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이론을 통해본 사진론2001/10/01

모형이론을 통해본 사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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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모형이다.

사진은 시대의 모형이면서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 새로운 현실의 과정이 된다. 음악이나 건축이 세월과 함께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으며 완성되어가듯 사진도 시간과 함께 새롭게 해석된다.

우선 사진은 현실의 모형이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찍은 사진은 최초로 사회인으로서 인정받는 공식사진이 된다. 사회인으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모양새가 이 사진에서는 중요하다. 머리는 단정해야하고 얼굴은 깨끗이 닦여져 있어야 한다. 자세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한다. 나는 사진사를 통해 사회가 원하는 이상형으로 만들어 진채 찍힌다. 나의 여러 모습이 있지만 사진에 찍히는 것은 항상 사회가 인정하고 요구하는 범주에서의 특정한 모습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찍지만 모형화된 있는 그대로의 모습니다. 사진초창기에 파리시내를 찍은 사진은 별의미 없이 직은 것 같지만 사실은 시민혁명의 주역인 자신들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을 찍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풍경을 통해 모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다른 예술류와 기능적으로 유별난 점은 현실을 모형화 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현실의 과정으로 전화된다.

사진은 현실생활의 한 과정이다.

사진의 대량복제능력은 미술관에 걸리는 한점의 그림과 달리 누구나 자신의 생활속에서 소유,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 사진의 폭발적 영향력의 힘이다. 증명사진은 자신이 사회에 자신을 알리므로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 모형화 하지만 그것은 생활의 한 과정이 되어 자신을 대신하는 사물로 기능한다. 마치 작전지도가 모형이면서 작전 수행과정에서 계속 쓰여지고, 컴퓨터가 두뇌의 모형이면서 축소된 두뇌로서 독자적인 역할을 하듯이 말이다.
이로부터 모형체계로서의 사진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형체계로서의 사진
모형체계는 원대상 – 주체 – 모형 3요소의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원대상은 현실에 기반하지만 현실 자체와는 다르다. 주체가 모형을 만들고자하는 목적에 의해 선택된 대상이다. 사진가에 의해 포착된 현실은 사진가가 표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 선택된 현실이다. 왜 사진가는 특별한 현실을 선택하는가? 현실은 사진가의 창조력의 원천이지만 현실 그 자체는 사진가에 의한 직접적인 조작을 방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실미와 예술미는 밀접한 연관을 갖지만 현실미가 곧 예술미로 전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는 자신의 시대적 이상에 비추어 전형적으로든 이상적으로든 현실의 모형을 만들어낸다. 모형으로서의 사진이 작가의 이상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사진을 다루는 아무런 이점이 없다.(?)

이때 사진가는 작가의식이라는 관념적 과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정보체계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진가는 자기나름대로의 시대관에서서 설정된 주제, 그리고 유비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원대상에 대한 최초의 정보에서부터 출발한다.

여기에서 유비(類比)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자.

