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평화기행서평-예스242006/09/11 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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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더냐?
philbook 님 | 2003-09-08 | 책내용 책상태

제가 이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 책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류 의 책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민통선’ 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제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던 게지요. 이 책은 여러모로 ‘이상한’ 책입니다. 우선은 친환경적인 재생용지 위에, 반환경적인 화려한 칼러 사진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작가가 사진을 전공했고 글의 성격상 많은 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가 될 수 도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글쎄요’하는 물음표가 남기는 합니다. 또한 이 책은 사진을 전공한 작가의 훌륭한 사진과 서정성 있는 내용이 돋보이는 기행문이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지뢰, 한국전쟁의 숨겨진 비화, 통일 등에 대한 메시지도 한 축을 담당하는 다시 말해서 사진첩, 기행문, 서정성 있는 산문과 더불어 반전, 반핵, 반지뢰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민통선 즉 철원, 강화, 백령도, 파주, 양구, 연천, 고성지역을 직접 답사하면서 역사적인 현장을 저자가 일일이 사진을 찍고 그 현장에 얽힌 인물을 직접인터뷰하고 그 사건에 관련한 사료를 발굴한 발로 쓴 글입니다. 저자가 통일기행 일번지라고 꼽은 강원도 철원은 제가 군복무를 한 지역이라 반갑군요. 철의 삼각지, 제 2갱도, 노동당사, 한탄강, 원정리역 등은 모두 익숙한 곳이지요. 노동당사하면 유명한 건물이긴 하지만 그 건물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역사적인 의미 등에 관해서는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으며 사실 별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놀라운 점은 그 노동당사를 직접 사용한 주인의 한사람을 발굴 인터뷰한 결과 노동당사를 누가 사용했고 사무실 배치와 각 사무실의 용도에 관한 숨은 사실을 알알이 밝혀냈다는 것이죠, 또한 1968~69년 사이에 한국의 비무장지대 일대에는 주한 미군의 주도하에 약 8만리터의 고엽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으며 또한 당시 철원 농민들이 풀을 쓰러뜨리는 신기한 이 약을 배급받아서 뿌리고 뿌렸다는 가슴아픈 사연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주요 명분이었던 생화학 무기가 한국전쟁 당시 평강, 원산등 경원선 지역과 경의선 등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었다는 의혹과 1952년에 파견된 국제조사단조차 세균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사실 저에게 생소한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지뢰문제를 빠뜨리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제가 근무한 철원지역도 한국전쟁때 격전지여서 비무장지대에는 사실 ‘길이 아닌곳은 전부 지뢰밭’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는 금언이 비무장지대만큼 잘 적용되는 곳도 없지요. 저는 지뢰밭 한켵에서 빨간색 삼각형 표지하나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요. 그 표지는 바로 예전에 지뢰사고가 그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고 그 표지판엔 사고 일자와 희생자의 인적사항이 빼곡이 기록되어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지금 비무장지대엔 얼마나 많은 그 빨간 삼각형 모양의 표지가 달려 있을까요? 사실 통일이 된다고 해도 걱정입니다. 하늘에 박힌 별보다 많은 그 많은 지뢰를 어떻게? 누가? 얼마나 걸려서? 얼마나 많은 사고를 거쳐서? 모두 제거하게 될까요? 또한 1951년에 B29전투기에 투하한 가스폭탄은 또 어떻게 해야 할 지요?

사실 가장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리
시인의 생각 한이 없어라.
먼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맞은 단풍잎 햇빛 받아 붉구나
<중략>

로 시작되는 율곡의 서정시를 구경할 수 있고 ‘녹슨 철마와 개똥풀’을 주제로 한 사진도 볼 수 있고 왕건이게 배신당한 궁예가 후퇴하여 쌓은 산성도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이 책의 가치는 문성근의 한 마디로 잘 나타나 있군요. ‘놀랍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은 필요치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