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세계문화유산추진관련기사 이시우 2004/10/17 176

한반도 DMZ는 세계유산감 위대한 자연 복원력 보여줘”
[조선일보 2004.07.14 17:54:11]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이번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은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의 유산입니다. 해당 유적이 남아 있는 국가들 간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각각 따로 등재됐지만 언젠가는 하나의 세계 유산 개념으로 통합돼야 할 것입니다.”
서울에서 열리는 ‘2004 DMZ포럼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알레산드로 발사모(Alessandro Balsamo)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World Heritage Centre) 부소장은 14일 기자와 만나 “세계 유산이란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서 세계가 함께 그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인 만큼,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유적이 국경 양쪽에 있다고 해서 두 개의 상이한 유산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15~16일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04 DMZ포럼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그는 1996년부터 세계유산센터에서 일하며 운영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했으며 작년에 부소장에 취임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칠레·일본 등지에서 잠재적인 세계 유산들을 발굴·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다.

발사모 부소장은 “한반도의 DMZ는 전쟁의 결과로 탄생한 ‘자연의 평화구역’이자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위대한 자연 복원력을 보여준다”며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 지역은 세계 유산 지정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DMZ포럼(대표 이승호) 주최로 열리는 이 회의는 한반도의 DMZ(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 유네스코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문화유산·자연유산과 문화와 자연의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복합유산’의 세 가지로 나눠지며, 현재 한반도의 DMZ는 복합유산의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

서부 접경지를 평화의 특구로>
죽음의 경계선이 생명의 푸른띠

기획-Peace Korea,해외의 평화도시 獨 잘츠베델

강연곤기자 kyg@munhwa.com

• ‘녹색띠’운동 벌이는 위르겐 슈타크 부부 : 독일 잘츠베델에…

“한국엔 아직 남북을 가르는 국경선이 있지요? 그 곳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습니까?” 과거 동서독 국경선에 서서 질문을 받았다. “지뢰가 묻혀 있는 곳이 있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도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통일을 대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자는 운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자는 그렇게 대답했다.

45년간 분단의 아픔을 겪고 통일시대를 연 독일은 우리와 곧잘 비교된다. 남북으로 길게 나눠졌던 동서독 국경과 동서로 155마일에 이르는 우리의 군사분계선, 혹은 비무장지대(DMZ)도 그렇게 종종 비교선상에 오른다. 그런데 이 국경선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달랐다.

아직 지뢰지대와 군사 대치상황을 벗어 버리지 못한 우리와 달리 통일 이후 동서독 국경지대엔 일종의 ‘녹색띠(Das Grune Band)’를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그린벨트를 조성하는 일이다. 이 운동의 결과 남북으로 1393㎞에 이르는 국경지대 인근 30여곳이 녹색지대로 조성, 관리되고 있다. 이 운동은 90년대 중반부터 독일에선 가장 큰 환경단체인 ‘분트(BUND)’ 주도로 시작됐다. 이들은 과거 동서독 국경지대 토지들을 사 들이고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철의 장막’은 생명이 숨쉬는 녹색지대로 거듭나기 시작했고 “‘죽음의 선’이 ‘생명의 선’으로 살아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녹색띠가 조성된 곳을 찾아 지난달 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 작센안할트주 잘츠베델을 향했다. 이 지역은 과거 동독 영토로, 서독 니더작센주와 마주보고 있었다. 알트마르크 평야와 엘베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도 첨예한 이념 대립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단절의 역사는 아직 남아 있었다. 우거진 풀숲 너머로 동독지역에서 탈출하는 주민을 감시하던 국경수비대 막사가 있었고, 철조망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과거 서독은 국경선 코 앞까지 농사를 짓고 살 정도로 경계를 하지 않았던 반면, 동독은 철조망과 감시탑 등으로 철저히 서독으로의 탈출을 막고 있었다고 한다. 기자를 이 곳으로 안내한 위르겐 슈타크(Jurgen Stark) 부부는 “감시를 위해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독약을 뿌린 경우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1393㎞에 이르는 동서독 국경지대 가운데 1265㎞의 구간에 철조망을 쳐 동서독을 갈랐다. 특히 이 가운데 1186㎞ 구간엔 경보음이 울리는 철망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탈출을 감행하는 동독 주민은 어김없이 총알 세례를 받았다. 차량 통행을 막는 도랑도 829㎞나 조성돼 차량으로 동서독을 오갈 수 없게 했다. 70년대 이후 동서독 합의 하에 철거되기 전까지는 지뢰지대도 형성돼 있었다.

