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평화기행서평 – 최양현진2008/09/11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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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평화기행]
DMZ를 아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2008-02-11 | 최현진/새사연 운영위원]

저자 이시우
출판사 창비
등록일 2008-02-11

이시우 선배가 지난 1월 31일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의 죄목은 국가보안법상 △기밀 탐지.수집.누설 △찬양.고무.선전.동조 및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 △회합통신 외에도 △해군기지법위반, 군사시설보호법위반, 군용항공기지법위반 등의 혐의 등이 었다. 그는 우리주변의 사진작가이고 평화활동가이다. 그리고 그는 저술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죄목중에 이적표현물 제작, 소지 반포는 그가 쓴 책인 ‘민통선 평화기행’에 해당되는 것으로 검찰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런데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랑크프루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100권의 책 중 하나로 전시되었으며 독일어와 일본어, 영어로 번역돼 평화를 사랑하는 전세계인의 찬사를 받고 있는 책이다.

무엇이 우리와 DMZ을 멀어지게 했는가?

분단된 땅에 살면서 우리는 그동안 분단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보아왔다. 전쟁의 기원에 대한 논문들은 국내외 학자들을 비롯해 수십, 수백편의 글들을 통해 이제 어느 정도 그 윤곽을 잡아오고 있다.

전쟁 이후 남북으로 오고 갈 수 없던 시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을 때에도 우리는 통일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통일하는 것이 좋은지 통일의 방법론을 공부해 왔다.

6.15시대 남북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남북을 오가고 있다. 이제 금강산에 이어 개성조차도 일반인들이 관광으로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다.

하지만 그 땅을 지키고 서 있는 군인만 우리 민족일 뿐 그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통일의 희망을 막고 있는 것이 미국이라는 사실과 우리가 아직 전쟁 중인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우리 국민의 몇 %나 인식하고 있을까?

“이 희망을 막고 있는 것이 있다. 종전이 아닌 정전을 선언한 정전협정문서이다. 이 문서 하나로 반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 ‘상태’에 있어야 했다. 분단이란 생활 속으로 들어온 전쟁이다. 동해의 영롱한 일출마저 철책선을 통해 봐야 하니 말이다. 민통선 기행은 곧 역사의 과제와 만난다” (‘민통선 평화기행’ 서문 중에서)

DMZ는 이렇게 우리와 매일 만나며 평화와 전쟁의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그동안 이 DMZ에 대해 과연 어떠한 보도를 하고 있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DMZ는 철새들의 낙원이며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평화의 보고로만 비춰져 왔다. 넓은 틀판을 뛰노는 고라니와 산비탈에 살고 있는 산양, 먹이를 찾아 하늘을 나는 독수리만이 DMZ의 전부였다. 간혹 전쟁을 보여줘도 젊은 군인들이 철책을 따라 걸으면서 추운 겨울 조국을 지키는 자부심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것은 DMZ의 다만 10%에도 지나지 않는다.

DMZ의 비밀

그곳을 관리하고 다스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정전협정의 담당자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유엔사를 대표한 미국이다. 따라서 이 곳에 대한 모든 권한은 이들 세나라가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개성과 금강산을 가기 위해 통일부에 신청서를 작성할 때도 그 최종 승인은 유엔사의 사령관이 한다. 그들의 싸인이 없으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DMZ다. 고작 2Km밖에 안되는 거리지만 그 곳을 넘기 위한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곳을 지키는 군인은 누구인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철책을 따라 서있는 초병은 바로 우리의 동생이다. 그러나 그들이 근무하는 OP에는 예외없이 유엔의 청송기와 함께 태극기가 나부낀다. 태극기만 걸어놓으면 정전협정위반이다. 그곳의 관리와 감독은 유엔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군인들이 자부심을 높이는 철책은 단순히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 아닌 유엔사를 대표하는 미국의 결정을 지키는 업무이다.

