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이외지역 대인지뢰실태와 미국의 거짓말2010/08/19

비무장지대이외지역 대인지뢰실태와 미국의 거짓말

사진가 이시우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기관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바로 이때쯤이다.
97년 파주 금파리에 산다는 대인지뢰피해자를 처음 찾아간 때가.
그중에 조만손 할아버지가 있었다. 당시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김혜숙간사와 조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굳이 가는 것을 보겠다고 따라 나오는 할아버지는 잔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나중에 할머니한테 다른 병이 있으신 건 아닌가하고 여쭤보니 방에 불을 제대로 뗄수가 없어서 감기를 달고 사는데, 감기약 살 돈이 없어서 그냥 저러고 산다는 말이었다.
돈 없는 예술가의 신세가 그때처럼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인데 내가 먼저 알게 되었으니 이 일은 내 몫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젠 어린아이들도 대인지뢰를 알게 될만큼 많이 확산되는 것을 본다.
이럴 때 세상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1. 후방지역이 아니라 비무장지대이외지역이어야 한다.
얼마 전 녹색연합에서 ‘한강이남후방지역의 대인지뢰실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후방지역의 지뢰매설실태가 크게 문제가 되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에서 실태조사위원회를 맡아서 지속적으로 이 부분의 성과를 축적해온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했더라면 더 아름답게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큰 단체가 대인지뢰문제에 함께 힘을 보태주기로 한 것이 고맙다.
그러나 우리가 후방지역 지뢰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중요한 전제를 잊어선 안된다.
우리가 흔히 전방, 후방 할때의 개념은 민통선이남이냐 민통선이북이냐이다. 그러나 대인지뢰문제를 다룰 때 이 개념은 전혀다르다는 것이다.
97년 미국은 오타와에서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 서명에 불참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모면하기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클린턴 4개 실천방안
미국은 17일 대인지뢰의 완전제거를 위한 4개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내에 비축된 대인지뢰를 99년까지 제거한다. 그러나 한국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는 예외로 한다. ▲2003년
완성을 목표시한으로 대체무기 개발을 서두른다. 한국 DMZ안의 대인지뢰 대체무기는 2006년까지를 준비시한으로
정한다.(워싱턴AFP) 한국일보 1997-09-19

대인지뢰금지협약에 불참하는 이유가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의 대인지뢰를 당장 없앨수 없기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엔 비무장지대에만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서 민간인의 피해는 전혀 없다는 점을 특히 강조 했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빼놓고 어디에서나 자동소멸 지뢰를 사용한다. 그런 지뢰들은 사람이 전혀 없는 좁은띠와 같은 땅에 한정해서 매몰된 만큼 민간인에의 위험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앤드루 이포 (WT논평)
세계일보 1997-12-25 06면

여기서 자동소멸지뢰란 스마트지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매설된 지뢰는 스마트지뢰가 아니라 M14, M16이며 누군가 밟기 전까지는 영구히 소멸되지 않는 지뢰들이다.
이처럼 미국의 대인지뢰금지협약반대이유는 한반도에서의 임무수행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비무장지대안에 있는 지뢰를 없앨수 없기 때문이며, 이 지뢰들은 군인들의 통제로 안전하게 관리 되기 때문에 민간인피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외교고립을 면하기 위해 미국은 궁색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첫 번째는 비무장지대안의 지뢰를 전후 50년이 지나도록 제거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이 체결한 중요한 협정을 위반한 것이란 사실이다. 그 협정은 다름아닌 정전협정이다.

정전협정2조 13항 ㄱ조에 따르면 ‘본 정전협정이 효력 을 발생한 후 72시간내에 그들의 일체 군사역량, 보급 및 장비를 비무장지대로부터 철거한 후 비무장지대내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 모든 폭발물, 地雷源, 철조망 및…군사정전위원회에 이를 보고 한다.

미군은 북에 항상 정전협정 준수를 요구해 왔다. 그런 미국이 자신들도 50년 동안 지키지 않은데 따른 결과를 이유로 해서 대인지뢰금지 협약에 불참한다고 한 것이다.