역설적으로 이같은 분단상황은 자연의 보존환경으로 작용했다. 통일 이후 국경지역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조건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녹색띠 운동도 일어났다. 자연이 파괴된 곳은 분트의 노력으로 보살펴졌다. 잘츠베델 지역도 마찬가지. 동독 주민들의 탈출을 가로막던 도랑은 이제 조용한 시골 개울처럼 보이고, 철조망 사이엔 이름모를 꽃들이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이념에 따라 선이 그어졌던 곳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생태공원으로 바뀐 셈이다. 곳곳엔 자연 방목장이 생겨 친환경적으로 키워지는 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사료용 밀과 보리를 경작하기 위한 밭엔 농부들이 평화롭게 트랙터를 몬다. 분트가 그대로 땅을 놀려 두면 동식물들이 서식하지 못하는 환경이 될까 우려, 농부들에게 소작을 내줬다는 게 슈타크씨의 설명이었다.

특히 전국적으로 형성된 녹색띠 지역에서 각종 동식물이 보고되는 것도 분트 관계자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몇년전 작센주와 바이에른주가 만나는 지역에선 세계적으로도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새와 수달이 발견됐다. 잘츠베델 지역도 지난해 조사 결과 물총새와 검은목두루미 등 텃새류와 북유럽에 날아오는 기러기류 등 철새가 나왔다. 메추리나 회색자고새, 댕기물떼새는 잘츠베델 평야의 풀과 개울에 자연스럽게 부화를 하고 있다. 슈타크는 “분단이 인간에겐 악조건이었지만 자연엔 좋은 조건이 된 셈”이라며 “생태 조건이나 토양 상태에 맞춰 자연스럽게 동식물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분트는 나아가 과거 국경선을 독일 역사를 돌아보는 교육현장으로 만드는 일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서독 국경 자체가 독일 현대사의 훌륭한 박물관이기 때문. 또 단절에서 통합으로의 상징성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보존돼야 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사실 많은 국경지대가 통일 이후 시설물들이 철거되고 개발작업도 곳곳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슈타크는 “후대에 분단의 역사를 상기시켜 줄 만한 게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론 환경이나 문화, 역사를 테마로 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잘츠베델〓강연곤기자 kyg@munhwa.co.kr

서부 접경지를 평화의 특구로>
세계 최고의 생태관광지 꿈꾼다

기획 Peace Korea-동식물의 보고 DMZ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록추진 : 접경지 평화관광벨트화…

한강하구와 임진강하구 일대의 접경지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개리(천연기념물 325호). 사진:김연수기자 whitewhite@

비무장지대(DMZ)를 일본의 후지산이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맞먹는 자연생태 관광지로 가꾸어 갈 수 있을까. 길이 248㎞, 폭 4㎞, 면적 2억7200만평, DMZ는 세계적으로 드문 중요한 생태자원이다. 강화 김포 파주 등지의 서부권에 대한 최근 조사에서는 오색딱따구리를 비롯한 희귀종과 개리 등 천연기념물 13종이 확인됐다. 고라니와 같은 국제 보호 동물과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도 다수 발견됐다. 철원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권은 청둥오리, 독수리 등의 야생조류와 두루미의 월동지이고, 동해안과 산악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동부권 역시 희귀 동식물과 멸종 위기 동식물의 보고다. 이를 어떻게 보존, 관리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유용하게 할 것인가.

생태자원은 인간이 굳이 이용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인 가치를 지닌다.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얼마만큼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이 가치는 삶의 질이 높을수록 커진다.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단기적인 개발 이익을 얻기보다 보존하는 것이 낫다며 여기에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커지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DMZ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보전지역’지정을 추진한다거나, 한국관광공사가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것도 이에 근거한 것으로, 개발을 통한 당장의 편익보다 보존 가치를 앞세운 것이다. 불행한 현대사를 대가로 얻은 야생 동식물의 보고를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자는 것이다.

보존하는 것과 이용하는 것을 굳이 대립하는 개념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DMZ를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주요 구상으로는 한국관광공사가 오는 12월을 시한으로 서울대 조경학과 환경생태계획연구실에 용역을 맡긴 ‘DMZ 접경지역 평화관광벨트 개발 기본구상’이 있다. DMZ와 접경지의 난개발을 사전에 막고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되 평화관광벨트로 통합해 관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지역을 잘 보존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경우 일본의 후지산,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에 맞먹는 관광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관광공사측의 설명이다.

