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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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란음모, 국가보안법 위반은 무죄였다
<긴급기고> 이시우 사진가
이시우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08.29 15:39:24

사진가 이시우

2003년 이라크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미국에 의한 전쟁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판단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나는 한 모임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부당한 전쟁을 막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별 계획을 제시했다. ‘인간방패’를 비롯하여, 만약 부산을 통해 미군의 군수물자가 하역되기 시작하면 하역부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여 전력운송체계를 마비시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번 이석기 의원에 대한 혐의로 언론이 보도한 ‘무기를 준비하라’거나 ‘국가시설을 파괴’하라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어쩌면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보다는 더 실현가능한 구체적 계획이었다. 이 점에 대해 검찰은 다음과 같이 나를 기소했다.

피고인은 미군에 의한 한반도 전쟁 방지 활동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 군사사항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면서 군수물자 하역부두의 근로자 파업 등을 통하여 전력운송체계를 마비시키는 등의 민군갈등을 유발하거나 북한의 주의주장에 선전 동조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하고 강연 등을 통해 전파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나에겐 국가보안법 혐의만을 적용했지만 이 부분은 이번 국정원의 기준으로 보면 내란음모혐의를 적용시키고 싶은 죄였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혜롭게 이 부분에 대해 내란음모죄 따위를 따로 적용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보나마나 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재판에서 나는 완전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완전패소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죄와 형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성문의 규정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아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성문규정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와 다른 내용으로 유추해석함을 금지하고 있다.

나의 발언은 사실이었지만 검찰이 그것을 다른 목적으로 유추해석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검찰이 4년 동안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서 얻은 증거자료라는 것들은 모조리 부정되었다. 현재 국정원이 내란음모 운운하며 소란을 떨고 있지만 검찰이 이를 넘겨받아 기소할지는 의문이다.

내란은 기존 정부의 정통성에 대해 경쟁하는 반란정부나 단체의 존재를 전제한다. 또한 영토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과 달리 내란이나 혁명은 영토 내 법질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법질서가 아닌 법외질서, 즉 폭력과 같은 방법을 추진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난 역사에서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한 집단은 박정희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군부집단 밖에 없었다. 따라서 내란은 정확한 목표와 치밀한 작전계획, 실행수단 즉 조직화된 폭력수단의 보유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촛불시위 등에 대해 보수세력이 국가 변란을 걱정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법이 금지하는 유추해석일 뿐이다. 촛불시위가 전투화 된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질서 하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법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문제제기 방식이 변화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지 내란의 예비와 음모로 유추해석할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모두 다 죽여버릴꺼야”, “다 뒤집어 엎어버리겠어”라는 발언은 좀 과격한 의사표현일 뿐 목표, 계획, 수단을 갖춘 내란의 음모라고 볼 근거가 없다.

보수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기사들을 보니 이석기 의원과 진보당 당원들에 대한 내란음모죄가 성립할지 자체가 의문이다. 내가 봐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관측건대, 내란음모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과연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란 말을 언제까지 유지하는지 눈여겨 지켜보는 것도 이 사건을 흥미 있게 바라보는 관전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이 인식하듯이 이 사건의 핵심은 법위반 여부가 아니다. 법위반 여부를 가늠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판례를 참고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 드리고 싶다.

기소가 되어도 혐의사실 공표는 불법인데, 기소도 안 된 사건을 기정사실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니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런 행태만 봐도 이것이 정치적 사건이란 것은 자명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촛불정국을 분열시키고 잠재우기 위해 예상되는 분열공작을 미리 예견하고 공표하였다. 나의 재판에서 가장 중요했던 1심 무죄를 이끌어 낸 변호사가 바로 그였다. 즉 이런 공작에 대한 준비가 이미 끝나 있다는 이야기다. 국정원과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이번 사건이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이라고 인식하는 모양이다. 그들도 자신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행간에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다.

국정원국기문란사건으로 형성된 야권․시민연대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느냐 아니면 ‘진보당과 우리는 달라’라고 하며 선긋기가 시작되느냐가 첫 번째 정치문제가 될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지배권력의 총공세 앞에서 ‘나는 달라’의 심리야말로 패배의 시작이다. 노골적인 배신과 나약한 배신은 개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같다는 점에서 배신은 정치적 문제이다.

‘나는 달라’라는 선언은 진보당과 거리두기일 뿐 분열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적 결과는 같다. 지나친 단순화는 개성과 다양성을 훼손하지만 정치는 언제나 놀랄 만큼 사태를 단순화시킨다. 냉엄한 정치의 현실에 중간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칼 슈미트를 인용하면 정치에선 ‘적과 아’만이 있을 뿐이다. 아군 내부에서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은 그가 개성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거나 혹은 나약해서 그럴 뿐이라도 결과적으로는 적이 된다.

1952년 일본의 석학 마루야마 마사오는 왜 민주세력이 파시즘에게 패배하는가를 명쾌히 분석한 바 있다. 단어 몇 개만 바꾸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의 논리를 제공해주는 것 같아 길지만 인용해보겠다.

반혁명의 집중적인 표현으로서 파시즘은 혁명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며 반드시 공산주의에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에서 공산주의와 공산당이 무엇보다 제1의 적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각국의 역사가 보여주는 한 무릇 공산당이 혁명적 상황의 가장 정력적이며 가장 전투적인 조직자-반드시 현실적인 조직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조직자-로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일정한 상황 하에서 사회혁명의 최전위가 된다면, 지체 없이 파시즘의 공격은 거기에 집중될 것이다. 파시스트가 사회민주주의자나 자유주의자의 존재에 대해 어디까지 ‘관용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물론 이데올로기적 원리적 문제가 아니라 혁명의 한계상황의 문제인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나 자유주의가 ‘혁명의 온상’으로 판단되는 한에서 그것은 배제되거나 통제(Gleichschaltung)되며, 그것이 거꾸로 혁명의 방파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에서는 방임되거나 심지어 지지를 받기도 한다.

지배권력이 사회민주주의의 성향의 정의당이나 자유주의성향의 민주당을 과녁으로 삼지 않은 이유는 마루야마를 인용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정력적이며 가장 전투적인 조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최전위에 서게 된다면 지체 없이 권력의 공격은 그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우리는 진보당과는 달라’라고 말하는 세력이 나오기를 지배권력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일시적으로 방임과 지지가 뒤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는 달라’라며 선을 가른 자들이 지배권력의 편에 서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루야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한 국가의 내부에서 사회민주주의자나 자유주의자의 존재 내지 활동이 허용되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는, 그 국가의 지배권력이 파쇼화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전투적인 자유주의자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사회민주주의자보다도 파시스트의 공격과 억압의 대상이 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지배권력의 종북공세에서 1차 정치적 관문을 돌파하는 길은 ‘우리는 진보당과 달라’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정의당과 시민단체가 더 ‘정력적이고 전투적인 조직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단합이 굳건히 정치문제의 1차 관문을 통과할 때 청와대와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이번 내란음모사건이 대박이 아닌 쪽박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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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대법원1992.10.13. 선고92도1428판결 등 참조

(2) Maruyama Masao, Gendai Seiji No Shiso to Kodo, (Tokyo: Mirai Sha, 1964)/ 마루야마 마사오 저․ 김석근 역, 「파시즘의 제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