사진을 통한 현실의 모형화는 반드시 원대상과 모형사이의 유비를 전제로 한다. 유비는 비슷한 것이다. 비슷한 것은 현실과 대상사이에 구조, 기능, 행동, 면에서 부분적으로나 또는 거의 전체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다. 사진은 다른 매체에 비해서 현실에 대한 구조적 유비를 보여주는 면에서는 탁월하다. 전쟁의 참상을 찍은 사진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비유나 은유가 아닌 증명의 수단이 된다. 일치에 가까운 모형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진이 곧 현실은 아니다. 유비일 뿐이다. 구조적으로 현실을 그대로 모형화 하고 있다고 해서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진 않는다. 성두경의 전쟁사진과 이경모의 전쟁사진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전쟁의 참상을 사실대로 전달하는데 있어서라면 단연 이경모의 모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조용하고 스산한 전쟁의 페허를 통해 역설적으로 비극적 서정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성두경의 사진이 탁월하다. 기능이 다르다. 현실의 원대상에서 작가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에 따라 유비를 통한 모형화의 방법이 달라지고, 기능이 달라진다. 그런면에서 구조적 유비보다 기능적 유비가 모형의 특징을 집중적으로 표현한다. 예를들어 멀리서 잡은 폭격장면과 50년뒤에 폭격맞은 기차의 잔해에 피어난 꽃을 비교해보자. 구조적으로는 원대상의 유비를 일치에 가깝게 표현하는 것은 전자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현실그자체를 표현할지 몰라도 너무 멀리에서 찍힌 탓에 기능적으로는 별다른 감을 주지못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는 당시 상황을 구조적으로 일치하게 표현하진 못하지만 기능적으로는 훨씬 함축적인 유비로 작용할수 있다. 이때 모형으로서의 사진은 기능적 유비를 통해 훨씬 집중적으로 자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기능의 유사성은 행동의 유사성을 포함하지만 반드시 구조의 유사성을 포함하진 않는다.
작가는 원대상에서 목적에 맞는 유비를 찾아냄으로서 원대상에 대한 잠정적인 모상과, 장차 만들어져야 할 모형에 대한 잠정적인 관념적 계획을 마련한다.

모형으로서의 사진은 자연, 기술, 인간과 관련된 대상으로, 하나의 기호체계가 된다. 모형으로서의 사진은 원대상에 대한 유비를 포함해야하며 동시에 주체와 원대상 사이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가로막음으로서 사진이 필연적으로 원대상의 ‘대리자’가 되게 하는 모종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대상과 질적으로 구분된다. 모형은 원대상 및 주체로부터 독립된 직접적인 인식대상으로서 사람에 의해 이용된다.
여기에서 잠시 모형과 유사하여 혼돈을 줄 수 있는 개념인 모상과의 관계를 짚고 넘어가자.

모상은 외부대상의 작용을 원인으로 하여 주관에 의해(자극이 의식의 사실로 바뀜으로서) 성립되는 반면에, 모형으로서의 사진은 대상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없이 언제나 특정한 목적에 따라 사진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진가는 모형체계에서 원대상의 모상과도 관계하지만 모형의 모상과도 관계한다. 모형은 주체의 인식대상이자 조작대상이므로 모상은 모형화를 위한 부분적인 구성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작가에게서 모형으로서의 사진을 만들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원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고자 할 때, 맥켄지는 의병들이 어려움과 고난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애국정신이 그들이 고상함을 잃지 않는 힘임을 느끼고 사진을 찍는다. 스스로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기위해 사진가는 현실을 모형으로 관찰하고 찍게된다.

둘째, 사진을 통한 정보로 사람들의 행동을 목적에 맞게 통제하고자 할 때, 주로 숭고미를 표현하는 사진을 통해 두드러지는 목적이다. 다른 모형과 사진모형이 다른점은 논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감동을 통해서 사람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셋째, 대상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최적화 하고자 할 때, 모형으로서의 사진은 우선 사진가의 목적에 적합해야하며, 모형으로서 사진의 속성은 원대상과 가능한 유사한 것이어야 한다. 이로부터 모순이 발생하는데, 때문에 최적화의 문제가 발생한다.

넷째, 어떤 과정에 대해 원대상의 기능들을 대치하고자 할 때, 증명사진, 기념사진은 현실을 반영한다기 보다 예식장의 공식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찍혀진다.

다섯째, 위의 과정을 통합한 기능을 수행하고자 할 때, 예를 들면 어떤 개략적인 사진모형은 처음에는 가변적인 기획안의 역할을 하다가 나중에 최상의 방책인 것으로 확정되면 원대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사용된다. 최민식의 사진에서 빈곤의 시대적 모형화는 당대에는 한계가 많은 가설일수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빈곤의 문제를 손 놓지않고 제기 했다는 점에서 한시대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다.