생태관광, 평화관광은 기존의 대중관광이 환경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강해지자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생태계의 조화를 꾀하는, 보전적 대안관광의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간섭을 덜 받은 자연지역에 대해 자연 보전성을 증대시키고 환경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여행을 하면서, 자연과 그 주변의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즐기자는 것이다. 여행자가 지역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사회경제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도 생태관광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다.

‘DMZ 접경지역 평화관광벨트 개발 기본구상’ 착수 보고서에 따르면 구상의 핵심은 이 지역에 대한 생태관광 루트를 만들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부권의 파주, 중부권의 철원, 동부권의 고성을 거점으로 이미 개발되고 있는 기존의 생태 관련 이벤트를 활성화하는 것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에 앞서 이 지역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 경제, 문화, 제도적 환경과 생태자원, 인문 및 사회 문화자원의 현황 조사, 분석이 선행돼야 하며,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향상 계획이 수립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문제는 개발과 보존을 양립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생태 운동가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용어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생태환경을 적절히 관리하되, 환경과 자원이 지속가능한 한도 안에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역을 개발하기 전, 인문적인 요소까지 포함한 생태환경 프로필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관광루트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MZ의 평화적, 생태적 이용과 관련해 최근의 제안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DMZ 내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자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5월 제11차 DMZ 학술대회에서 제시한 이 방안은 남북한이 DMZ에 가지고 있는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적 이해관계와 국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실천성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을 핵으로 한다. 이 방안이야말로 남북한 모두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평화 유지 방안일뿐만 아니라, 환경보호활동의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4/07/02

아픈 과거도 역사다(문화일보)

지난달 28일 독일 베를린시 중앙역(Hauptbahnhof) 건설현장. 레어터역(Lehrter)으로도 불리는 이 곳엔 수십명의 인부들이 시끄러운 기계음과 거대한 크레인을 배경으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2006년 6월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중앙역은 45년간 분단됐던 동·서독의 철도교통을 통일하는 상징적 기념물. 독일 철도공사는 이 역을 ‘명실상부한 유럽의 중심역’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유럽 동서남북을 이어주는 철도의 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유럽시대를 열겠다는 게 그들의 포부다. 아픔과 단절, 부끄러운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독일 베를린은 그렇게 평화와 공존, 재건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베를린은 지난 90년 10월 3일 통일 이후 야심차게 시작했던 도시 재건 프로그램을 일단락짓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중이다. 지난 98년 이후 7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중앙역 건설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맞아 사용되지 않았던 중앙역을 고쳐 철도교통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이 사업은 통일독일의 노력을 대변한다.

약 35억유로, 우리나라 돈으론 5조원 가까운 돈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유럽 최대의 공사. 동서로는 파리와 바르샤바, 모스크바 등지를 연결하고, 남북으론 스톡홀름과 로마를 이을 예정이다. 이날 기자를 현장으로 안내한 독일 철도공사의 홍보담당역인 볼프강 티미히(Volfgang Thiemig)씨는 “남북 8개 노선의 철도는 물론 지하철(U-Bahn), 국철(S-Bahn)이 연결되고 운하가 이어지면 유럽 최대의 교통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일 760대 이상의 기차가 지나다니고, 24만명의 인구가 이용하게 되는 이 역사가 바로 독일과 유럽의 통합을 상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아픈 역사를 묻고 새롭게 일어나기 위한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시의 노력은 91년 본에서 베를린으로의 수도 이전을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99년 9월 ‘베를린 공화국’ 시대가 공식 선포됐고 이후 10여년간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시의 시선은 과거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수도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것에 모아졌다. 특히 독일인들에게 베를린의 재건은 새로운 수도를 재정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씻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나치로 대변되는 어두운 근대사, 그 정점에 있는 도시가 바로 베를린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역이 통일과 번영의 다른 이름이라면 ‘포츠담광장(Potsdamer Platz)’의 대역사(大役事)는 폐허에서 번영을 꿈꾸는 독일 베를린과 동의어다. 베를린장벽이 지나던 곳이어서 아무런 건물도 세우지 못했던 곳, 폐허의 상징처럼 돼 있던 장소가 소니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적 기업이 입주하면서 기적처럼 하루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최고의 번화가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군사분계선이 지나던 곳에 새로운 도심이 세워진 셈이다.

