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 이시우 2004/10/17 182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

손 기 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현단계 남북관계 평가와 과제

1990년대 중반까지의 남북관계는 남북이 이념,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대결하였던 “적대적 대결”(antagonistische Konfrontation)의 시기로 특징지울 수 있다. 서로간에 체제비난과 유형적, 무형적인 적대성이 표출되었던 반면, 교류나 협력은 단절되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대북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대북화해협력정책)을 바탕으로 정경분리원칙 아래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였던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반도의 남북관계는 이념적으로, 정치 군사적으로는 적대적인 대립의 상태가 지속되었지만,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 문화적으로는 부분적으로 교류와 협력이 형성되는 “적대적 협력”(antagonistische Kooperation)의 “초입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잠수정의 침투, 서해에서의 무력충돌(1999년)과 같은 적대적인 대립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서도 금강산관광사업과 같은 남북한 경협이 추진될 뿐만 아니라, 예술단이나 언론 체육 종교단체의 방북이 실현되는 등 사회 문화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이 형성되었다.
만약 이러한 적대적 협력이 서로간의 이해에 의해 확대되고 심화될 경우에는 이념적으로는 체제의 성격을 달리하더라도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부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평화공존”의 시대가 남북관계에 도래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이념적으로는 상이하더라도 경제, 사회, 문화분야에서의 상호간 전면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짐은 물론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남북한이 부분적으로 합의하여 당국간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군사적으로도 긴장이 완화되어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상황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평화공존이 본격화되고 그 과정에서 남북간에 커다란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우리가 염원하는 민족통일의 궁극적 형태인 “1민족 1국가 1체제”로 향하는 도정에서 “1민족 2국가 2체제” 형식의 “남북연합”이 가시화되어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그리고 궁극적인 한반도 통일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의 전반적 영역에서 남북한 상호간에 통합의 수준이 서서히 높아지는 가운데 민족합의에 의해 평화적으로 이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남북관계의 진전구도에 더하여 남북관계에 국제적 차원이 고려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구상간의 상관관계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은 전쟁상태를 청산하는 “평화의 회복”(소극적 평화)과 평화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평화의 유지” 두가지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적극적 평화)이다. 따라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는 평화의 회복에 중점을 두어 남북관계를 “적대적 협력”단계에서 “평화공존”단계로 진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적극적 평화의 개념으로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포함함은 물론 평화의 유지를 항구화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평화공존”단계에서 “남북연합”단계로 진전시키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한 기대는 [그림 1]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는 민족분단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민족의 통일을 지향하고 기여할 수 있는 체제여야 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은 ① 한반도 평화의 회복을 위한 체제 구성방안, ② 한반도 평화의 유지를 위한 체제 구성방안, ③ 민족통일에 기여하는 체제 구성방안 등을 포괄해야만 한다.
