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44일째 화이트비치와 카데나기지 그리고 핵2004/08/29 1253


카데나탄약고의 달

오늘 오끼나와를 떠나기전 마지막 피시의 사용이다. 할이야기가 많지만 글로 쓰는것은 또 다른문제이다. 공항으로 떠나기전 글을 완성해야하는 부담때문에 급한 일만 기록해두기로 한다.

화이트비치
이틀이 걸려서야 화이트비치에 당도했다. 화이트비치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해변이다. 석회암이 바닷물에 풍화되어 기괴한 동화의 정원을 바닷가에 만들어 놓은듯한 풍광이 한켠에 펼져져 있고 옥빛바다에 긴 방파제가 나와 있는 군항이었다. 해안로를 따라 걷다보니 순간 눈에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유엔사 깃발이다. 화이트비치는 원자력잠수함이 정기적으로 입항하고 있으며 입항과 출항시에 일본정부 통고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의 진해항과 비교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차이가 느껴진다. 그러나 9.11이후 이러한 통고의무는 사라졌다.
원자력잠수함이 기항하기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설비가 필요하다. 하나는 캐멀이라고도 부르는 부이이다. 원자력엔진으로 작동하는 잠수함이 만에하나 방파제에 부딪친다는 것은 끔직한 일이다. 그래서 방파제에 미리 부이를 설치하여 충격을 예방한다. 부이는 있었다. 그 다음은 부둣가에 설치된 발전기이다. 원잠은 부두에 기항시 반드시 엔진을 정지시키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부두근처에서는 물위에 떠올라 예인선의 예인을 받아 항구로 입항하는 것이다. 엔진이 저잊되므로 함수함안의 모든 전기등을 공급할 전원이 필요하고 이것을 공급해주는 장치가 바로 발전기이다. 원잠은 부두에 닿자마자 발전기의 전원선과 연결되어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기에 부두의 발전기는 필수적인 기항시설인 것이다. 그러나 그 발전기가 부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원잠이 입항하는 것은 사진으로도 정부보고서로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잠이 입항할시 원자력엔진을 끄지 않고 입항한다고 밖에 결론내릴 수 없다. 이는 원잠에 핵이 탑재되어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 두가지점에서 문제가 된다. 하나는 국제해양법상의 위반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해양오염이다. 국제해양밥상 핵선박은 반드시 기항국에 입항 사실을 사전통고해야하며 인도와 뉴질랜드는 그리고 일본의 고베시는 시차원에서 비핵지대화선언을 통해 핵선박의 입항을 금지 시키고 있다. 또하나는 해양오염문제인데 핵엔진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일차냉각수가 오염될 확률때문에 2차냉각수로 터빈을 돌린다. 이 냉각수를 입항시에 바다에 유출하게되면 핵에 의한 해양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자주 핵문제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것이다. 저 푸른 옥빛바다가 갑자기 슬퍼진다.

*뒤에 사세보에 들렀을때 감시운동가인 시노자키선생에 의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화이트비치부두의 건물이 발전시설이라고 한다. 진해와 같이 외부에 노출된 발전시설이 아닌 건물안에 있는 발전시설이고 케이블을 이용해 전기를 보급한다고 했다. 발전기에 집착한 나머지 발전시설을 보지 못한것은 나의 착오였다.

카데나
캠프카데나공군기지는 오끼나와에서 가장 넓은 기지이다. 이틀을 걸었지만 결국 다보지 못했다. 탄약고를 가장 잘 살필수있는 곳을 찾아 지도를 들고 연구한다. 탄약고와 접해 있는 댐에 아무래도 마음이 당긴다. 땜은 식물낙원이란 곳을 거쳐 악취의 연막을 뚫고 가는듯한 쓰레기처리장을 지나 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었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토지를 이용하는 방법의 하나로 식물낙원도 쓰레기처리장도 댐도 존재하는듯 했다. 완만한 경사이지만 아래위에서 들이치는 햇발을 견디며 걷기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땀은 살결이 마주닿는 부위마다 땀띠를 만들어내더니 이젠 목에 곰팡이로 번져 지독한 가려움을 견디도록 시험하고 있었다. 다르다 다르다 이야기만 듣던 오끼나와의 햇볕과 습기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어쩌다 햇살을 마주보고 걸을때는 눈을 뜰수가 없다. 왠만한 눈치때문이라도 눈을 떠보려고 하지만 무리다. 만일 안전한 인도라면 나는 대충 눈을 감고 걷는다. 댐에 도착하고나서 댐을 선택한것이 너무 잘한일임을 알았다. 탄약고가 훤히 내려다 보일뿐만 아니라 댐이 만들어 놓은 전경에 노을이 드리우는 장면도 장관이었다. 탄약고에 다가가서 보니 탄약콘네이너가 분명한데도 바깥에 어떤 화재표식이나 화학위험도 표식이 부착되어 있질 않다. 이것은 두가지 가능성을 의미했다. 탄약콘테이너가 비어 있어서 표식을 붙일 팔요가 없거나 핵무기가 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탄약고표식은 재래식무기에만 해당한다. 핵무기의 경우엔 화재나 화학오염도를 측정할수 없을 정도의 절대무기이기에 표식을 붙이지 않는다.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또하나 이상한점이 발견됐다.시간이 흐르고 어둠이 내렸는데도 탄약고보관지역엔 조명등이 켜지지 않았다. 미군의 야전교범중 탄약고의 관리에 관한 부분을 보면 일정한 거리와 조도를 갖춘 조명을 밝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상식으로 봐도 탄약고의 침범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조명은 최소한의 전제조건이어야 했다
카데나기지의 탄약고지역은 72년 5월 일본으로부터 오끼나와를 반환받기 이전에 만들어져서 냉전의 핵경쟁시대를 거쳐서인지 충분한 넓이를 확보하고 있었다. 클리어존이란것이 있다. 탄약이 불의의 사고로 폭발을 일으켰을 때 특히 그것이 핵무기일때는 방호벽이라든가 하는것이 무용지물이된다. 탄약의 폭발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수 거의 유일한 길은 멀리 떨어지는것이다. 이 안전거리를 클리어존이라고 한다. 카데나의 탄약고는 활주로가 있는 중심부분보다 더 넓고 기지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어 핵무기를 보관하기 위한 클리어존의 확보는 가능한것으로 보인다. 이는 후템마의 노상 탄약고와 다른점이다.
이틀동안을 간신히 걸어 탄약고를 둘러보고 도착한곳은 미치노에키카데나라는 곳이었다. 우리말로 하면 길의 역 정도가 된다. 이곳은 오끼나와 사람들이 기지안을 감시하던 안보의 언덕 건너편에 만들어져 있었다 몇년전엔사 왔을때는 보지못한 건물이었다. 건물은 4층으로 안보의 언덕보다 더 높고 편해졌기에 안보의 억덕은 발이 끊겼다. 그런데 1층에 기지 전경을 찍은 인공위성사진이 걸려 있다. 그렇게 파악하려 애썼던 지도가 사진으로 걸려 있다니 또한번 허탈하고 반가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평화감시를 위해 놀러온다는 풍경도 낮설었다. 오끼나와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