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순례길 40일째 “서해와 한강하구에 평화를”-인천투데이2022.4.18

문정현 신부 순례길 40일째 “서해와 한강하구에 평화를”
기자명 방의진 기자 입력 2022.04.18 16:03 수정 2022.04.18 17:31 댓글 0

17일 순례단 강화군 갑곶성지~연미정 도보순례
“유엔사령부에게 지휘받을 법적 이유 전혀 없어”
유엔사 한강하구 민간선박 출입 제한 무효해야
인천투데이=방의진 기자│

문정현 신부와 봄바람 순례단이 국내 투쟁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3월 15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해 4월 30일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이들은 지난 한달간 제주, 전남, 경남, 세종, 강원 등을 거쳐 16일 인천에 왔다. 강화군 갑곶성지에서 출발해 연미정을 도보로 순례한 뒤 고려천도 공원에서 일정을 마쳤다.

순례단에 문정현 신부를 중심으로 군산과 강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활동단체 ‘평화바람’ 식구들이 고정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 자발적으로 길동무가 참여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길 위의 신부’를 자처하며 평택 미군기지 반대 투쟁, 강정 해군기지 반대를 주창하며 활동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12년째 제주 강정마을에 살고 있다.

순례단은 ▲지금 당장 기후정의 ▲차별 끊고 평등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 ▲전쟁연습 대신 평화연습 등의 슬로건을 걸고 전국을 돌고 있다.

오는 30일 서울에서 ‘다른 세상을 만드는 4.30 대회’를 열고 마무리 한다.< 기자 말>


문정현 신부와 봄바람 순례단은 17일 강화순례를 진행했다.

강화순례 시작 전 공연.

“유엔사령부에게 지휘받을 법적 이유 전혀 없어”

문정현 신부와 평화 순례단은 강화도에 소재한 한강하구 인근을 걸으며 서해와 한강하구의 평화를 외쳤다.

이날 남북교류를 방해하는 건 유엔사령부라는 의견이 나왔다. 흔히 유엔사령부를 유엔조직으로 보는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통일을 연구하는 이시우 사진작가는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돈도 미국에서 나오고 지휘도 미국이 하는데 유엔사를 유엔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저 미국기구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시우 사진가가 갑곶성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강하구 민간선박 출입제한 무효로 해야

1953년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 유엔군 3자가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정작 한국은 참여하지 못했다.

정전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내 법령으로 규정해야 하는데 정전협정에 관한 국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전협정이 국내 법적으로 지위가 없는 셈이다.

위 관점으로 한강하구를 보면,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국내법 지위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무효라는 게 평화 순례단의 요지다.

한강하구는 남북 민간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허가 없이 민간선박 출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시우 작가는 “유엔한테 법적지휘권한은 전혀 없다. 유엔사 규정은 따를 필요가 없으므로 한강하구 민간선박 출입 제한은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무장 지대에 평화시 만들고 평화통일 절차 밟자”

정전협정을 깨면 사실상 전쟁 중인 상태나 다름 없어 신중해야 한다. 국내법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건 2018년 남북이 체결한 9.19 남북군사 합의서뿐이다.

9.19 합의서는 남북이 직접 전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했다. 정전협정을 대체할 법적 근거가 있는 합의서는 이것뿐이다.

이시우 작가는 “평화협정은 깨지기 쉽다. 한강하구와 비무장지대에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토대로 평화를 이행해야 한다. 통일은 감상적 염원이 아니라 건국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무장지대에 평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연방을 만들고 평화통일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문정현 신부가 강화순례를 하고 있다.
이날 참여한 강주수 6.15 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는 “문정현 신부가 올해 83세가 됐는데 힘든 몸을 이끌고 순례하는 것에 감동받았다”며 “9.19 남북합의서 비준 등 인천에 평화통일을 알릴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문정현 신부는 “제주도에서 처음 떠날 때 아픈 이는 누가 있고 어디가 아픈지 누가 소외됐는지 살피기 위해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문제, 소외된 자들, 노동자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4월 30일에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330

“여보시오, 내가 가고 싶은데 못 가” 어느 신부의 외침
[봄바람이 길동무에게 12] 평화의 길, 강화 순례길
22.04.23 13:54l최종 업데이트 22.04.23 13:54l한상욱(hsworkr)
크게l 작게l 인쇄l URL줄이기 스크랩
1

