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평화기행 인천일보 서평2006/07/26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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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지대로의 기행

반세기 분단역사 재인식, 민통선 평화기행(창작과비평) 비무장지대를 찾아서(눈빛)

 올해로 한반도가 남과 북의 두 나라로 나뉜 지 벌써 5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과 북의 분단은 1953년 7월 27일 38선을 대신에 한국전쟁이 치열한 교전이 이루어진 전선이 휴전선으로 확정된 정전(停戰)협정으로 인하여 굳어지게 되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반세기를 넘는 기나긴 분단의 세월 동안 남·북의 백성들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준전시 상태에서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1990년을 전후하여 세계 냉전체제가 매가리 없이 와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21세기에 이르러서까지도 서슬 퍼런 고통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 황해바다의 보이지 않는 분단선 NLL에서 일어난 서해교전에서 보듯, 그리고 준전시체제의 위험한 생존경쟁이 불러온 연이은 핵무기와 미사일 사태에서 보듯, 한반도의 이 불안한 분단체제는 잠정적인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극복될 수 없을 터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인천, 강화의 시민들이 모여 분단체제의 차가운 경계선으로 얼어붙은 한강하구에 평화의 배를 띄우기 위해 시작된 행사가 올해에도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강화 앞바다에서 펼쳐진다고 한다. 이제 서서히 흔들려가는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완전히 해체하는 작업에 있어 이 행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민간이 나서 분단의 계선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정전체제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인 까닭이다. 이 행사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여러 평화운동가 중에서 이시우란 사진작가가 있다. 그가 분단 50주년을 맞는 지난 2003년에 출간한 ‘민통선 평화기행’(창작과비평사)은 분단 반세기에 이르는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휴전선 155마일을 쫓아 실제로 답사하고 기록·촬영하면서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낸 평화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정전협정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남북한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철원 지역 일대를 돌아본 이후 시작된 작가의 민통선 기행은 이후 서해교전이 일어났던 서쪽 끝 연평도와 백령도를 출발하여 강화, 파주, 연천, 화천, 양구를 거쳐 동쪽 끝 고성에까지 고행과도 같은 기행으로 완결되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여전히 냉전시기의 분단의식을 부추기는 ‘안보관광’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평화운동가로서의 열망이 가득 담겨 있다.
 같은 해 출간된 연합뉴스 이해용 기자의 ‘비무장지대(DMZ)를 찾아서’(눈빛)는 “정전 50년, 휴전선 분단현장 보고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비무장지대 일대에 대한 보다 사실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DMZ의 역사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활, 군 경계태세의 현황, DMZ 관련 주요 현안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DMZ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이 참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세밀한 현장 보고서에서 지은이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버리고, 이곳을 엄연한 군사협정에 의한 분단유산으로 새삼 재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저자가 둘러본 민통선 지역은 무분별한 난개발과 이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가 횡횡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이것이 향후 비무장지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점검하고 있다.
 정전협정 53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DMZ 평화답사’(오름)라는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 “남북평화와 남남화해를 위해”라는 부제를 단 이 책 또한 버려진 땅에서 미래 한반도의 옥토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는 비무장지대의 각 지역들을 속속들이 답사한 기록의 성과이다. 이곳을 답사하면서 저자는 전쟁과 분단의 고통으로 점철된 남·북간의 갈등에 더하여 최근 나날이 증폭되어가는 남한 내부의 갈등을 함께 돌아본다. 비무장지대를 매개로 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비무장지대가 갖는 의미를 남북 분단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차원에서 되돌아본다./문학평론가
종이신문정보 : 20060725일자 1판 8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