“2차대전 당시 폭격을 맞아 초토화됐던 포츠담광장은 말 그대로 잡초만 무성한 무인지대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을 재건하기 위한 계획이 각계인사 70명이 참여한 ‘베를린 시티포럼’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베를린시 도시개발부 코넬리아 포츠카(Cornelia Poczka) 국제협력과장은 95년부터 포럼에 직접 참여한 실무자.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폐허였던 공간을 역동적인 사무공간, 쇼핑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만들자는 엄청난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며 웃었다.

실제로 베를린시는 지난 95년 이후 포츠담광장 재건에 집중했다. 이를 과거 단절의 역사를 씻는 기회로 생각한 베를린은 리처드 로저스, 렌조 피아노, 조르조 그라시 등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을 기본설계에 참여시킨 가운데 소니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23만㎡의 부지를 매입토록 했다. 전쟁 전인 1920년대, 대중문화와 유행을 선도했던 포츠담광장이 옛 영화를 찾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재건 컨셉트였다. 몇년 동안 소니는 사무공간과 복합영화관, 쇼핑몰을 입주시켰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본부도 바로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또 다임러는 19개의 빌딩을 세워 영화관과 주거공간, 사무빌딩으로 활용했다.

이제 포츠담광장으로 상징되는 베를린의 재건계획은 일단락되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나치당의 본산으로, 그 어두운 근대사의 증인이었던 제국의회 의사당도 99년 다시 문을 열고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중앙역 건설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베를린은 그래서 라이프치히광장, 알렉산더 광장 등 구 동베를린 지역에서 다시 재건의 삽을 다잡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도로 재포장과 건물 재개발 등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통일 이후 재정 악화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옛 영화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할이 아직 베를린에 남겨져 있다”는 포츠카 과장의 설명대로라면, 베를린을 평화와 문화, 공존의 새 도시로 만들기 위한 독일인의 노력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자 미래형인 셈이다.

독일 베를린〓강연곤기자 kyg@munhwa.co.kr

“DMZ 그냥두라,철조망도 손대지말라”

장회익 서울대명예교수-이반 덕성여대교수 대담

김종태기자 strato1@munhwa.com

장회익(오른쪽) 서울대명예교수와 이반 덕성여대 교수가 12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가치와 활용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두사람은 “DMZ는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의기투합 했다. 임현식기자 nextstep@

동서로 248㎞ 남북으로 4㎞, 면적 2억7000만평의 전 세계가 찬탄하는 생태 보고 지대는? 대부분의 남북한인에게 이젠 그다지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바로 한반도의 탯줄이자 50년간 인간의 발이 닿지않은 비무장지대(DMZ)를 일컫는다. 이제 남북한인들은 새로운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 머지않은 시점에 답해야할 과제다. DMZ의 생태·문화·환경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가? 장회익(66)녹색아카데미 석좌교수겸 서울대 명예교수와 미술작가인 이반(64) 덕성여대 교수가 12일 해답을 모색해 보았다.

두 사람은 공히 ‘있는 그대로’의 역설을 강조한다. “DMZ를 내버려 두라. 철조망도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생태학적 세계관’의 연장이다. 남북한인의 결단에 의해, 우리의 불행한 과거가 인류의 꽃으로 승화되는 금세기 최고의 논쟁과 규범이 이 땅에서 태어날수 있도록 절규해야 한다고 이들 노학자들은 부르짖는다. “패배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도 한다. 두 교수의 대담은 DMZ의 가치와 한반도 평화지대와의 연관성까지 넘나들었다.

장 교수는 생명은 개별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엮어진 온생명이라는 깨달음에 매료된 물리학자이며 녹색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87년부터 DMZ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90년 창립된 비무장지대예술문화운동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있다.