모형으로서 사진의 기능
1. 인식 : 원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제공, 이 인식의 유추를 통한 해당 속성들에 대한 가설 도출, 모형으로서의 사진이 이러한 인식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인식을 넘어서는 정보가 모형내부에 포함되어 있어야한다. 주체는 사진에서 진정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로부터 원대상의 해당 속성들을 추론해 낼 수 있어야 한다.

2. 설명과 논증 : 원대상의 알려진 정보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부수적인 정보들에 대한 탐색. (설명기능은 설명되지 않은 정보를 이미 알려진 현상들을 이용하여 다른 형식으로 ‘변형’할 경우에 성립한다.

3. 표시 : 원대상 자체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대상의 속성들에 대한 측정이나 가시화가 사진에서 이루어 질 경우.

4. 변형및 최적화 : 원대상과 사진에 의식적인 조작을 가하고 시행착오방법을 사용한 접근을 통해 원대상의 양적인 최적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 (양적 변형과 최적화 이상의 것이 추구된다면 그것은 이미 계획의 기능을 갖는다.)

5. 계획(구성) : 사진을 통해 원대상의 합목적적이고 실현 가능한 변형체를 다듬어 내는 경우. 이런 기능의 원천은 노동과정이다. 이 경우 노동과정의 계획성의 출발점은 바로 사진을 통한 관념적 모형이다.

6. 검증 : 가설이 사진을 통해 검증될 경우. 만약 해결방식이 반복적으로 수정되는 경우 계획적 기능이 된다.

7. 통제 : 사진들의 거대한 집합을 기초로 한다. 이 정보들이 주체인 사람에게 지시나 안내역으로 이용되어 해당 대상을 목표에 맞게 실현하도록 하는 기능. 사진을 통해 기억된 계획모형은 일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예로 사진이 현실에 대한 학습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될 때, 사진은 외부세계에 대한 내적 모형으로 정리되어 주체가 외부세계에 대해 자신의 행동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행동방식을 내적으로 통제하는 외부세계에 대한 관념적 모상의 기능을 모형으로서의 사진개념으로부터 설명할 수 있는 소지를 발견한다.모형은 관리활동의 틀내에서 관리기관(정보구조 및 제어구조)의 체계를 분석하고 최적화하는데 이용되고, 실행되어야 할 복합적인 과제(계획실행의 내용)에 대한 최적의 구상으로 다듬어져서 이용된다.

8.대리기능 : 다른 부분적 체계들을 실질적으로 대신하는 기능을 갖는다.

모형으로서의 사진이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는 것은 모형으로서의 사진과 원대상간의 관계의 복잡성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진의 기능도 다양하게 확대 되어 간다.

사체(寫體)
사진가가 현실의 특정 속성들을 유비적으로 나타내주는 사진을 목적에 맞게 창작하고 이를 주로 현실에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이용함으로서 특정유형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과 양식의 총체. 글에서의 문체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이상을 모형화 하는 사진방법과 유비의 체계가 있다.이를 일단 사체라고 개념지어보자.

사진방법과 유비의 체계는 어떻게 사체를 규정하는가

우선 사진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진방법은 사진가에게 주어진 과제를 사진가와 원대상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도록 하는 원대상의 특정조건 및 속성을 조건으로 삼고 있다. 사진방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주체는 원대상뿐 아니라 사진과도 상호작용 한다.

전체과정은 원대상-주체-모형으로 이루어진 모형체계( 3항관계)에서 진행된다.

원대상과 사진사이에서 성립하는 모형관계( 2항관계)는 언제나 원대상의 구조, 기능 ,행동에 대한 유비이다.
사진 방법에서의능동적 출발점과 담지자는 주체인 사진가이다. 사진가는 원대상, 모형과 비교해 볼 때 입력과 출력을 지닌 정보처리체계라고 할 수 있다.

사진방법의 단계
사진방법으로규정되는 조작체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근거가 되는 주요단계를 포함한다.