적대적 협력이 막 움트기 시작했던, 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우리의 과제는 경제 및 사회 문화분야에서의 남북한 교류 협력의 폭과 규모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나가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정치 및 군사분야에서도 교류 협력을 이끌어내어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평화공존의 단계로 진입시키는 일이었다. 적대적 협력이 막 움트기 시작한 민간차원에서의 교류 협력 뿐만 아니라, 당국차원에서도 교류 협력을 경제 사회 문화분야에서는 물론 정치 군사분야에서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절실히 대두하였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소망스런 남북관계의 진전구도를 일거에 앞당겨 남북이 경제 및 사회 문화분야는 물론 정치 군사분야에서도 교류와 협력을 광범위하게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틀, 즉 남북관계가 평화공존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장관급회담, 경제 및 군사실무회담 등의 당국간 대화가 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의선 연결 공사 진행, 개성공단 건설 합의, 이산가족 상봉, 예술단 방문 등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한 교류 협력이 이루어짐으로써 남북관계가 “적대적 협력의 초입단계”에서 “평화공존의 초입단계”로 급전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이후 김정일위원장의 답방무산, 서해 재교전(2001년),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북한의 핵개발 의혹 등으로 남북관계는 다시 “적대적 협력”의 단계로 환원되고 말았다. 한편 “햇볕정책”으로 상징된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사에 커다란 분기점을 이루는 성과를 이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노정하였다. 대북화해협력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였으며, 정상회담을 둘러싼 대북송금과 같이 대북정책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 특히 부시 미행정부와의 공조체제 형성에 한계를 가졌다. 그리고 대북현금지원 등 대북지원 방식에 문제점을 노정하였으며, 남북경제협력관계가 남북군사협력관계로 진전되지 못하고, 북한의 핵무기개발 억제에 실패하는 등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조성에도 미흡하였다.
결국 현재의 우리의 과제는 경제 및 사회 문화분야, 이른바 하위정치(low politics)분야에서의 남북한 교류 협력의 폭과 규모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정치 및 군사분야, 이른바 상위정치(high politics)분야에서도 교류 협력을 이끌어내어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평화적 공존이란 상생(相生)의 단계로 진입시키는 일이다. [6 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경제 사회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심화시키는 한편,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한반도에 명실상부한 평화적 공존관계를 반석에 올리는 일이다.
이렇게 볼 때 화해 협력과 평화공존에 대한 남북한의 의지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서로가 합의하느냐의 여부에서 확인될 수 있다. 왜냐하면 비무장지대는 모든 차원에서의 남북한의 이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명칭이 말해주듯 비무장지대는 서로의 정치 군사적 이해가 마주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환경 등 모든 쌍방의 이해가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데 합의한다는 사실은 바로 서로가 정치 군사 경제 문화 환경 등 포괄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평화공존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서해 강화도 교동의 끝섬에서 시작하여 동해 고성의 명파리에 이르는 6백리의 잘려진 한반도의 허리인, 사실상 중무장지대화된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에 남북한이 어떠한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 및 사회 문화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의 내용과 질을 풍부하게 한다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도 교류 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한반도의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도약시켜 적대적 협력에서 평화적 공존의 단계로 전이케 하는 결정적인 디딤돌을 마련함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 동해안 철도 도로의 연결은 이러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는 역사적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이 글에서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가 남북한이 포괄적 측면에서 이해가 합치하여 호응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며, 동시에 남북관계를 명실상부한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케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업임을 논거하고, 이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우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시에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이어 이를 바탕으로 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가 남북한의 전반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함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실현가능하고도 바람직한 사업인가를 논거한다. 다음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체계적,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전반적 추진구도와 세부추진방안으로 나누어서 제안한다.