본문듣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감8 댓글댓글달기
4월 16일, 봄바람 순례단은 봉화를 떠나 인천 만석동 기차길옆 작은학교에서 부활성야 미사를 드렸습니다. 기차길옆 작은학교는 인천 만석동과 강화에서 ‘가난한 삶을 지향하며 아이들과 함께 밥, 집, 평화를 나누며 자립과 생태적 삶’을 일궈 나가는 공동체입니다.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은 기차길옆 작은학교와 오랜 친교를 맺어 왔습니다. 기차길옆 작은학교의 식구들은 언제나 세상 아픈 곳을 찾아다니며 위로와 연대를 하였습니다. 만석동에서 봄바람 순례단, 기차길옆 작은학교 아이들과 공동체 식구가 모여 서로에게 힘이 되는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기차길옆작은학교 부활전야 미사
▲ 기차길옆작은학교 부활전야 미사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여보시오, 내가 가고 싶은데 못가

4월 17일 봄바람 순례단은 ‘평화의 길, 강화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서울 비정규직 노동자의 쉼터 꿀잠 식구들과 인천의 많은 길동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전쟁박물관 앞에서 김포민예총 회원들의 공연 이후 평화운동가 이시우 선생의 안내로 갑곶성지에서 연미정, 고려 천도공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전쟁의 상흔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강화대교 아래로 흐르는 염하강 절벽에서 6.25전쟁시기 강화 양민 학살사건이 있었습니다. 강화 양민학살사건은 민간인에 의해 강화 전역에서 저질러졌습니다. 제국에 의해 벌어진 전쟁터의 그늘에서 섬마을의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습니다. 국가는 전쟁을 일으키고 강화 곳곳에서 학살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마을의 경우 이데올로기를 넘어 한 사람의 용기로 학살을 막아냈다고 해설자가 전해 주었습니다. 평화는 한 사람의 용기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평화의 길, 강화순례
▲ 평화의 길, 강화순례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정전협정 제1조 제5항은 ‘한강하구 수역은 남북한의 민간선박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시우 선생은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돈도 미국에서 나오고 지휘도 미국이 하는데 유엔사를 유엔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저 미국기구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유엔은 아무런 법적 지휘 권한이 없으며 한강하구 민간선박 출입 제한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강하구와 비무장지대에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토대로 평화를 이행해야 하며, 통일은 감상적 염원이 아니라 건국 프로젝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평화의 길’ 참가자들은 철책선을 따라 연미정까지 걸었습니다. 연미정 강 건너 개풍군이 눈앞에 보입니다. 고려 천도공원 계단에서 눈앞의 북녘땅을 바라봅니다. 문정현 신부님이 소리를 쳤습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이리와! 이리와! 내가 가고 싶은데 못-가. 내 말 들리지.”

간절하게 불러 보지만 메아리는 없습니다. 팔십이 넘으신 한 길동무는 ‘저 강 건너 개풍이 내 고향인데 갈 수 없다’고 울먹입니다.

전쟁이 만든 철책선 위로 새들은 넘나들지만 우리는 만날 수가 없습니다. 분단 이데올로기는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군사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평화의 길, 강화순례
▲ 평화의 길, 강화순례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든 길에도 있다’는 고 말한 김남주 시인의 통찰을 오늘 되새겨 봅니다. 우리에게도 삼팔선이 존재합니다. 분단과 군사주의, 국가폭력과 개발주의, 부자와 가난한 자, 인간과 자연 사이에 삼팔선이라는 경계는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강화 철책선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4월 18일 오전, 봄바람 순례단은 의정부 캠프 스텐리 기지 근처에 있는 ‘두레방’을 찾아갔습니다. 1986년 설립된 두레방은 기지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성착취 근절과 군사주의 반대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 상담소입니다.

도착해서 두레방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두레방 장소는 기지촌 여성의 성병관리 보건지소였다고 합니다. 두레방은 기지촌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들과 E-6 비자로 클럽에서 일하는 필리핀, 러시아 등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법률 및 의료지원, 노동 및 인권침해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의정부 두레방 현장 방문. 캠프스탠리 미군기지 앞
▲ 의정부 두레방 현장 방문. 캠프스탠리 미군기지 앞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시간을 되돌려봅니다. 50~60년대 전쟁고아로, 식모로,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직업소개소의 덫에 걸려 기지촌으로 팔려 왔습니다. 국가는 기지촌을 관리하며 여성들을 성산업에 동원하였습니다. 기지촌 여성들은 ‘양공주’라는 멸시를 받으며 살았지만 국가는 기지촌 여성들을 달러벌이와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이용하였습니다.

