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행참가기-이은직2006/12/06 878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지고 즐거운 통일로~ /통일기행 참가기

통일기행해설사 과정을 수강하신 이은직 선생님

통일이라 하면 뭔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지고 멀게 느껴지고 어쩌면 몇몇 사람들에게는 아예 자신과 무관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 요즘의 현상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 살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이상 통일은 절대 멀고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통일은 지금의 나 자신과 후대를 위해서 반드시 이뤄내야할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평소 통일운동에 관심이 있어 교육 현장에서도 통일의 중요성과 다급성을 강조하여 청년들의 통일 주체로서의 인식을 높이고자 노력하며 나 자신 또한 통일이 되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고 통일 교육을 위한 노력들이 일상의 삶과 맞물려 자주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곤 했었던 차에 통일뉴스의 광고를 보고 <평화통일교육 및 기행해설사 양성과정 교육>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모두 8강에 걸친 평화통일 교육은 내가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정보를 체계화할 수 있었고 새로운 관점의 통일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통일에 대한 현실적 지향과 실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교육의 마무리로 진행되었던 파주와 철원을 돌아보는 통일기행은 이번 교육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고 진지하였으며 아주 유쾌한 경험이었다. 평소 답사여행을 즐기던 나에게는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여행, 그것도 통일과 관련된 기행임을 생각할 때 매우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 통일기행 첫날,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강 하구는 어떠한 정치,군사적인 제약도 막을 수 없는 민간 교류와 화합의 장임을 실감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통일은 작은 교류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은 망향의 설움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임진각.. 정전협정 시 포로를 교환하던 자유의 다리를 보면서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기로에서 흩어진 동포들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었고, 지금도 미국에 의해 양상되는 포로들의 뼈아픈 삶을 인식할 수 있었다. 연꽃 위에 세워진 자유의 다리를 보면 연꽃의 아름다움처럼 평화의 아름다운 기운이 이 다리에 번지기를 기도해 보았다.

국제선의 위상을 갖춘 도라산역 다음으로 간 곳은 도라전망대와 도라산역.. 도라전망대에서는 말로만 듣던 개성공단지역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개성과 연결되는 왕복 4차선 도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무장 지대로 끊어진 조국을 가느다란 4차선 도로로 간신히 연결하고 있는 듯 보였으나 그것이 갖는 의미는 매우 광폭적인 것이리라 생각하였다.
국제선의 위상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규모로 만들어진 도라산역에서의 감동은 평양을 가르키는 안내판에서부터였다. 일본의 대륙정복 야욕으로 건설된 경의선 철도지만 우리의 통일이 유라시아의 평화바람을 일으키는 세계사를 장식할 날을 그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성공단, 남북을 잇는 4차선도로, 도라산역, 주변의 물류기지를 돌아보며 민간 경제 교류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음을 그리고 이미 통일의 세대가 열렸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철원에 뜬 무지개 하루 일정을 접으며 도착한 철원은 넓은 평야만큼이나 여유로운 들녘으로 우리를 맞이했고 우리의 통일 염원을 희망으로 바꾸는 듯 해질녘 무지개까지 나타나 우리의 기행에 의미를 더하였다. 그날 저녁 이어진 강의와 뒷풀이는 그간의 친교를 확인할 수 있었던 즐거운 자리였다.

다음 날 우리는 일명 땅굴이라고 불리는 제2갱도를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갱도를 보는 내내 반공교육의 산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나 좀더 평화의 상상력을 가져보자는 이시우 선생님의 말씀으로 이러한 갱도가 더 이상 반공 교육의 장소가 아니라 평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 매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함을 생각해 보았다. 아마 이것이 바로 평화통일기행해설사를 양성한 목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월정리역 다음으로 간 곳은 철의 삼각지대 전망대와 월정리역이다. 녹슨 입간판과 녹슨 레일, 녹슨 기차만이 덩그러니 있었지만 기행을 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통일에 대한 염원은 녹슬지 않음을 확인하며 늘 깨어있어야 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금융조합창고, 농수산물검사소 등 일본 식민 수탈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구철원 지역을 지나 도착한 곳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노동당사.. 식민의 설움으로 늘 뒤로 뒤로 물러나 숨어 살 수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당당히 나와 모여 함께 할 수 있었던 곳 노동당사 앞 광장.. 해방의 기쁨으로 대동의 장을 펼쳤을 민중들이 그려지며 가슴 벅차졌다. 지금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노동당사를 보면서 해방 이후 진정으로 자유를 만끽하면서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꿈에 부풀어 움직이던 민중들의 역동적인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기행의 마지막이었던 승일교 마지막으로 들린 곳, 승일교… 승일교가 갖는 아름다움의 의미는 공법이나 양식이 아니라 남과 북이 다르게 만들었음에도 서로 어울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승일교를 바라보면서 통일을 바라는 우리들은 서로의 이질감이 더 이상 이질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어우러짐을 통한 또다른 통일의 미학을 만들어 내야함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승일교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어우러짐의 통일의 미학임에 틀림이 없다.

승일교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1박 2일의 기행은 마무리를 한다. 이번 기행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과 느낌들이 오고갔고 참으로 많은 의미를 남기는 기행이었다. 먼저 분단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너무도 그 분단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당위적인 통일만 생각하던 우리의 사고를 즐길 줄 아는 통일, 희망찬 통일 현실적인 통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뜻 깊은 시간이었다.

노동당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는 기행해설사 수강생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의 의미는 그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역사적 사실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를 되새겨볼 수 있어야 진정한 역사 교육이며 역사를 배우는 의미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행은 둘러본 자리 하나 하나에서 분단의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그 중요한 것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통일은 더 이상 요원한 소원이 아니며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현재진행형인 것이고 그 주역으로 바로 ‘나’자신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논어의 교훈을 생각해 보며 우리가 이끌어야할 통일의 모습도 통일 운동의 과정도 즐거움으로 가득 찬 희망의 과정이길 바라면서 가장 늦은 통일이 가장 멋지고 즐거운 통일이 될 날을 기대한다.
끝으로, 의미있고 충실한 강의와 기행을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겨레하나 관계자분들게 감사드리며 기행내내 성의있는 해설로 감동을 안겨준 이시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행 후기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