장회익〓DMZ는 동서냉전의 첨예한 접점이었고 동족상잔의 상처로 남아있다. 동시에 비극의 유산물로서 생태 보호가 이뤄졌다. 부정적 원인이 긍정적 결과로 전환됐다. 인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지역이다. 사람이 근접하기 어려운 극지대나 험준한 고산지대와 달리 DMZ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좋은 기후대의 비옥한 땅이다. 역사적 여건이 아니었으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독특한 지대다. 야생 생물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않고 살아가는 희귀한 지대다. 이제 어떻게 보존하면서 제대로 관리해 나갈 것이냐, 이것이 우리의 숙제다. 아직은 남북간 긴장이 남아있어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DMZ가 한번 훼손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그같은 상황이 오기전에 면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단단히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남북간 긴장이 해소되는 시기에 닥쳐서 우왕좌왕 할 일이 아니다. 공론화하고 연구검토하고 합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반〓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로 DMZ를 토막내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작업전에 DMZ 생태조사도 형식적으로 했다고 들었다. 물론 남북관계는 대단히 중요하고 경의선과 동해선의 의미는 무척 크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안된다. 한반도는 포효하는 호랑이 이고, 백두대간은 척추, DMZ는 녹색허리에 해당한다. 우리의 허파다. 이 좁은 땅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천지신명이 준 진주알 같은 보석이다. 전쟁을 일으킨 세대는 DMZ를 영위할 자격은 없되, 후세에 남겨줄 의무는 있다. 세계적 관광지로서의 경제학적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의 유명한 조각가인 친구가 “DMZ가 잘 보존돼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부럽다”고 연발했다. DMZ내의 생태계 조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남북이 한 마음이 되어 DMZ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전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한다. 손을 대지 않아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됐듯이, 놔두면 놔둘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생태나 환경이란 수식어를 앞에 붙인 시설도 DMZ내에 만들지 말고 그대로 두고 신성시해야 한다. 철조망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국민의 75%가 DMZ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500만 사상자와 1000만 이산가족의 피와 서러움이 농축된 공간이다. 그것이 거름이 됐다. 자연사의 승리,인간사 승리의 상징이다.

장회익〓민족 공동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섣불리 건들여서는 안된다. 자연파괴의 요인은 도로와 철도다. 도로 철도를 넓히겠다고 하는데, 이 지역 만큼은 생태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 DMZ는 설치 예술장이다. 그대로가 문화고 그대로가 예술이다. 7000만이 작품에 참여해야 한다. 백두대간을 남북으로, 동서로 DMZ를 연결하면 십자 생태축이 되고 십자 예술축이 되고 십자 관광축이 되는 것이다. 학술적 가치도 대단하다. 생태 실험장 연구장으로서의 가치는 측량할수 없다.

이반〓내버려 두라는 것을 방치의 개념으로 생각들 하는 데 그게 아니다. 방치의 개념을 뛰어넘어 생태학적 세계관, 생태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요지다. 생태자체가 문화고 예술이다. 생태 예술의 근원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전세계 예술인, 전세계인이 꿈처럼 가고 싶어하는 곳이 된다. 접경지역지원법을 여야 의원들이 통과시켰다. 접경지역의 표를 위해 국토를 저당 잡힌 셈이다. DMZ를 정치·경제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보다 몇배는 더 중요한 사안이다. 민통선 지역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시뻘겋게 파헤쳐지고 있다. 독일도 접경지역지원법이 있었지만 주민 보상차원이었지, 개발 차원이 아니었다. 우리는 개발용 법이다. 제발 아직은 DMZ를 내버려 둬야한다. 생태환경을 보호한다는 남북의 세계선언이 나올 때까지는 손을 대면 안된다. 접경지역 주민들도 50%이상이 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생태가 무너지면 평화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동등한 평화가 진정한 평화다. 한반도가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다.

장회익〓문화일보도 ‘서부 접경지역을 평화특구로’란 뜻있는 기획의 제목을 평화·생태 특구로 라고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야생 생물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남북간 철도 도로가 뚫리면 생태 브리지,생태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 경의선 동해선도 미리 배려를 했어야 했다. DMZ 탐방은 도보로만 하게 해야 한다. 그런 대원칙을 시급히 세워 남북간 물자와 인적 교류를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물자와 인간은 땅 깊은 아래나 하늘로 다니고 땅은 야생 생물에게 권리를 줘야 한다. 그것이 최우선이다.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을 닿지않고 사람들이 지나가게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이다. 록키산맥에 가면 작은 오솔길 옆에도 줄이 쳐져 있다.