1. 과제와 원대상의 속성 및 조건들을 고려하여 목적에 맞는 모형을 선택 설정한다.

2. 사진에 관한, 특히 사진모형실험에 대한 부가적인 정보들을 얻기 위해 사진을 다룬다.

3. 2와 주어진 모형관계의 내용에서 출발하여 원대상에 대한 정보를 유추, 또는 그밖의 다른 방식을 통해 끌어낸다.

4. 3의 성과를 이용하여 과제를 원대상에 대해 직접 실행하고, 동시에 검증한다.

* 경우에 따라서는 점차 개선된 사진형태를 만들어 나가도록 1의 과정을 순환적으로 진전시켜 나갈 것을 결정하는 기초를 마련한다.

사진방법에서의 문제
1. 사진쟝르에 따라 따라 적당한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에 따라 선택된 사실적 사진 자체가 전형적인 사진이 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연출된 사진은 인위적인 성격 때문에 보다 강력하고 계획적인 유비의 형태를 띌 수 있다. 개념적 제목이나 글은 원대상의 특정한 속성을 재현할 수 있다.

2. 사진은 원대상에 대한 역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를 주체에게 제공해야한다. 이것은 모형으로서의 사진을 창작하는데서 사용된 정보외에 사진의 본래적인 기능이다.

3. 유추의 논리적 구조는 유비(원대상과 사진을 비교함으로써 도출)에 대한 정보를 전제로 원대상에 대한 가설적 명제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설적 명제들은 1의 단계에서 원대상에 제시된 처음의 인식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원대상에 대한 사진가의 행동이 발전적으로 통제되며 원대상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낸다. 이런 가설은 사진에서 제시하는 명제가 충분히 믿을만한 것이 되지 못할 경우에는 반드시 원대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이제는 사체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인 유비의 체계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일반적 개념으로서의 유비를 알아보자.

유비란 두 개 이상의 대상물이 구조나 기능적인 일정한 특징들이 일치함이다. 유비는 다양하며 극단적으로는 동일성에 해당하는 유비도 있다. 유비의 발견은 법칙을 인식하기 위한 최초의 단계이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구조적유비 : 구조가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것 첵의 물질적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원자모형과 태양계간의 유비이다. 게슈탈트

기능적유비 : 구조유비보다 중요. 구조에선 구별되나 기능에선 일치할 때, 사이버네틱스체계가 기능상 유비적이면 상호대체가능. 이 경우 하나의 체계는 다른 체계의 모형을 표현한다. 따라서 한 체계에서 이루어진 행동분석이나 실험은 다른체계에서 대체될 수 있다. 구조유비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비 그자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항상 특정한 기능에 관계되는 한에서의 유비만 존재한다. 따라서 유비적인 제 속성이 본질적인가 비본질적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문제는 무엇보다 유비를 환원적 추리에 적용하는 경우, 특히 유추의 경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리적유비 : 하나의 속성이 본질적인가 비본질적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그 속성에 ‘비중’을 부여함으로써 표시될수 있다.
사이버네틱스에 의해 유비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것, 보편적 방법론의 영역에서 유추를 시도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객관적 실재의 대상들 사이에 유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실재의 여러 다양한 영역에서 유비적 구조 내지 기능을 발견하는 작업은 사이버네틱스적인 개념구성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서 훨씬 용이해 졌다. 그 작업은 멀지않아 서술과 탐구의 방법을 더 풍요하게 할 것이다.
유비를 둘러싼 사이버네틱스의 개념들의 도움을 받아 유비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철학적 일반화의 작업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이런 통찰은 유비를 동일성들의 변증법적-모순적 통일이라고 보는 변증법의 인식을 엄밀하게 할 수 있다.사진에서 표현되는 유비의 체계는 일반적 유비의 체계와 마찬가지로 시대정신과 사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된다.

우리는 이러한 결론으로부터 서양의 사진과 다른 한국사진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고민을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