에 들어온 수많은 빈민들이 다시 쫓겨나는 이중의 축출을 ‘난곡’의 철거현장에서 사진으로 담았다.

‘난곡이야기’에서 작가가 자의적으로 구성한, 사태의 발생적 원인은 ‘개발 신화’이며 신화와 축출의 ‘재통합’이며 ‘가난의 공모’다. 객관적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흔히 보이는 폐허미(美)나 향수는 원인을 은폐하려는, 이것들의 유혹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사진 전시와 별개로 출판된 ‘난곡이야기’는 ‘사진+소설’ 형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전시장에선 이 책도 만날 수 있다.

전성권 작가의 12분 분량의 영상 작품인 ‘거미의 침’은 1970년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영상들이 담겨 있다. 아폴로 13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의 장례식,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아르헨티나의 후안페론의 죽음과 자유를 부르짖는 군중들의 행렬, 1968년 파월3주년 위문공연 필름, 1972년 서울시민회관 대화재 등 1970년대와 국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있다.

전성권,거미의 침(work-in-progress)싱글SD비디오, 12분 40초, 2016_2

전성권,거미의 침(work-in-progress)싱글SD비디오, 12분 40초, 2016_2ⓒ복합문화공간 에무

25일에는 미술평론가 성완경, 역사학자 한홍구, 사진작가 이시우 등이 참석해 ‘이미지의 공모와 기억, 그리고 재현과 표현의 차이-영상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다’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린다. 미술평론가 성완경은 ‘혁명을 그릴것인가, 그림을 혁명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역사학자 한홍구는 ‘국가폭력과 트라우마-다시,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를, 작가 김영종은 ‘난곡이야기:다큐멘터리 사진 이미지의 진실에 대한 모색’을, 사진작가 이시우는 ‘국가와 항쟁’을, 작가 전성권은 ‘거미의 침’ 작업과정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시와 행사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관련 문의는 복합문화공간 에무(02-730-5514, http://www.emu.or.kr)

http://www.vop.co.kr/A000011605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