두 번째 거짓말은 대인지뢰가 비무장지대에만 있다는 것이다.
1998년 코언 국방장관은 미국의 대인지뢰금지 불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판문점을 방문하고 남방한계선 이남의 지뢰밭을 구경하고 미군들의 안전때문에라도 비무장지대안의 대인지뢰는 제거할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가 본 지역은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비무장지대 이외지역이었다. 그런 지역에 설치된 대인지뢰로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교묘히 은폐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고동실간사와 함께한 3년동안의 조사결과 비무장지대이외의 후방지역의 민간인 피해자 50명의 명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추정컨대 한마을에 피해자를 최소한 5명으로만 잡아도 민통선 213개 마을에 1000명 정도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통선지역만 그렇다. 우리는 미국과 국방부의 집요한 거짓말과 싸우기 위해 계속해서 후방지역의 피해자와 지뢰매
설실태를 조사하였다. 그결과 그동안 은폐되어 왔던 지뢰피해의 현실을 발견하고 남한 전지역에 사는 모두는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지뢰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2. 비무장지대 이외 지역의 대인지뢰문제
오랜 조사 끝에 우리는 비무장지대이외 후방지역 대인지뢰의 피해를 몇가지로 분석할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는 유실지뢰문제이다.
녹색연합이 발표한 지뢰매설지역실태보고는 중요한 지뢰의 속성하나를 간과 하고 있다. 지뢰는 매설되어 있을뿐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채로 움직이는 무차별적 무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매설지역만으로 지뢰피해를 한정하면 안되며 매설지역을 중심으로 유실가능지역까지를 지뢰로 인한 피해범위로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나는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실태조사위원장인 김은주 총무님과 함께 강화시민연대를 방문했다. 추석직후 연이어 일어난 두건의 지뢰사고와 강화도의 유실지뢰피해문제에 대한 부리핑을 위해서 였다. 98년 강화도 남쪽 작은섬 세어도에서 홍수에 떠내려온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한 신동선씨와 2000년 9월과 10월 석모도에서 사고를 당한 안승철씨와 이복남씨의 사고 원인을 조사한 군부대는 모두 자기지역에는 매설지뢰가 없으며 연천과 철원등 전방지역으로부터 유실되어 흘러온 지뢰일가능성이 높다고 잠정발표 했다.
유실지뢰의 근원지로 주목받는 연천 신탄리 모 미군부대의 지뢰밭으로부터 강화도까지는 약 130Km이다. 서울에서 구미까지의 거리이다. 손바닥에 잡힐정도의 M14 플라스틱 지뢰가 강으로 흘러들 경우 그 피해범위가 어디까지 가는지는 경악할 정도이다. 또한 우리는 강화도의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석모도와 가장 유사한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는 장화리가 다음 피해장소가 될 가능성이 많음을 알려주었다. 장화리는 갯벌생태마을로 유명해져 매주 환경탐사를 위해 어린이와 인근 도시의 시민들이 와서 갯벌 체험을 하는 곳이다. 이런이유로 김은주 총무님은 강화시민연대가 지뢰피해 예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하였다.
성남의 남한산성의 대인지뢰가 알려진 것도 장마에 의해 지뢰가 유실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였고, 98년 파로호에 낚시하러갔던 김한영씨가 배에서 내리는 순간 밟아 터진 지뢰도 양구지역으로부터 유실된 지뢰였다.
지뢰의 유실성이야말로 지뢰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무차별 살상무기임을 증명하는 가장 뚜렸한 증거이다. 2000년6월23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와 평화예술인국제연대는 이런 유실지뢰의 범위와 유실지뢰가 착지하게되는 지형적 특성을 조사하기위해 1000개의 모형지뢰를 만들어 장마전 연천의 차탄천상류와 한탄강에 유포하는 실험을 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처음으로 유실지뢰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얻고자 한 것이다. 앞으로 이 실험방법은 더 보강되어야 하며 정확한 측정을 위해 군사위성이나 첨단레이저 추적장치등을 이용한 재실험에 국방부의 협조가 요청된다.