2.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고려사항

(1) 비무장지대의 성격

비무장지대란 “국제법상 국가가 군사병력(military forces)의 주둔과 군사시설(military installations)의 유지를 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는 그 국가의 영토와 영해, 하천, 운하 그리고 그의 상부 공역을 포함하는 특정 지역이나 구역(areas or zones)”을 말한다. 다시 말해 “병력(armed forces), 전쟁물자(war materials), 군수공장 (armaments factories)의 설치가 금지 또는 제한된 지역”을 말한다. 비무장의 범위에는 무기 혹은 군사장비의 판매나 이전, 기술 원조,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핵물질의 이전도 포함되며, 넓게는 개인이 전쟁과 군복무로부터 귀환 – 이른바 “개인적 비무장화”(individual demilitarization) – 하여 민간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포함된다(김명기 1999, 68∼69). 군비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비무장지대는 군비의 공간적 제한이 행하여지는 지대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비무장지대의 설치근거는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국제연합군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휴전협정)이다. 그리고 휴전협정 체결 후 1991년 12월 13일에 남과 북이 체결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는 평화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휴전협정을 준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설치근거는 휴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비무장화를 위한 비무장지대 설정에 관하여 휴전협정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경계선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 적당한 표지물을 세우도록 한다(휴전협정 제1조 제4항), 비무장지대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무장지대로부터 군사역량 등을 철거한다(제1조 제13항 ㄱ목), 적대 쌍방사령관은 일체의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명하고 특히 비무장지대내 적대행위의 금지에 관해 특별히 규정한다(제1조 제6항), 어떠한 군인이나 민간인을 불문하고 비무장지대내에의 진입을 금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진입하려는 지역의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를 얻어서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제1조 제8항, 제9항), 비무장지대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은 각 당사자의 군사령관에게 그 책임이 있다(제1조 제10항), 군사정전위원회 본부의 위치를 비무장지대내의 판문점으로 정하고 필요시 비무장지대내의 다른 곳으로 이설할 수 있으며(제2조 25항 ㄱ목), 군사정전위원회의 본부 부근에 1개의 비행장을 건설 유지할 수 있다(제2조 제13항 ㅈ목) 등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의 어느 국내법이 아니라 휴전협정이라는 국제법에 의해 설치된 것이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관리와 감시도 남북한의 어느 일방, 또는 쌍방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군사정전위원회라는 국제기관(국제적 성격의 합동기관)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비무장지대의 법적 성격이 단순한 일 국가의 영역과는 다른 성질을 가짐을 시사한다.
그러나 비무장지대가 어느 국가의 영유권에도 속하지 않은 국제공역은 아니다. 그것은 남북 4㎞의 띠를 형성하는 남북한의 영유권하에 있는 지역(접경지대)이다. 다만 감시 및 관리권을 행사하는 기관의 국제성으로 인해 비무장지대가 현재 준국제적 성격을 갖는 중립화지역(neutralized zone)으로 변모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며, 분명히 휴전상태하에서만 지속되는 한시적인 것이다. 또한 비무장지대내의 인(人)과 물(物)에 대한 권한, 즉 통치권과 지배권은 일반적으로 주권국가(독립국가)가 자국영토내에서 통일적으로 행사하는 영토주권(영역주권, 영토고권, 영토권, 영역권이라고도 함)의 경우와는 달리 분할성을 보이고 있다.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있는 주민에 대해 남한이 단독으로 통치할 수 없고 또한 물(物)에 대해서도 남한이 단독으로 배타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것은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비무장지대의 통치는 군사정전위원회가 행사하고, 영유권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보유하는 특수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제성호 1997, 85∼87).
전체면적 약 248㎢에 달하는 비무장지대는 현재 국토이용관리법에 있어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자연환경보전법에 있어서도 유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 정부에게 관할권이 이양된 후 2년간 생태계 조사를 통하여 필요한 지역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2)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고려사항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법적 근거는 휴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교류협력분야 부속합의서 등에서 찾을 수 있으나,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남북기본합의서이다. 그 제12조에서 불가침의 이행과 보장을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신뢰구축 차원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문제를 협의 추진할 것을, 그리고 제19조에서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해로, 항로를 개설할 것을 각각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남북기본합의서의 제3장 남북교류협력의 실시를 위해 채택된 교류협력분야 부속합의서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있는 조항들을 산발적으로 규정, 예를 들어 부속합의서 제3조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문제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휴전협정의 경우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1조 제1항의 비무장지대 설치목적, 즉 완충지대를 통한 적대행위의 재발방지에서 평화적 이용에 대해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완충지대화는 남북한간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적 분위기 조성을 도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이룩하며 궁극적으로 평화통일 달성을 의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휴전협정의 정신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이장희 1995, 21).
학자에 따라서는 그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민족발전공동계획 등을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법적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제성호 1997, 96∼98 참조). 그러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민족발전공동계획은 남한 측에 의한 일방저 조치이기 때문에 남북한 쌍방에 의해, 혹은 국제법에 의해 규정되거나 의미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기본적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북한과 또는 북한이 동의한 국제법에서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비무장지대에 정치 군사 경제 환경 문화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방안이 실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포괄적인 측면에서 남북한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어야 그 실천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남북한이 합의하여 실천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어떠한 측면에서 남북한 양쪽이 가지는 다양한 성격의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인가?

