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사진교육연구소 2차 전시회 평가서2001/10/01

1) 전시회 이전 평가

1. 이번 전시회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창작
보통 조직창작은 창작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모여서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 정도로 생각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창작 조건도 안되는 사람들의 궁여지책인 것 처럼말이다. 혼자서 하기 어렵고 답답하니까 서로에 의지해서 창작을 해보려는 나약한 마음이 거기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경우에 조직 창작은 자유주의적 창작보다 훨씬 못할 뿐아니라 껍데기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 창작이다. 여럿이 모여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조직창작의 전제조건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우리는 올해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그 단초를 발견했다.

2. 조직창작의 전제조건 사전기획제
올초 겨울의 철원 야외 촬영행사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추억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한 번으로 끝나지 말고 계절 마다 철원으로 촬영을 오자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었다. 사실 우리의 야외촬영행사는 두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첫째는, 촬영보다 여행과 여가 활동의 측면이다. 남대문 시장이나 집회 장소등이 촬영장소로 선택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남대문 시장도 갔었고, 용산촬영행사도 있었다. 그래도 어딜 갈때면 시외로 나가는 우리의 버릇은 촬영행사가 단순히 사진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사진을 아직 치열한 현실개조인식의 무기로 까지 보지 못하는 관점과 조건의 미성숙 등이 그 이유 일 것이다. 둘째는,사진을 통해 피사체와 완만하지만 깊은 만남을 갖고자 하는 요구이다. 피사체로서의 자연은 대상을 찍을 뿐아니라 자신을 뒤돌아볼 여유공간을 만들어 주는게 사실이다. 작더라도 깊은 만남을 잠깐이라도 거기에 담겨진 자신의 모습을 관조하고자 하는 욕구 그래서 다시 힘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소중한 체험의 욕구가 있다. 그래서 촬영장소의 선택은 중요하다. 피안의 장소가 되기보다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좋다. 역사적 자리에 서보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 이전에 벌써 중요한 일이다. 철원은 우리에게 그런 자리 로서 충분했다. 그러나 계획적으로 촬영행사를 기획하진 못했다. 직장생활의 어려운 조건에서 그런 계획은 무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린 그걸 좀더 잘 기획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철원 촬영뒤에 있었던 작은 전시회는 사전 기획이 큰힘을 발휘 할수 있음을 보여준 행사였다. 사전 기획은 창작이전에 창작에 필요한 물적 행정적 문제를 미리 기획하여 우연히 얻어진 좋은 작품에 의존하는 관례를 극복하기위한 방법이다. 촬영장소선택에서 전시회 후의 평가 마무리까지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체계있게 진행해가는 것이다.이런 과정을 거쳐 예술의 역사는 기획자란 역할을 새롭게 발견했다. 앞으로는 기획부터 조직적으로!! 기획은 조직창작의 시작이라는 개념을 갖자.

3. 일상창작과 비평활동은 전시회를 우리활동의 총화로 만들었다.
매번 모임에서 진행되는 품평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정성들인 창작과 애정어린 비평 이것이야 말로 오늘의 우리를 있게한 힘이며, 앞으로의 우리를 있게할 가능성이다. 5월경에 주제별 모임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는 품평활동의 강화를 선행과제로 보고 전체모임에서 사진 작품 감상론 등을 교육하고 운영위에서도 품평 강화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투자했다. 한 사람의 작품이 처음부터 투철한 의도와 완벽한 표현으로 천의무봉의 경지에 이를 수도 있지만, 감상비평활동을 통해 계속 거듭 나면서 마침내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감상 비평활동이 창작과정을 거꾸로 밟아가며 서로의 창작표현과 이념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공동창작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야말로 집단과 조직의 힘으로 작품에 박힌 돌뿌리를 빼고, 비뚤어진 물길을 바로 잡아 사진이 인간학의 바다로 이르게 하는 공간이다.

