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주문예운동의 미학적 기준은 이상20020909

(2) 자주문예운동의 미학적 기준은 이상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닥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체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에 이르는 마지막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아서 오는 조직’ 에서는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사람의 요구라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의 조직’ 에서는 미적 판단의 기준이 실용적 요구와는 다른 순수 정신적 요구라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순수 정신적 요구가 모두 미적 판단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순수 정신적 요구에는 도덕적 규범, 신앙, 소원, 희망 등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합니다. 이 모든 것이 미적 판단과 관계있지는 않습니다. 도덕적 규범은 사람의 상태가 어떠한가에 관계없이 사회적 가치체계에 따를 것을 요구하며, 신앙은 종교적 귄위에 대한 복종을 요구합니다. 소원이나 희망은 사람의 상태를 전제로 하지만 공상적 한계를 갖기 때문에 미적 판단의 기준으로 까진 되지 못합니다. 과연 순수 정신적 요구의 어떤 형태가 미적 판단과 관계있는 것일까요?
풍물분과 회원 한분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 풍물패는 미류나무처럼 위로만 크는 조직이 아니라 느티나무처럼 옆으로 넉넉한 그늘을 만드는 조직이 되어야 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만일 이 표현을 ‘소수정예조직이 아니라 광범위한 대중조직으로 되자’라고 논리적으로 표현했다면 우리는 이 말을 인상깊게 기억하지도 감동을 받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느티나무의 비유가 감동을 주는 것은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하면서 우리모두가 지향하는 바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는 구체적 현상을 직접 접하므로서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확인하셨습니다. 느티나무라는 형상에서 논리만 추출한 것이 ‘대중조직, 대중중심적 관점’ 이런 말들입니다. 형상이 논리로 대치되는 순간 이상하게 처음의 생생한 감동이 사라집니다.
또한 지향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로 향하는 속성이 있으므로해서 미적 감동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지향과 형상이 통일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나한테 1억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복권을 사는 것은 1억이라는 구체적 형상과 제발 당첨됐으면 하는 지향이 통일되어 있지만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소원의 형태를 취합니다. 그래서 되면 좋고 안되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당첨되지 않았다고 해서 비극적 감정을 갖게 되건, 당첨됐다고 해서 숭고한 감정을 갖게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싹부터 느티나무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지향은 전망적인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꼭 그렇게 돼야 한다는 미래 지향적이며 전망적인 요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느티나무 같은 조직이 되어 가면 갈수록 서로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좌절되었을 때 비장함을 느끼게 됩니다. 느티나무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반영 할 뿐 아니라 현재의 한계를 극복한 모습까지 담고 있으므로해서 소박한 소원이나 일시적인 희망과는 다른 형태로 자각됩니다.
이것을 이상이라고 합니다. 난관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에게 숨어있는 것이 바로 이상입니다.
이상은 지향의 가장 높은 형태이며, 생활의 최고목적입니다.

1) 이상과 이념 이상과 요구의 관계
이런 점에서 이상은 이념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념이 이론적 명제의 형태로 주어진 것인데 비해 이상은 생활의 최고목적이 생생한 현실로, 형상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식당에 가면 가끔 액자에 끼워진 ‘이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라는 문구의 내용이 바로 이념형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 때 항상 등장하는 이순신, 임꺽정, 서산대사 등이 이상형이 됩니다. 역대 사상가들이 자신의 사상이념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유토피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등의 소설로 이상화의 방법을 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모든 미래적 지향이 이상은 아닙니다. 이상은 인간생활의 보다 근본적인 요구, 지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시적이며 부차적인 요구나 이해관계는 이상이 되지 못하며 소박한 염원이나 동경은 공상이 됩니다.
이상의 모든 것은 자주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주적인 요구와 가진 힘이 발전하는 데따라 지향도 발전합니다. 이상을 키워가는 사람은 사람을 대하는데서 ‘누구는 이게 문제라서 안돼’ 라고 하기 보다는 ‘누구는 이점이 정말 배워야 할 점이야’ 라고 생각하는 주인된 태도를 갖습니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장점을 하나도 남김없이 자기 것으로 하려할 때 우리는 어려울 때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2) 이상의 특징
앞의 내용을 정리하기도 할 겸 이상에 대하여 구성요소와 그들간의 관계를 통해 특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상을 분석해 보면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원자처럼 세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대상에 대한 지식입니다. 대상은 두말 할 것없이 자기가 지향하는 대상이며, 지식은 진리적인 지식입니다.
둘째는 대상의 장래발전에 대한 생생한 형상입니다.
셋째는 사람의 활동을 추동하는 동기입니다. 이 추동적 동기가 이상의 본성을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하기에 셋중에서도 기본을 이룹니다.
이 세가지 요소의 관계를 보면 첫째, 이상의 지식적 측면은 인식의 전제조건을 이룹니다.
과거에는 비약하고 왜곡된 지식에 기초해서 단순한 소원이나 주관적 희망으로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진리적 지식(5호 ‘신바람은 좋아서 오는 조직’ 참조) 만이 이상의 참다운 전제조건이 됩니다.
둘째, 장래발전에 대한 생생한 형상은 그것이 어떤 사람, 어떤 집단의 것인가에 따라 내용과 가치가 결정됩니다. 신바람 회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건전한 이상을 제기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추동적 동기는 기본요소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태도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항상 미래로 지향하기에 자기가 바라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현실을 비판하고 깨어있게 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한 태도가 현실을 변화발전 시키기 위한 활동에로 사람을 고무하고 추동합니다.
지식과 형상, 동기 세요소의 관계로부터 이상은 희망이나 소원, 이념과는 다른 세가지 큰 특징을 갖습니다.
첫째는 사람의 전망적인 요구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표현하기에 사람의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이상을 가질 때 사람은 훌륭한 미래에 대해 동경하며, 풍부하고 다양한 정서를 체험합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설령, 생명의 위협을 받는 때조차도 낙천적인 정서와 건전한 감정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이 고문과 감옥 속에서도 주옥같은 예술작품을 남기는 것을 보면 이람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생활에서 일정한 지향성을 가지게 합니다. 사진 한장을 봐도 우리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고 그 다음이 배경입니다. 이처럼 자기가 관심이 집중되는 대상에 우선적으로 시선을 돌리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이상은 사람의 전망적인 요구로 근본적인 요구와 이해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상을 가질 때 우선적으로 주의를 돌리고 집중하며, 그 요구를 실현하기위해 활동을 수행합니다.
셋째는 이상이 인간의 요구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표현하는 것으로 하여 현실적인 것에 비해 보다 훌륭하고, 아름다우며, 매혹적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의 이상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열렬히 사랑하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형상이라도 사람들에게 매혹과 애착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것은 참다운 이상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본질을 은폐하기 위해 웅장한 형상을 창조하길 좋아했지만 그것이 애착보다 증오를 불러 일으키는 한 결코 우리의 이상으로 될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한 이상의 특징으로부터 우리는 어떤 난관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의 아름답고 위대한 정신세계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미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과 미의 판단 기준이 사람의 자주적인 요구중에서도 이상의 형태를 띤 구체적인 요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