이반〓빨리 빨리는 아주 위험하다. 창작을 하듯 작품을 하듯,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한반도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야생을 위한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세계적 명작을 창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DMZ를 전부 국유화해야 한다. 정부에서 나서서 마스터 플랜을 짜야한다. DMZ가 2억7000만평이니까, 남측 분량이 1억4000만평 정도인데 이걸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 통독도 땅을 사들여 보존하고 있다. DMZ를 남북의 민간인 출입통제 지구인 준녹색지역까지 확장해야 한다. DMZ 인접지역이 DMZ와 인간들의 지대간 완충역할을 할수 있도록,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개발로부터 터전을 보호하면서 즐겁게 살게 만들어 줘야 한다. 주민지원법등을 제정해야 한다. 세제에서부터 병역, 교육에 이르기까지 혜택을 주어 DMZ가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DMZ는 확장이 된다.

장회익〓자연 친화적인 생활도 하면서 보호 관찰하는 학습장을 DMZ 인접지역에 깊이 연구해서 만들면, 살아있는 생태계의 확장은 물론 경제적 이득도 꾀할수 있다. 국제적 도움도 필요하다. DMZ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관철해 손을 못대게 해야 한다. 개발이 아니고 세계인이 연구하고 경이로워 하는 장으로 남겨야 한다. 남북이 DMZ 지키는데 협력하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자연을 보존하면서 남북이 같이 걸으면 남북만의 화합 뿐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화합도 도모된다. 학술적인 부분을 위해서도 남북간의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남북 나아가서 국제적 협동을 통해 공동 연구를 철저히 해야한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국유화를 위한 예산도 축적하고 1평 사기 운동도 벌여야 한다.

이반〓국민들이 인식을 해야한다. 남북 지도자가 DMZ 보호 선언을 해야한다. 거대한 그린벨트로 선언을 해야한다. DMZ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알 깨지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중요 의제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DMZ보존관리특별법, 접경지역자연자산보존법을 만들어야 한다. 접경지역 원주민지원법도 물론이다. 국민 대토론이 지속적으로 전개돼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해야한다. 아주 정교하고도 촘촘한 그물망 같은 점(点) 계획을 짜야 한다.

장회익〓생명 사상은 자연 자유 생명의 사상이다. 통일 사상이기도 한다. 그것이 DMZ의 사상을 실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지대화의 구현이다. 한반도가 한민족을 떠나 전세계인의 생명사상의 상징으로 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이반〓다시 말하지만, 온 국민이 DMZ의 자연생태에 관한 인식이 보다 상승하고 더욱 평준화될 때까지 어떠한 결정도 유보해야 한다. 지구상에 유일한 DMZ를 비롯한 접경지역의 생태환경은 평화도시, 생태관광으로 다 요절날지도 모른다. 제발 DMZ는 결코 실험의 연습장이 아니니 내버려 둬야 한다. DMZ를 인간 중심의 이용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문제를 온 국민이 이해할수 있을 때까지 어떤 정책도 유보해야 한다. 개발하지 않는 것을 방치로 해석하는 기존의 사고나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제안보다 때로는 황당해 보이는 문화 예술적 발상이 DMZ 보존에 기여할수 있다. 강조하자면 인간-자연의 동등한 관계로서 생태학적 정신(Eco-Sophy)에 진입할 때만이, DMZ의 효율적 보전과 활용의 답이 나온다. 계산보다는 상상력의 산물이어야 한다. DMZ 보존으로 부가되는 경제적 정신적 학술적 가치도 이루 말할수 없다. 우리는 DMZ등 접경지역이 갖는 특성을 이제라도 차분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인간이 존속하는 한 그 속성상 개발은 피할수 없는 운명이라고 볼수록, DMZ에 대한 세심하고 사려깊은 구조적 이용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통독이전에 동독의 환경문제를 서독에서 지원함으로써 통일의 물꼬를 트는데 큰 기여를 했음을 새겨야 한다. 북한의 환경문제를 남쪽이 배려하고 권유하는 식으로 DMZ 문제도 들여다 봐야 한다.

정리〓김종태기자 strato1@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4/08/13

개성공단은 지금( 문화일보)

남북한 경제 교류협력의 전초기지인 개성공단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샤먼(厦門)을 보라. 샤먼은 남북 경제협력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생생한 증거다. 타이완의 최전선인 소(小) 진먼다오(金門島)와 불과 4.6㎞ 떨어진 샤먼엔 접경지역의 긴장감은 없다. 오히려 샤먼 경제의 주춧돌인 타이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눈부시다. ‘양안(兩岸)간 정치는 냉(冷)하지만 경제는 온(溫)하다’는 중국과 타이완의 유연한 사고가 부러울 뿐이다.