기지촌 여성은 국가 관리의 대상이었으며 미군에 의해 맞아 죽기도 하였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았습니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름 없는 여성으로 살아야 했고 이름 없는 무덤에 묻혀야 했습니다. 1992년, 미군에 의해 살해된 윤금이씨도 그곳에 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기지촌 여성들이 살았던 빼뻘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색바랜 영어 간판만 남아 있고 상가는 닫혀있으며 마을은 텅 비어 있습니다. 시간은 그 세월에 정지된 듯합니다.

두레방은 지금 기지촌 여성을 위한 생활 안정과 의료지원, 장례지원 등 조례 법안 마련과 입법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요원한 상황입니다. 기지촌 여성들의 가해자는 분명 국가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

‘왜 국가가 나서서 기지촌을 더 활발하게 만들었는가? 안에서는 달러벌이 애국자로, 밖으로는 손가락질 받는 그런 삶을 살아온 우리의 삶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 2017년 12월 21일 미군 위안부 국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원고 박 **의 최종변론 중에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빼뻘 마을을 뒤로 하고 인천으로 다시 달려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자센터에서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 in 인천, < 평등길1110> 영화 상영을 하였습니다.

인천지역에서 차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석하였습니다. GM 비정규직 노동자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역지부 출입국관리소 지회장, 인천의 이주 난민,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 활동가, 성소수자의 이야기 모두가 절절합니다.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입니다. 이보다 더 높은 가치는 없습니다. 누구도 인간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존엄을 위해 용기 있게 싸우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치도 ‘차별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한 하루입니다.

내일을 여는 극장 < 평등길1110> 인천상영 및 간담회
▲ 내일을 여는 극장 < 평등길1110> 인천상영 및 간담회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봄바람 순례단은 4월 19일 오전, 인천공항 3층 도로에서 농성하는 출입국 관리소 지회 노동자를 찾아갔습니다. 오늘은 멀리 대구에서 길동무가 찾아오셨습니다. 인천교구 노동자센터 신부님과 활동가, 봄바람 순례단이 함께 농성장에서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출국대기실은 국내, 제3국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공항 안에 머무르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입국 불허자를 관리하고 송환 처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년 5만여 명 이상의 외국인이 출국대기실을 거쳐 갑니다. 출국대기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비정규직의 차별도 여전합니다.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비정규직 투쟁 천막 방문
▲ 인천공항 출국대기실 비정규직 투쟁 천막 방문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코로나가 터졌는데. 우리는 공사 직원이 아니니까 마스크를 안 주는 거예요. 근데 승객들하고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우리잖아요. 그래서 검역소에서 가지고 오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공항공사에서 마스크를 줬는데, 대기실에 오는 승객들 주라는 거예요. 밖으로 문제가 되는 건 싫은데 노동자들은 신경 안 쓰는 거죠.

8월부터 공무직으로 전환되는데 고용에 대한 예산편성이 안 되었어요. 무제한으로 무급휴직을 할 수도 없고요. 근데 이제 사람들이 많이 들어 오잖아요. 앞으로 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끝까지 싸워야죠. 저희 권리도 지키고 승객들 권리도 지켜야죠.”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출국대기실분회장)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코로나 이후 42명의 필수인력 중 반수가 교대로 무급휴직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공항 근처인 영종도 거주 노동자들은 높은 임대료로 견디기가 힘듭니다. 일용직, 편의점 알바로 버티고 있습니다. 법무부 공무직으로 전환하지만 인원 감축으로 집단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봄바람 순례단은 지구의 날을 앞두고 인천지역 기후위기비상행동 참여단체와 영흥동 화력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 현장 방문
▲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 현장 방문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영흥화력은 인천 온실가스의 45% 이상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2020년 인천의 전력자급률은 241.7%로, 국내 시·도 17곳 중 가장 높으며 서울, 경기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분진이 과수원을 덮어버리고 석탄 먼지가 심해 주민들은 창문을 닫고 빨래조차 널지 못합니다. 영흥도의 아름다운 섬은 미세먼지가 가득합니다. 미세먼지는 바람이 불면 수도권으로 몰려오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 됩니다.

그동안 봄바람 순례단이 지나온 곳곳의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파괴된 삶이 떠오릅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멈춰야 하는 국가이지만 오히려 삼척, 강릉에 신규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새로운 대안체제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 지구는 이 시간에도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28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