그들의 군복과 근무하는 환경만 대한민국일 뿐 그들의 상급기관은 유엔사를 대표해 한반도 정전협정체제를 관리하고 있는 미군이다. 모든 DMZ에 관한 권한은 고스란히 미국에게 넘겨준 대한민국 국군의 현주소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는 유엔사의 해체를 결의했다. 당시 국무장관 키씬저도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유엔사 해체를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휴지가 되어버렸다. 그뒤 유엔사의 이름 아래 두 번의 서해교전이 치러졌고,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경의선과 동해선 공사에 딴죽을 건 쪽도 유엔사였다. 이미 해체되었어야 할 유엔사가 여전히 한반도 전쟁위기의 당사자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민통선 평화기행’ 본문 중에서)

DMZ의 신화에 가리워진 상처

이렇게 미국은 유엔사라는 합법적이지만 불법적인 기구를 통해 한반도 분단체제를 관리해 왔다. 그리고 이들의 관리하에 있는 DMZ는 우리의 역사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철원의 노동당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반공인사를 고문하고 살해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가 되어 버렸다. 고구려의 호로고루 성은 군부대 막사로 인해 훼손되어 버린 상태다.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릉은 지뢰밭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자신의 고향인 경주를 그리워하고 있다.

논밭으로 변한 조강포구는 찬란한 역사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산하도 저마다 자신들의 이름을 버리고 아이스크림 고지, 펀치볼, 화이트 호스, 멘들 이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혹은 520 이니 378이니 하는 높이로 이름을 대신한다.

그곳의 사람들 역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미군부대의 부탁으로 지뢰를 심은 사람들이 또 다시 미군부대의 강압으로 잡초제거를 나가서, 자신이 심은 지뢰를 밟고 다리가 절단되었다.

“미군부대에 들어가 시야를 가리는 풀과 나무를 정리하는 마초작업을 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대부분 지뢰밭인 강 건너 부대에서 사고가 나는 것은 필연이었다. 금파리 장파리에 살아 있는 지뢰피해자만 13명이다”(‘민통선 평화기행’ 본문 중에서)

너무도 당연히 알고 있던 남침용 땅굴도 아직 그 실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4땅굴이 발견될 당시 ‘세계일보’는 ‘워싱턴타임즈’의 보도를 인용해 땅굴 발견을 보도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 국제부장을 연행했다. 그리고 이후 땅굴발굴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땅굴 발표와 함께 당시 이상훈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남침용으로 판 땅굴이 20여 개가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그후로 북한이 남침을 위해 판 갱도가 발견되었다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갱도가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일으킨 사회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과거의 갱도가 정치적으로 활용되었을 뿐 아니라 기획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너무나 엉성했던 것이다.”(‘민통선 평화기행’ 본문 중에서)

이 책을 권하며…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한 의심으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이 의심은 조금만 고민하면 너무나 당연한 확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리고 기존의 모순과 싸우게 한다.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철학에서는 모든 사물은 서로의 모순에서 끊임없는 대립과 투쟁을 통해 진테제를 생산한다고 가르쳐주고 있다. 바로 이 책은 우리에게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의 역할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진테제가 무엇인지 찾아 볼 것을 권한다.

DMZ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단순히 분단으로 인한 고통의 땅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분단에 대한 극복은 현재의 분단을 아는 것이 출발이라는 것도 암시해 주고 있다. 현재의 분단은 분명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정전협정’이다. 그리고 통일은 이 ‘정전협정’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를 우리시대의 과제로 내던져 주고 있다.

무수히 나오는 통일 이후 한국 사회학책들은 많지만 그 통일을 위해 시작해야 될 현재 우리의 출발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시우선배의 ‘민통선 통일기행’은 우리가 너무나 잘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몰랐던 이야기를 민통선을 따라 250Km에 걸쳐있는 지역들을 하나씩 발로 걸으며 알려주고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당신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당신의 사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나는 당신의 사상을 지켜주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시우씨는 우리가 알았지만 잘 몰랐던 이야기를 그가 발로 뛰면서 경험으로 느낀 내용을 한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 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씌우는데 한몫을 담당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갖는 것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 문제시되기에 과연 무엇이 우리에게 진실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