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교리로 본 정보전 이시우 2003/12/28 300

군사교리로 본 정보전

http://www.dapis.go.kr/journal/200111/j64.html

오늘날 군사분야에서 가장 인기있는 토의 주제의 하나는 정보전이다. 최근 대부분의 국방업무는 컴퓨터가 제공하는 정보, 컴퓨터로 운용되는 C4I체계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으며, 무기체계 역시 컴퓨터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군 운용의 필수요소인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전이 미래전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가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은 1996년 `합동 지휘통제전’과 1998년 `합동 정보전’교범을 발간하여 교리를 정립하였고, 우리 군은 1999년에 `합동 정보작전(초안)’을 발간하여 대부분의 교리가 정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군사 이론가들의 견해를 정보전이라고 이해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군인은 교리가 정립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으나 교리가 정립된 이후에는 교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일부에서 정보전은 곧 사이버전이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과 방어가 정보전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데 이는 정보전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교리로서의 정보전

 정보전이란 무엇인가

 정보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제3물결의 현상도 아니며 컴퓨터 혁명의 부산물도 아니다. 군사문제에 있어서 정보의 중요성과 전쟁에서의 중심역할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원전 10세기경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식(군사정보), 지침(작전계획), 참모(분석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고,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손자는 병법에서 `정보, 기만과 거부, 적의 의지 파괴의 중요성’을 설파했었다. 정보전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새로운 정보매체와 기술에 의하여 변형되어 왔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정보전사는 컴퓨터 시스템에 해킹하여 비밀을 훔치고 네트워크에 파괴적인 컴퓨터 바이러스를 장입하고, 휴대폰을 도청하고 첩보위성으로 영상을 수집하거나 혹은 라디오나 TV방송국을 통하여 선전이나 허위정보를 방송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기원전 10세기부터 적용되었던 이러한 원리들은 정보의 획득, 처리, 전파의 수단이 정보혁명에 의하여 혁명적으로 발전하자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대량의 정보를 관리하고, 전자적 수단에 더 많이 의존하고 그러한 정보의 증가된 가치가 정보자체를 중요한 표적이자 전쟁의 값진 무기로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들이 정보의 역할과 전쟁수행을 혁신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전이란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 범주를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그 첫 번째가 전쟁양상으로서 정보전이다. 기동전에서 기동에 의한 체계적 파괴를 추구하였듯이 미래에는 정보우세에 의한 마비를 추구하는 정보전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는 작전의 일부인 정보전·정보작전이다. 이것이 바로 군사교리에서의 정보전으로 정보우세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과 방어작전을 정보전·정보작전이라고 부른다. 정보전에는 전략적 수준의 정보전, 작전적 수준의 정보전, 전술적 수준의 정보전이 있다. 세 번째가 가장 좁은 의미의 정보전으로 사이버전을 의미한다. 이 정보전은 주로 민간분야와 언론에서 사용하는 정보전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과 방어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럼 군사교리에서 정보전이란 무엇인가. 미합동교리(JP 3-13)는 “정보작전은 우군의 정보 및 정보체계는 보호하는 한편 적의 정보 및 정보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취해지는 모든 활동”이며 “정보전은 위기나 분쟁시에 특정 적 또는 적들에게 특정 목표를 달성 또는 특정 상황을 조성하기 위하여 수행되는 정보작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영향을 준다는 의미는 파괴, 교란, 거부, 기만을 의미한다.

 우리 합참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합동교리(합교 3-9 `초안’)는 “정보작전의 핵심은 우군의 정보 및 정보체계를 보호하고 적의 정보 및 정보체계를 파괴 또는 마비시킴으로써 정보우위를 달성,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교리에서 정보체계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고 분배하는 군사정보 체계뿐 아니라 인간의 의사결정 체계 모두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정보전의 수단에는 물리적 파괴, 전자전, 심리전, 공보, 민사,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다. 인간의 인지계층, 사이버 계층, 물리적 계층의 활동을 수단으로 삼는 정보전의 표적은 단순히 사이버 공간 내에 위치하는 정보와 정보체계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의사결정체계 모두를 포함한다. 다시 말하여 `정보전은 적은 전장에서 정보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우군은 자유로운 정보의 사용을 보장하여, 적에게는 전장에서 눈을 가리고 싸우도록 강요하고 우군은 정보우세를 달성하여 전장을 명확하게 파악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이해 할 수 있겠다.