두 번째는 군사작전용 매설지뢰의 문제이다.
우선 미국은 이와관련 거짓말을 하였다. 국제대인지뢰금지협약 서명시 미국은 전세계의 대인지뢰제거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한반도에서의 비무장지대만은 예외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의 국방부도 마찬가지 였으며, 99년까지도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발표되고 있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군부대주변에서의 매설지뢰가 속속 발표되자 엉뚱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군사작전상 대인지뢰는 꼭 필요한 무기라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에서만 북의 침략시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던 대인지뢰가 후방지역 곳곳에서 발견되었다면 즉시 제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군은 한결같이 군작전상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지난 국감자료에 따르면 후방지역의 지뢰는 제거하는데 대해서는 이제 국방부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방의 대인지뢰는 작전상 필요하다는 이유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어디서부터가 후방이냐는 것이다. 대인지뢰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들 스스로의 입으로 말한 ‘비무장지대이외 지역’이란 단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후방의 군사작전용 매설지뢰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미군의 작전수행을 위해 매설된 지뢰와 한국군의 작전수행을 위해 매설된 지뢰이다.
부산의 중리산, 평택, 등은 이전에 미군기지로 쓰일 때 매설된 지뢰이다. 미국방장관은 한반도대인지뢰를 제거할 수 없는 이유중 하나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서 라고 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나자 그들은 대부분 지뢰매설지도조차 인수하지 않고 떠났다. 미군만 안전하면 된다는 사고가 여지없이 드러난 경우이다. 이경우에 한국정부와 민간단체 모두는 미군의 무책임한 인권감각에 경고하는 것으로 대응해야한다.
그다음은 한국군의 작전상 필요에 의해 매설한 지뢰이다. 80년초에 생긴 성남 남한산성의 공군부대와 서초구우면산의 공군부대, 연천의 25사단 5사단 등은 군기지를 보호하고 군 작전의 필요상 지뢰를 매설했다고 밝힌다. 이는 일단 97년 대인지뢰금지협약서명당시 미국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전제해야한다. 미국정부는 비무장지대의 지뢰에 대해서만 군사작전상 필요를 인정했던 것이다. 실제 99년 서해교전당시 미국은 해군과 공군의 TMD(전역미사일방어체계)를 중심으로 작전을 전개했다.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3년전 클린턴 대통령은 APL의 폐기를 주창한 세계 최초의 지도자 였으며 그때부터 우리는 1백50만개의 지뢰를
일방적으로 파괴하고, 수출을 금지하고, 군사교리와 전술을 바꾸는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1997-09-19 워싱턴포스트)고 말했다.
미군작전에서 이미 대인지뢰가 군작전상 필요에 의해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설령 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지상전에서는 지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인정해 보자. 현재 한국군의 지상전 중심교리는 입체고속기동전으로 되어 있다. 육해공군이 총동원된 집중화력전이다. 또한 입체고속기동전의 핵심은 군의 완벽한 통제장악력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통제불능상태인 지뢰는 입체고속기동전에서도 큰 장애가 된다. 왜냐하면 미확인지뢰지역의 지뢰지도가 존재하지 않고 국군에 의해 매설된 경우도 비공식 조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지뢰매설이후의 책임회피를 위해 지뢰 매설관련문서를 폐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비무장지대이외지역의 매설지뢰는 오히려 아군의 기동성을 제약하고 후퇴시에 발을 묶어버리는 족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방부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이외지역의 기지나 중요군사시설물을 습격하는 것은 북의 특수부대로 상정하고 있다. 이들 특수부대는 부대주변 500m내의 보호구역에 매설된 지뢰에 대해서는 별장애없이 침투할 수 있는 정예부대이다. 이들을 막는데 별효요이 없는 지뢰를 매설하여 민간인의 피해가 계속발생 한다면 오히려 민간인의 안보불감증이아니라 안보 불신증을 확산시켜 군작전 수행에도 결코 도움이 안될 것이다. 실제 미국의 홀링워스는 지뢰가 오히려 작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와 국군은 지뢰가 재래무기이지만 하나라도 더 있어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재래무기보다 훨씬 중강도 고강도 무기인 화학무기와 핵무기전면금지협약에 가입해 놓고 있는 상태다. 화학무기와 핵무기가 대인지뢰보다 덜 위협적이기 때문이란 말인가?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은 이 협약의 추진에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89년 1월9일 최호중 당시 외무부장관은 파리에서 열린 협약체결을 위한 회의때 기조연설을 통해 『협약이 모든 국가에 개방되면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대한매일 1992-11-23)

화학무기와 핵무기는 북한이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먼저 추진함으로서 북한이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왜 화학외교와 핵외교의 일관된 원칙이 대인지뢰외교에선 정반대의 이유로 거부되고 있는가?

비무장지대이외지역 대인지뢰는 미국의 위선에 대한 결정적 증거
이러한 모든 이유를 떠나서도 비무장지대이외지역에 특히 도심의 한복판시민들의 약수터 뒤에, 행락객들이 몰려드는 국립공원, 도립공원의 등산로에, 유원지등 무려 39곳에 107만여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이유로도 더 이상 대인지뢰금지를 반대할 명분이 없음을 증명한다.
또한 충남 청양 할머니집방안에서 지뢰를 밟아 발목을 절단해야 했던 김유정 어린이의 사례에서 보듯 지뢰를 관리해야할 유일한 책임자인 국가의 관리부실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침투간첩이 지뢰를 밟은 사례가 있었는가? 그 수많은 지뢰가 민간인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민간안보에 대한 책임없이 국가안보가 설자리는 없다. 비무장지대이외지역의 매설지뢰와 유실지뢰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미국과 한국정부는 더 이상 변명에 급급해선 안된다.
국민의 위험과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가안보의 기틀마저 흔들릴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