2) 전시회 준비과정에서의 작품심의평가단 평가

1. 작품 모집 과정

2. 심의 체계의 의의
조직창작은 직장인들의 창작 조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방법이면서 한편으로 개별창작이나 공동창작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은 질의 작품창작을 가능하게 한다.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심의 체계이다. 보통 심의라하면 가위질과 창작에 대한 탄압과 규제를 연상한다. 이것은 지난시대 소수의 지지기반 밖에 갖지 못하는 지배권력에 의해 일어났었고 또다시 일어 날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창작의 자유를얘기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화는 예술의 사회적 본성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창작은 고도의 개성적 활동이지만 사회적 존재를 자각한 개성이며, 그 자각의 내용이 누구의 것인가? 즉 지배권력의 것인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창작의 자유화는 어떤하나의 입장에 서는 것을 부정하고 순수한 창작자의 입장만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창작자의 권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어느 하나의 입장에 설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최남선 이광수등이 모두 그런 인물이었다. 창작에서의 자유주의는 어느쪽이건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배신하진 않는다. 끝에 가서야 그 본질을 드러낸다. 창작 자유화는 초기에 권위주의나 독재를 부정하는데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그속에 숨어 있는 교활함이 결국에 가서는 끝을 보이고 만다. 창작에서의 독단과 자유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우리식의 심의 체계를 확립 하는 일이다. 심의 과정은 작가가 미쳐보지 못한 자신의 훌륭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풍부한 창조적 환상을 불러일으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안내해 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누구라도 심의 받고 싶어지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낡은 심의 체계는 앉아서 가위질이나 하고 심지어는 공모한 작품을 돌려주지 않는 현상까지도 있다. 이는 작가가 심의에 대해 불신하게 하며 결국 심의 자체를 부정하여 국가적 예술정책을 허물어지게 하고 만다. 아카데미 소극장의 경우를 보면 처음에 벗는 연극을 했을때 정부에서 일단 상연을 막으려하자 연극협회에서 체면을 걸고 자정하겠다고 하며 연극협회 간부들이 극장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며 상연을 거부했다. 이에 감정이 생긴 배우와 대표는 더욱 오기가 생겨 창작의 자유를 내걸고 끝가지 투쟁하겠다고 선언 하기에 이르렀다. 잘못된 치료가 상처만 덧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언문에도 관객대중이 판단해 주고 그래서 외설이다 예술이다 라는 판단이 섰을 때 극단측의 양심과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다. 심의 체계를 없애는게 아니라 울바른 심의체계를 어떻게 세울수 있는가가 문제의 관건이다. 우리는 그런 심의 체계의 단초를 만들었다. 평가단이 그것이다. 이것은 국가차원의 심의 기구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3. 심의 과정의 성과와 한계
전시회가 사전기획에 의해 창작과정부터 면밀히 추진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솔직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일상품평이나 작은 전시회 과정에서 발굴될만한 작품들이 많이 묻히게 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 이었다. 그러나 그런 조건에서도 심의평가단을 운영하여 질높은 전시회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요구를 포기 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성과이다. 또 무리하게 심의하지 않고 현재의 조건과 작가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작가들이 힘을 얻도록 진행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물론 자기가 꼭걸고 싶은 작품을 걸지 못한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작가의 의도를 관철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고통은 감수해야할 것이었다. 창작의 고통을 산고의 고통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오히려 엄격한 탈고 과정에 훈련되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작품은 분명 작가에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우리는 작가가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 객관적으로는 더 좋다고 평가된 작품이라 해도 본인이 자신의 창작방향으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받아들여졌다. 이것은 심의가 창작자의 관점에 서야하기 때문이다. 심의체계 이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입장이다. 창작자의 관점에 섬. 신영복선생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사상은 삶에 근거합니다. 따라서 삶의 조건을 바꾸려는 노력없이 그 사람의 사상만을 바꾸려고 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폭력입니다.”
창작자의 관점에 선 심의가 첫 번째 귀한 성과라면,두번째 귀한 성과는 올바른 비평의 발견이다.
여지까지 비평은 이미 나와있는 작품을 평가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보니 잘못된 비평은 마치 작가를 까 내리기 위한 것처럼 될때도 있었고 창작 조건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비평은 그 자체가 창조적 환상을 가지고 창작자의 자리에 서서 진행되어야 하며 그럴 때 작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크게 빛을 발할수 있게 된다. 비평과정은 앞서 얘기 했듯이 공동창작과정으로 작가가 자기 작품에서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고 고무되도록 하는 과정이며 우리방식의 심의체계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과정이다.

3) 과 제
1. 사전기획에 입각하여 촬영장소, 창작조, 창작계획, 창작토론 등을 미리 계획한다.
2. 운영위에서는 이런 계획을 심의 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3. 작은전시회는 아주 중요한 행사 였다. 작은 전시회가 중간 예심,결심과정이 되도록 비중을 싣는다.
4. 전체모임은 전시회 기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이론실기적 문제를 풀어가도록 배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