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평화체제 구축방안-백진현 이시우 2003/08/25 199
南北韓 平和體制 構築方向
白 珍 鉉*
*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Ⅰ. 문제의 제기
제네바 합의 타결에 따른 미․북관계의 개선과 함께 최근 북한의 대미평화협정 체결주장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사실 북한의 대미평화협정 주장은 어제오늘에 제기된 문제는 아니며, 이미 지난 20여 년 동안 간헐적으로 터져 나와 그때마다 우리 사회에서 해묵은 정전협정 대체 논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과거의 주장과 차이가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거의 대미평화협정 주장은 대체로 일과성 선전적, 선언적 차원의 주장에 불과했으나 최근의 움직임은 보다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진행되어 왔음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1994년 4월 28일 이후 한반도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와 현재 군정위를 비롯한 정전체제는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한반도 분단을 관리하는 유일한 기구가 기능 마비됨에 따라 적지 않은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절박감도 대두되고 있다.
둘째, 과거의 대미평화협정체결 주장은 이를 성사시킬 만한 수단이 없어 대체로 공허한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핵문제 해결과 평화협정체결을 연계시킴으로써 과거와는 달리 그들 나름대로의 성사수단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가령 북한은 핵문제 타결을 위한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수차례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을 핵문제와 연계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5년 5월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된 경수로 회담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평화협정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제네바 합의를 이행해 감에 있어 적절한 시기에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두 가지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지난 20여 동안 그들의 대남 정책의 중추를 이루었던 대미평화협정체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앞으로 총공세를 펴 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효과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특히 북한이 한반도의 유일한 분단관리기구인 정전협정체제를 無用化, 無實化하고 있어 위기관리 차원에서도 이를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화협정문제는 적절히 대응치 못할 경우 한․미관계에 또 하나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를 요한다.
이러한 다소 수세적인 차원의 문제제기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측면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지난 수년간 한반도 주변의 냉전구조도 서서히 와해되고 있다. 한국과 과거 적대국인 소련 및 중국과의 수교로 냉전구조의 한 축은 이미 무너졌으며, 제네바 합의의 타결로 미․북관계 및 일․북관계의 개선 조짐도 나타나는 등 한반도 주변정세는 완연히 해빙무드에 접어들고 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핵이라는 군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미․북한간 관계정상화 등 정치적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어 합의가 원만히 이행될 경우 미․북관계의 개선도 점차 본격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한반도 주변의 냉전적 구조의 붕괴는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완전히 종결하고 새로운 평화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반도 내의 사정을 살펴보면 남북한간에는 여전히 대화는 단절된 채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의 군사적 대결구조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하나의 조선정책을 포기하고 남북한 평화공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북한은 핵협상을 계기로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러한 “聯美反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