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만 밟아 봤으면-뉴스더원-인천망향배운항

“죽기 전에 고향 땅, 한번만 밟아 봤으면…”

기자명 장철순 기자 입력 2021.10.14 13:09 수정 2021.10.14 13:20
강화 망향배에 오른 인천 실향민들, 고향 그리움 바람개비에 실어


인천의 실향민들이 망향배에서 평화의 바람개미를 날리고 있다. ⓒ임순석 기자
[뉴스더원]“살아 생전에 고향 땅을 한번 만이라도 밟아 보았으면…”

인천에 사는 실향민들이 14일 오전 그리운 고향을 멀리서 나마 바라보기 위해 망향(望鄕)배에 올랐다.

강화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에서 출항한 망향배는 경비정의 안내를 받으며 인천의 실향민 25명 등을 태우고 그동안 배를 통한 접근이 통제됐던 강화 교통대교 앞까지 운항했다.


인천실향민들을 태운 망향배가 경비정의 안내를 받으며 북한 쪽으로 운항하고 있다 ⓒ임순석 기자
이광림 인천시 황해도 실향민 향우회장은 “실향민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망향배 운항을 해 주신 정부와 인천시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언제든지 고향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강하구의 자유로운 민간항행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고향에 가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 너무나 가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향민들은 이날 선상에서 강화 교동대교 넘어 뿌옇게 보이는 북녁 땅을 바라보며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며 바람개비를 날렸다.

강화 망향배에 오르기 전 인천 실향민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순석 기자
이번 행사는 인천시가 통일부와 공동으로 실향민 어르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앞으로 정전협정에서 보장된 한강하구에서의 자유로운 민간항행이 이뤄지길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행사는 15일(금요일)에도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 및 최영준 통일부 차관,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강화 망향(望鄕)배 시범운항’을 축하하고, 참석한 실향민 어르신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여러분, 저기 펼쳐진 간척지 보이시나요? 저기가 망월리 벌판인데요. 몽골이 침략했을 때 강화도 천도 시절에 갯벌을 막고 소금기를 빼서 벼를 심었던 곳입니다” 선상에서 ‘한강하구 이야기’를 전한 이시우 사진작가의 목소리다.

이시우 작가는 “한강하구 쪽으로 지난 2000년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차로 가면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오늘 북녁 땅 쪽으로 1㎞가는 데 20년이 걸린 것 같다”며 “한강하구를 통해 고향 가는 길이 점점 가까워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통일부·국방부 등 중앙부처가 함께 준비한 행사로 한강하구가 평화의 상징으로 우리 삶에 다시 찾아 올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함께 만나 서해로 흘러나가는 한강하구는 정전협정 당시 민간선박의 항행이 보장된 중립수역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군사적 대립으로 현재까지 민간선박의 항행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남과 북은 10.4선언과 4.27판문점선언, 9.19군사합의를 통해 한강하구를 평화적으로 공동 이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18년 11월에는 북측과 공동으로 한강하구 수로를 조사하기도 했다.

시는 앞으로도 중앙정부 및 민간과의 협력 하에 한강하구 수역이 민간에 개방되어 또 하나의 평화공간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

민민홍 인천관광공사 사장도 “이 행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을 더욱 늘려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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