1) 정치적 측면

먼저 정치적 측면으로 남북 쌍방의 체제나 당국에 최소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부담이 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체제나 당국의 정치력 외교력을 대내외적으로 선전 고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쌍방의 대남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배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남북한 쌍방에 정치적인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전제이며, 이용방안이 양쪽에게 정치적 이득을 크게 줄 수 있을수록 그 방안의 실천성은 제고될 것이다.
제안된 비무장지대의 이용방안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북한당국의 국내적, 혹은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하거나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을 경우, 체제유지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제안된 이용방안이 북한의 체제유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고, 반대로 북한당국의, 김정일위원장의 정치력을 선전할 수 있는, 예를 들어 한반도의 평화확보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제안일 경우에는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북한에 대한 이와 같은 고려는 역으로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2) 군사적 측면

다음으로 군사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현재의 군사적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개편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자국에 불리하게 변화되는 계기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비무장지대 이용방안이 아무리 평화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남북한이 자국의 군사적 안보의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다면 방안의 실행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방안의 군사적 측면은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정치적 측면에서의 민주화, 경제적 발전, 사회 문화적 다양성과 자율성 등 사회 모든 측면에서 우리와 어깨를 견줄 수 없는 북한이지만 군사적 측면, 구체적으로 말해 군사지리적 측면을 포함한 군사력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여전히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쌍방의 총체적인 군사력의 우열을 분석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우리의 수도 서울의 불과 북방 수십km 지점에 일거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화력을 집중 배치하고 있는 군사지리적인 잇점은 북한이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압박력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배치된 북한 군사력의 후방배치나 축소를 전제한다던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대남 군사적 압박력을 떨어뜨리는 제안이라고 여겨진다면 북한은 거부,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거부할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무엇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하여야 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에 관한 남북한간 합의의 물꼬가 터져야 할 현재의 초기단계에서는 남북한 현재의 군사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거나 최소화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가 평화적 공존관계로 진전되고 군사적 신뢰감이 구축될 경우에는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남북한의 군사력 재배치나 군축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과 함께 혹은 별개로 활발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의선의 철도와 도로 그리고 동해안에서의 철도 도로의 연결과 같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합의한 이유는 이 사업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들의 전반적 대남 군사압박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경제적 실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3) 환경적 측면

환경적 측면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지난 반세기간 조성된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 파괴시켜서는 안되며, 오히려 보호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 환경보호와 환경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손기웅 2001). 일반적으로 정치 및 군사적 고려에 이어 다음 우선순위는 경제적 측면이 되어야 할 것이나, 비무장지대의 특수성은 이에 앞서, 최소한 남한의 입장에서는 환경적 고려를 우선하도록 한다.
주지하다 싶이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 기간 피아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렸던 한반도 전역의 군사적 대치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하고 그 남북 2km를 그은 지역이다. 비무장지대는 당시에 초토화되었던 지역이나, 이후 50여년간 인적의 침입이 끊기면서 자연이 자생력으로 스스로를 복원한 지역이다. 인위적으로 완전히 훼손되었던 생태계가 지금은 완전히 회복하여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생태계로 전변되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생태계가 인간의 간섭없이 자기조절로 복구되어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지역으로 변모하였고,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손상과 오염으로부터 격리된 유일한 국토가 되었다.
물론 전쟁 이후 남북한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요구에 의해 부분적으로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훼손된 부분이 있고 또 생물다양성이나 생태적 여건이 서부지역, 중부지역, 동부지역 등 크게 세 지역으로 구분할 때 차이가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비무장지대는 희귀동식물과 희귀어류가 서식하고 조류가 도래하는 생물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으며, 수질, 대기, 토지의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란 이름 아래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는 것은 한반도 유일의 자연의 보고, 민족의 천연자원을 파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비무장지대를 전혀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두자는 주장도 극단에 치우치는 것이지만 단기적이고 현실적인 경제 이익이 앞서서 이 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인간의 침입을 인내하던 환경이 어느 포만점에 이르면 급격하게 악화되어 다시 회복하기에는 엄청난 시일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현재의 남북한 주민이 겪으면서 체득한 공통의 상식이다. 따라서 필요한 부분만의 개발도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하는 환경적 양심이 향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자리잡혀야 한다는 것은 민족적 의무라 할 것이다.
한편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한반도 환경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장기간 국토분단에 따른 생태계의 단절과 고립화 현상을 극복하고 대기 하천 해양 등 남과 북이 공유하고 있는 환경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남북의 공동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지구 환경보전이라는 국제적 기류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한의 환경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단절된 한반도 환경공동체를 복원하여 남북한의 환경문제와 동북아 환경문제 그리고 지구환경문제에 따르는 도전을 극복하고 한반도 환경을 안정된 상태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시대의 요청이다.

