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즈,사회학적 상상력요약2004/11/14 945

http://was.pe.kr/soc.htm

밀즈의 “사회학적 상상력”

밀즈는 비판이론의 대표적인 미국의 사회학자로 그의 저서 [사회학적 상상력]은 개인과 역사 그리고 개인과 역사가 상호작용하는 사회라는 세 지점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문제의 의미, 그리고 이성과 합리성의 상호 이율배반, 역사가 오늘날의 상황에서 지니는 의미 등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통찰력을 통해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다음은 [사회학적 상상력]의 서문에 해당하는 제 1 장 [약속] 중에서 국내 번역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밀즈. 1978. [사회학적 상상력]. 강희경, 이해찬 옮김. 홍성사. pp 9-15.

——————————————————————————–

현대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일련의 올가미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생각은 옳을 때가 많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직접 의식하고 있는 것이라든가 또는 하고자 하는 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개인적인 생활환경에 국한되어 있는 것들이며 그들이 지닌 비전과 세력 역시 직업, 가족, 이웃 등 클로우접된 장면에 국한되어 있다. 그밖의 다른 환경에서는 대역으로 활동하거나 혹은 방관자의 입장에 머무르고 만다. 따라서 비록 모호하게나마 자신들의 직접적인 생활영역을 넘어서는 야망이나 그에 따른 위협을 의식하면 할수록 올가미에 씌어졌다는 느낌은 더욱 짙어진다.

이러한 올가미에 씌어져있다는 느낌의 근저에는 겉으로는 비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전체 사회구조 자체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 현대 역사의 제 사실은 남녀 각 개인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한 사회가 산업화되면 농부는 노동자가 되고 봉건 영주는 완전히 파산하든가 아니면 기업가로 변한다. 제 계급이 흥망함에 따라 한 개인은 취업을 하기도 하고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자본투자율의 오르고 내림에 따라 용기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산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보험회사 외무사원이 로케트 발사 대원이 되기도 하며 상점 점원이 레이다 대원이 되기도 한다. 또 아내는 독수공방하게 되고 아들은 아버지 없이 자라게 된다. 따라서 한 개인의 삶과 한 사회의 역사는 결국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역사적 변동과 제도적 모순에 의해 규정하려고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안락 역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커다란 흥망성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활패턴과 세계사 진행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별로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관계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장차 자신이 주체적으로 참며하게 될지도 모를 역사 형성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모르고 있다. 그들은 인간과 사회, 개인의 일생과 역사, 그리고 자와 세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데 긴요한 정신적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자신의 개인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의 이면에 항상 개재해 있는 구조적인 변모를 통제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는 극복하지 못한다.

역사의 변모과정은 그동안 소중히 여겨 오던 가치에 입각한 개인의 방향설정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면 가치란 어떤 것인가? 이들 가치가 혼란상태에 있지 않을 때조차도 과거의 낡은 감정과 사고방식은 이미 붕괴되었으며 새로운 감정과 사고방식은 도덕적 응고상태라 할 정도로 모호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갑작스레 직면한 넓은 세계에 대처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 어찌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또 자신의 생활에 대한 이 시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어찌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완전히 사적인 개인으로 남아 있고자 하는 것이 이상할 게 있는가? 그러니 올가미에 씌어졌다는 느낌이 이상할 게 있는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보만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사실의 시대(Age of Fact)에는 정보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지배하며 그것을 소화할 능력을 압도해 버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추론의 기술만이 아니다. 비록 그것을 습득하려는 투쟁 자체가 그들의 한정된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말지만.

그들이 실제로 필요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자신들 내부에서 무엇인 일어나고 있는지를 선명히 요약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정신적 자질 바로 그것이다. 저널리스트나 학자, 예술가나 대중, 과학자나 편집인들이 이른바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질이라고 나는 주장하고자 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끊임없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1) 어느 특정 사회를 하나의 전체로 볼 경우 그 구조는 무엇인가? 그것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는 무엇이며 그들은 상호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그것은 다른 여러 가지 사회질서와 어떻게 다른가? 사회 내의 어떤 특정 요소가 그 사회의 존속 및 변화에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 이 사회는 인간사 내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그것을 변화시키는 기제는 무엇인가?그것이 인류 전체의 발전에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이며, 지니는 의의는 무엇인가? 3) 이 사회, 이 시대에 가장 지배적으로 우세한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지배적으로 우세해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사회학적 상상력은 우리들로 하여금 역사와 개인의 일생, 그리고 사회라는 테두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바로 이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의 과제이며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