 정보전의 목표

 정보전의 목표는 적의 적대의지를 마비시켜 우군이 원하는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정보우세를 획득하는 것은 정보전의 중간 목표일 수는 있으나 최종적인 목표는 적(최고지도자, 군 지휘관, 여론)의 의사결정이며 의사결정체계를 표적으로 삼는다. 적 의사결정자의 의지를 굴복시켜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이론은 정보전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의 손자는 이미 기원전 6세기 경에 싸우지 않고 적 의지를 굴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기동전에서는 적의 지휘체계를 마비시켜 적 의지를 굴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정보전은 적의 정보와 정보체계를 공격하여 적의 인지를 조정하여 적 의지를 마비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현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렇다고 믿는 현상의 인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공세적·방어적 정보전

 미합동교리에 따르면 공세적 정보전은 지휘통제전(작전보안, 군사기만, 심리전, 전자전, 물리적 공격 및 파괴), 특수정보작전, 컴퓨터 네트웍크 공격으로 구성되며 공보와 민사활동은 공세적 정보작전을 지원한다.〈표-1 참조〉 여기에서 다른 요소들은 기존의 전투수단을 활용한 것이나 컴퓨터 네트웍 공격은 현대정보전의 새로운 수단이다.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은 바로 사이버전으로 미합참은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 부록은 별도의 비밀교범으로 발간하고 있다. 미국방성은 사이버전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법적·윤리적인 문제와 국제조약, 군사적 약소국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표-1〉 미합참 정보작전의 요소
정 보 작 전 (information operation)
공세적 정보작전 방어적 정보작전
작전보안, 군사기만, 심리전, 전자전, 무리적공격.파괴,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 공보, 민사. 정보보장, 물리적 보안, 작전보안, 대 기만, 대 정보, 전자전, 적 포로, 특수 정보작전.

 방어적 정보작전이야 말로 정보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파라미터이다. 방어적 정보작전은 국방 정보기반 체계뿐 아니라 국가 핵심기반 체계까지도 방어하기 위하여 산업체를 포함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매우 방대한 활동이다. 미국은 방어적 정보작전 능력 확보를 위하여 70년대부터 많은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세계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세적 정보작전은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면 제한된 능력이라도 구비할 수 있지만 방어적 정보작전에는 오랜 기술개발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미합동교리는 “방어적 정보작전은 정보보장, 정보보안, 물리적 보안, 작전보안, 대 기만, 대 선전, 대 정보, 적 포로 및 특수 정보작전을 통하여 수행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정보 보장이란 보호, 탐지, 대응능력을 통합하여 정보체계를 보호할뿐 아니라 복구능력까지를 구비하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수준의 보안대책, 사용통제, 통신망 보안장치 및 침입탐지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과 처리과정을 사용한다.

 정보전과 정보작전

 일부에서 정보전과 정보작전의 구분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미합동교리에 따르면 “정보작전은 우군의 정보 및 정보체계는 보호하는 한편 적의 정보 및 정보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취해지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며, 정보전은 위기나 분쟁시에 특정 적 또는 적들에게 특정 목표를 달성 또는 특정 상황을 조성하기 위하여 수행되는 정보작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정보작전이 시간적으로는 평시-위기-분쟁-평화 회복의 전 과정에서 지속적인 활동이며,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활동임에 비하여 정보전은 분쟁시, 특정 적을 상대로 하는 제한된 전투작전을 의미한다.