4) 경제적 측면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을 통해 남북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경제이득의 확대를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아무리 환경친화적이라고 해도,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남북한의,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면 그 실행가능성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식량난 해결에 몰두하고 에너지난으로 인해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경제적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에 적어도 현재의 북한이 귀기울이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방안이 경제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기본요건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경적 고려도 동시에 이루어져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남북한이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5) 문화적 측면

비무장지대에 산재한 문화유적 유물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존 관리할 수 있어야, 나아가 한반도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여야 한다. 한국전쟁중 비무장지대 내의 문화유산이 크게 훼손되었지만 아직까지 이 곳에는 고인돌과 같은 선사시대의 유적은 물론 삼국시대, 태봉국, 고려시대의 가치있는 문화사적(왕궁, 산성, 사찰, 고분)이 산재해 있거나 그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는 반세기 전 우리가 살던 집과 가꾸던 농경지, 우리가 닦아 놓았던 길과 우리가 공유하던 공공시설, 선조들이 남겨 놓았던 슬기, 그때의 풍습과 풍속까지 고스란히 묻혀 있는 문화의 유적지이다. 풀 섶을 헤치면 옛 집터들이 드러날 것이고, 검은 구들장과 돌담들은 그 집이 ㄱ자 집이었는지, 마을이 남향을 향해 있었는지 동향을 향해 있었는지를 말해줄 것이다. 일제시대 때 건설한 남대천 양회 다리는 당시 시멘트를 양생하는데 모래와 자갈의 비율을 어떻게 했는지를 말해 줄 것이며, 금강산으로 가던 허물어진 7번 국도에서는 당시 도로들의 설계와 시공 방법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즉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 각 시대의 역사, 문화, 수난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역사의 산현장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남북한 어느 쪽에서도 비무장지대 일대에 대한 유적발굴, 학술조사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풍부한 문화유산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잔존한 문화재마저 복원되지 못하고 폐허인 채로 50년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은 우리 선조의 역사의 숨결과 자취가 남아 있는 이 곳을 문화적으로 복원, 유지, 개발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민족문화 창달의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6) 국제적 측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고려해야 할 이상과 같은 포괄적인 남북한의 이해관계가 좁게는 한반도 주변국가, 넓게는 국제사회의 이해에도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비무장지대는 직접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얽혀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주변국, 유엔사회 등 세계적인 관심지역이다. 이를 고려할 때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이해도 함께 아우르는, 그것도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 등 포괄적 측면에서 이들의 이해에 부응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제시될 때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이를 지지할 것이며, 그 지지를 바탕으로 평화적 이용방안의 실현성과 지속성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남북한의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 등 포괄적 국가이익에 부응하고 동시에 국제사회의 이해도 포용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방안이 제안될 때 사업의 내용이 풍부하게 됨은 물론 사업의 실현가능성도 제고될 것이란 점을 살펴보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렇게 볼 때 기존의 비무장지대 평화적 활용계획(평화시, 생태공원 및 물류기지 건설이나 UNESCO생물권보존지역 지정 등)은 이상과 같은 남북한의 이해를 포괄적으로 설득력 있게 고려하지 않거나,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논거에 소홀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현 단계에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구상 – 예를 들어 북한의 대남 군사적 압박력을 손상시키거나, 비무장지대내 평화시 혹은 물류기지 건설을 제안하면서 비무장지대 인근 북한 군사력의 후방배치나 군축의 주장을 제안 – 으로 이용방안의 실천성을 스스로 제한하였다고 평가된다.

