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사건의 실체 파헤친 ‘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민중의소리


내란음모 사건의 실체 파헤친 ‘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
이동권 기자 su@vop.co.kr입력 2013-11-20 11:11:51l수정 2013-11-20 12:45:31기자 SNShttp://www.facebook.com/newsvop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
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민중의소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한국언론들은 국가정보원이 흘린 내용을 ‘받아쓰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판사봉까지 두드렸다. 겉으로는 대서특필, 특종 등의 이름을 빌렸지만 완벽하게 이 의원을 내란음모로 몰아갔다.

한국 언론의 추측 보도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둔갑술 수준이었다. 이석기 의원의 집에서 나온 러시아 화폐가 북한의 공작금으로, 이 의원에 집에 걸린 이민위천 족자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찬동으로, 이 의원의 두 차례 금강산 방문이 목적과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방북으로 보도됐고, 이 이원은 어느새 북한과 연계된 ‘내란음모의 수괴’로 둔갑됐다.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안이 의결됐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첫째로 문제 삼은 것은 이른바 ‘RO의 내란음모사건’이다. 법무부는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RO의 내란음모로 활동의 위헌성이 소명되었음”이라고 적시했다. 1심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사건을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기술해버렸다.

하지만 ‘RO’는 허상이다. 최근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면 녹취록 원본 파일도 없고, 녹취록도 200여 군데 넘게 고쳤다. 확실한 증거도 없고, 국정원이 내세우는 증거마저도 효력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누군가가 계획한 것처럼 내란음모-언론재판-통합진보당해산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사건 초기에 한국 언론이 객관적이었다면 이석기 의원의 기소장은 달라졌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 공개수사의 시점과 배경에 대해 합리적으로 따지기도 했고 내란음모의 혐의가 옳은지, 녹취록의 진위 여부가 믿을만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녹취록이 공개될 때마다 터지는 특종들을 그대로 옮겨 썼고, 편협한 정파의 주장을 갖다 붙여 사건의 본질을 흩뜨렸다. 양비론이 나온 것도 이때쯤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을 취재원 삼아 추측 기사를 쏟아내면서 이석기 의원을 ‘종북괴물’로 만들어버렸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바라보면서 분이 터진 8명의 지식인이 급하게 모였다. 김갑수, 김대규, 김준식, 문경환, 손우정, 이병창, 이시우, 임이화다. 먼저 이병창, 김대규, 김갑수가 모여 첫째 ‘이번 내란음모사건의 실체적 사실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 둘째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향후 진보운동에 참고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책을 기획하고, 여러 필자들이 동참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책 <내란음모의 블랙박스를 열다>다.

저자들은 50, 60년대 공안사건 기록책자나 논문을 보면 의외로 피상적이며, 명색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글이 고작 당시의 당국발표나 언론보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1956년대 진보당 조봉암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이 저항 없이 이뤄지고 실체 규명마저 늦어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당대 지식인들이 진실을 외면한 이유가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 책의 발간 작업을 서둘렀다.

“만에 하나 이석기가 미심쩍은가? 그렇다면 당신의 지성을 탓해야 한다. 당신의 뇌수에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 반공의 쇳가루가 침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갑수(소설가)
“진보적이고 배운 사람들이, 여전히 현상에 압도되어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매카시즘의 노예들과 별 차이가 없다.” 김대규(서울 디지털대 교수, 법학)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약자였고, 평균적 국민들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를 먼저 느끼고 울음을 터트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준식(소설가)
“어마어마한 사건의 증거는 달랑 내부 협력자, 즉 프락치가 구해준 정체불명의 녹취록이 전부였다. 그만큼 남재준 원장은 다급했던 것일까?” 문경환(‘동북아의 문’ 대표)
“‘헌법 밖의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식의 요상한 말들은 스스로 체제의 안전한 공간에 둥지를 틀겠다는 선언인 동시에…” 손우정(시사평론가)
“일단 주체사상이 대한민국에서 금지된 것이라고 하자. 지금 진보당 안에서 주체사상이 공적으로 표현되는가? 진보당의 어디에서도 그런 조짐은 발견할 수 없다.”
이병창(동아대 명예교수, 철학)
“우리 역사에서도 법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은 기각했지만 전두환의 내란죄는 확정했다. 자유국가가 싸워야 할 진정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반혁명세력이다. 진정 자유로운 국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혁명하라.” 이시우(사진작가)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설마 뭔가 했으니까 구속된 거 아니냐고. 국정원이 언론을 동원해 엄청난 여론몰이를 해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임이화(구속자 가족)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