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서평-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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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UNC 유엔군 사령부 / 이시우 지음 / 들녘 / 840쪽 / 3만 8,000원
▶1-3-2 날짜, 기자
2013-07-29 14:37 |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유엔군사령부에 대한 최초의 통합학문적 연구서가 나왔다.

그동안 유엔군사령부(유엔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행한 학문적 연구는 있으나, 유엔사의 불법성을 드러내는 입장에서 행한 학문적 연구는 전무했다.

북한에서는 유엔사 해체를 일관되게 주장하며 관련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우리가 접하는 것은 학문적 연구서가 아닌 정치적 문건이다.

북한의 주장이 선행했기에 한국에서 유엔사 해체의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은 국가보안법이 그어놓은 금기의 선을 넘어서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우 선생이 어려운 시도를 했다. 이시우 선생은 사진작가로 주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에서 활동했다.

활동을 하면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의 수많은 문제를 몸으로 느끼게 됐다.

“대인지뢰로 다리를 잃은 피해자들, 비무장지대 인근에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로 신음하고 있는 피해자들, 태풍으로 집을 잃고 동네 전체가 이주해 온 민통선마을 주민들, 군사시설보호법으로 집수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주민들, 광견병 같은 후방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전염병 등에 위협받는 생태계까지.. 민간인 통제선은 민간인 고통선이다.” (책 5쪽)

저자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의 수많은 문제를 관통하는 근본 문제를 고민하다 결론을 내린다. 결론은 유엔군사령부였다.

저자는 북한의 전유물과 남한의 국가보안법에 이중 구속된 유엔군사령부를 해방시킨 뒤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초점은 유엔사에 맞추었지만 응시하는 지점은 그 바탕인 유엔 체계이다.

저자는 유엔군사령부의 창설 과정에서 드러난 유엔 헌장의 위반 사례들이 유엔 체계에서 우연한 일시적,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유엔체계 자체에 구조적으로 내재해 있던 모순과 균열이 드러난 사건으로 보았다.

베트남과 이라크와 달리 한반도 문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엔 개입에 있다는 것이다. 즉 유엔에서 시작되었고 유엔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저자의 관심은 유엔사에 국한되지 않고 유엔사를 통해 유엔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수립하는 데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전쟁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인 발발 책임을 묻는 집요한 연구의 관점에서 탈피한다.

그것은 체계의 모순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평화적 해결이 아닌 적대의 형성에 집중하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당시 국내문제인 내전적 충돌이 국제문제인 전쟁으로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당시의 혼돈된 상황과 제한되고 왜곡된 정보 속에서, 주체들의 선택과 결정이 전쟁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관심을 둔다.

유엔헌장의 용어 해석, 전선과 무관한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며 한국전쟁을 형성해갔기 때문이다.

만일 6월 말까지 유엔안보리결의 없이 미국 파병이 이루어졌거나, 반대로 안보리결의 수준에 맞추어 미국 파병을 유보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전쟁은 의도에 의해 발발하지만 쌍방이 도달한 힘의 한계에 의해 형성된다. 따라서 의도에 대한 질문과 함께 능력의 한계에 대한 관찰이 더해질 때 더 현실적으로 전쟁형성과정을 드러낼 것이다. 이는 우리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할 교훈을 찾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유엔체계를 분석한다. 현 국가 간 체계에 내재한 적대모순과 균열이 생성, 발전되고 구조화된 과정을 추적하고 근대 국가간체계의 하위 체계를 이루는 유엔체계가 미국 패권체계에 의해 어떻게 자기제약, 자기배제 되는지를 밝힌다.

2부에선 유엔군사령부 창설 과정을 분석한다.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개입하여 유엔 군사령부가 창설되기까지 한 달간을 시간적 범위로 보여주며 한국전쟁 중 창설된 유엔군사령부의 합법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미군사령부는 유엔의 군대인 것처럼 행세하며 통합군사령부 대신 유엔사령부란 작명을 통해 현실을 은폐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UNC 유엔군 사령부 / 이시우 지음 / 들녘 / 840쪽 / 3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