 정보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의 의사결정 체계, 컴퓨터 네트워크 구성, 정보무기 등 사전 정보수집과 계획수립, 연습이 필요하므로 미국은 평시 전세계를 대상으로 이러한 정보작전 활동을 펼치다가 어느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국가를 대상으로 정보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공세적 정보작전은 특정시기, 특정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하나 정보기반 체계 방어 등 방어적 정보작전은 평시에도 계속되는 활동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 합참의 정의는 다르다. 합참은 “합동 정보작전은 군사적인 차원에서 실시하는 일련의 군사작전으로서 산업계를 포함한 범정부적인 활동인 정보전과는 구별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범정부적인 활동은 정보전, 군사적인 활동은 정보작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한미연합사의 `한반도 정보작전’의 개념과도 상이하므로 약간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공군은 미합참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보작전은 정보와 정보체계를 획득하고, 이용하고, 방어하고, 공격하기 위하여 취해지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지며, 전투정보(Information-in-Warfare)활동과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표-2 참조〉 전투정보는 지휘관에게 정보를 획득하고 이용하는 수단을 제공하기 위하여 정보기능의 광범위한 영역을 표현하기 위한 용어이다. 정보전은 정보 및 정보체계에 대한 공격과 방어로 공세적 정보전과 방어적 정보전으로 구성된다.” 미공군의 교리는 전통적인 군사정보 활동과 정보전을 통합한 보다 발전된 개념이라고 생각하며, 이와 같이 미군의 정보전 교리는 지속적인 진화과정 중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2〉 미공군 정보작전 분류 정 보 작 전 (information operation)
전투정보(information in warfare) 전투정보(information in warfare)
정보, 탐색, 정찰(ISR)
정밀항법 지원(PNP)
기상지원
공보작전
기타 지원활동 공세적 정보전 방어적 정보전
심리작전
전자전
군사기만
물리적 공격
정보공격 작전보안
정보보장,
컴퓨터 방어
대 기만
대 군사정보
대 심리작전
전자방어

 정보전과 지휘통제전

 지휘통제전은 정보작전의 한 부분이다. 미합동교리(JP 3-13. 1)에 따르면 “지휘통제전은 정보작전을 군사작전에 적용한 것”이며 산업계를 포함한 타정부기관과 협조를 필요로 하는 정보작전과는 달리 순수한 군사작전으로 제한된다. “지휘통제전은 전장에서의 정보우위 달성을 위하여 지휘통제체계(C2)라는 특정 표적 집단을 공격하고 방어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기능과 기술을 적용한다. 지휘통제전은 우군의 지휘통제 능력은 보호하는 반면 정보를 거부하여 적의 지휘통제 능력에 영향을 주고, 저하시키고, 파괴하기 위하여 심리작전, 군사기만, 작전보안, 전자전, 물리적 파괴를 통합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지휘통제전은 적의 지휘통제체계(C2)를 표적으로 하여, 전쟁의 수준에 따른 전장에서의 정보우세를 목표로 하며, 위의 5가지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은 정보전과 지휘통제전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렇다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이 왜 번거롭게 정보전과 지휘통제전을 분리하여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미해군이 제시하고 있다. 미해군에 따르면 “전략적 수준에서 정보전은 국가통수 기구의 지시 아래 지정된 부대와 국가기관을 통하여 수행된다. 통합군 사령관은 전략적 수준의 정보전을 지원하기 위하여 작전적 수준의 정보전을 수행하며 해군은 작전적 수준에서 지휘통제전을 수행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작전으로서 정보전과 지휘통제전은 유사한 개념으로, 전략적 수준에서는 정보전을 작전적, 전술적 수준에서는 지휘통제전을 수행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맺 음 말

 오늘날 정보전이란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중 군사교리로서의 정보전은 민간사회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개념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미래전에 대비한 정보전 능력향상을 위하여 교리, 조직, 기술 등 발전시킬 요소가 매우 많은 실정이나 정보전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정립된 교리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미군의 정보전교리는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화 중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교리로서 일단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리 군도 하루빨리 한국적 여건에 맞는 교리를 정립하고 그 교리에 따라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리의 발전과 더불어 미래전의 핵심인 정보전 능력을 구비할 때 비로소 우리 군도 선진국군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