◈샤먼에 양안관계란 없다〓샤먼에서 유람선을 타고 소 진먼다오로 향했다. 유람선은 소 진먼다오 100m 앞까지 접근했다. 우리로 치면 판문점 관광인 셈인데, 분단국 출신 기자 눈에는 일상적인 평화로움이 오히려 낯설었다.

군인들은 보이지 않고 샤먼 부두엔 경비정 몇척만이 덩그라니 묶여 있었다. 타이완과 마주보는 샤먼 해안가는 ‘연인들의 거리’로 불리고, 커다란 ‘일국양제통일중국(一國兩制統一中國)’ 입간판만이 접경지역임을 알려준다.

광활하게 자리잡은 하이창(海滄) 투자구 등 4개 경제구에는 타이완 기업들이 빼곡하고, 타이완 인들은 내국인들과 뒤섞여 하등 다를 것 없이 생활한다. 한 채에 46만달러를 호가하는 고급 빌라촌인 타이완 산좡(山莊)에는 타이완과 중국 사람들이 이웃하고 있다. 타이완 사람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 그리고 커피숍이나 식당등 서비스 업종에도 적극 진출해 있다.

샤먼시 관계자는 “타이완의 투자액중 20%가량이 서비스업”이라고 추산했다. 경제에 관한 한 사실상 같은 나라(一國)나 다름 없었다.

타이완 사람들은 대(大) 진먼다오까지 배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항공편으로 타이완을 왕복한다. 매년 20만명의 타이완 사람들이 샤먼에 입국한다고 샤먼시는 전했다.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타이완의 독립추진으로 인한 정치적 파고에는 전혀 무관심했다. “전쟁이요? 안 일어나요.” “전쟁이 발발해도 샤먼만은 안전합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샤먼을 폭격하겠어요?” 샤먼에 넘쳐나는 타이완 사람들과 기업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익명을 요구한 타이완 기업가는 샤먼과 타이완은 독특한 유대감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타이완 사람 70~80%가 푸젠성 출신이다. 샤먼은 타이완 사람들에게 고향이다.”

◈샤먼은 타이완이 먹여 살린다?〓샤먼엔 먼지바람이 그칠 날 없다. 건축열기가 한창이다. 30층을 넘나드는 고층 아파트와 건물 공사현장의 크레인 숲은 장관이다. 샤먼 섬과 시 내륙을 잇는 하이창 대교(大橋)는 5926m에 왕복 6차로의 위용을 자랑한다. 시 정부는 5년내에 상하이보다 인구밀도를 더 높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구 137만명, 서울의 2.6배 크기의 샤먼은 중국에선 신화다. 80년 경제특구 지정 이래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 18%, 중국 주요도시 종합경쟁력 평가 5위(2002년), 1인당 GDP 5722달러(2002년)란 수치들이 놀랍다. 샤먼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상하이와 비슷하고 중국 평균보다 3~4배 높다.

중국 남방지역 별볼일 없던 항구도시의 도약 비밀은 무엇일까. 답은 타이완의 지갑이다. 중국은 타이완을 겨냥해 샤먼의 문을 열었고, 이는 적중했다.

싼 인건비와 넓은 부지를 찾아 타이완 인들은 러시를 이뤘고, 타이완 기업 2057개 사가 샤먼에 투자했다(2002년말 기준). 이는 샤먼내 외국기업의 36%에 달한다. 샤먼 시민중 20만명가량이 타이완 기업에 고용돼 있다고 추정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샤먼무역관 정승채 관장은 “타이완 기업은 대부분 홍콩 등 제3지역 현지법인 명의로 투자한다”며 “사실상 샤먼에 투자된 외자의 90%가 타이완 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타이완은 모두 샤먼의 성공에 만족하고 있다. 타이완은 80년대에는 방직업 등 경공업 위주로, 90년대엔 석유와 화학공업, 2000년대엔 소형가전업 위주로 투자했다. 타이완의 대 샤먼 투자는 2000년대 들어 주춤하고 있다. 베이징 등의 적극적인 타이완 기업 유치전 때문이다. 샤먼도 타이완의 투자가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되자 최근엔 구미 국가 등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샤먼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꼭 둘러봐야 할 학습장이다. 우리의 개성공단이 샤먼을 추월하는 그날, 통일은 우리 곁에 서 있을 것이다.

중국 샤먼〓김종태기자 strato1@munhw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4/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