3.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의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이 현단계 남북관계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 좀 더 실천성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 검토되어야 할 고려사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 북한과 구체적인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합의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가 우리의 국가적 사명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에 가지고 있는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적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비무장지대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이 가장 적절하고 실천성이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이라 판단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한 모두의 포괄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여 서로로부터 호응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지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통일 이후에는 동북아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의 유지와 환경보호활동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남북한과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될 수 있다.

(1) 남북한 차원

1) 정치적 측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한의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적 국가이익에 부합하여 남북한 쌍방으로부터 호응받을 수 있다. 우선 정치적 측면으로 남북 쌍방이 평화의 구현을 상징하는 유엔의 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또한 동북아지역 최초로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남북 쌍방은 정치외교력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간 화해 협력을 촉진하여 평화공존으로 진입하려는 쌍방의 대북, 대남정책에도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대북, 대남정책, 나아가 통일정책에도 모순되지 않는다.
북한이 남한과 화해 협력과 평화공존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북한이 변화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6 15공동선언] 이후 남북장관급회담 국방장관회담 경제실무회담 군사실무회담 등 다차원적 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이벤트성 사업의 지속만이 북한의 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북한이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던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통일방안 수용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리고 두차례에 걸친 서해교전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남북당국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북한의 변화를 보여준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의 보유를 공식화함으로써 한반도에는 긴장과 갈등양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미국에 제의한 이른바 “대담한 제안”이 본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 사용금지, 대규모 경제 지원, 미 북관계 정상화 등을 골격으로 한 체제유지에 목적이 있음을 고려할 때, 적어도 경제난의 해결에 몰두해야 할 상당기간의 상황 속에서 북한정권의 정책우선순위는 현상황의 유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북한의 대남정책이 통일전선노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본질적으로의 변화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최소한 당분간 남한과 평화공존하겠다는, 전술적인 변화 이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6 15공동선언]에서 남북한의 통일방안으로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상정하는 상호체제의 인정과 평화공존으로 합일점을 모색하였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한반도의 화해 협력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므로 이는 북한의 대미, 대일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을 고려할 때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 쌍방의 대남 및 대북정책, 통일정책, 대외정책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유엔기구의 유치는 남북 쌍방의 대유엔정책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새로운 국제질서 하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한 유엔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대유엔 외교를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및 인류 공동번영에 적극 참여하며, 유엔 및 각 국제기구에서 논의되는 모든 주요 문제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을 이룬다는 장기적 목표 하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의 적극 참여, 유엔의 주요활동에 대한 재정적 기여증대, 유엔 등 국제기구에의 한국인 진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1996∼97) 및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이사국(1997∼99)으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주요 유엔회의의 의장단으로도 참여하여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부의장국(1992.6.), 유엔총회 제1위원회(정치 군축 안보) 부의장국(1992.10.), 제48차 유엔총회 부의장국(1993), 제52차 유엔총회 제2위원회(경제 재정) 보고관(1997.10), 제53차 유엔총회 제4위원회(특별정치 탈식민) 부의장(1998.10), 지속개발위원회 부의장(1999.4.)으로 활동하였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이사국(1988∼89, 1994∼97, 1998∼2001), 유엔지속개발위원회(UNCSD)의 이사국(1993∼95, 1999∼2001), 유엔총회의 의장(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이 제56대 총회의장으로 선출, 2001.9.12)으로 활동하였다.
한편 북한도 적극적인 유엔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70년대부터 유엔총회를 비롯한 각종 유엔회의 참석을 통해 고려연방제 등 그들의 통일방안을 선전하는데 주력해왔다. 탈냉전의 국제환경에 따라 유엔회원국으로 가입(1991.9.17)하여 유엔을 대미외교 창구로 적극 활용하였고, 최근 들어서는 유엔산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등 경제지원 획득에 중점을 둔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유엔의 기구들, 예를 들어 UNDP, UNIDO, UNEP 등을 해외자본과 기술의 유치, 해외진출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여 대외개방의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유엔기구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UNDP는 유엔기구로는 유일하게 평양에 상주대표부를 두고 있을 정도로 북한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최소한 외교적으로나마 유엔헌장과 원칙을 중시하고 있음은 러시아와 체결한 공동선언(2000.7.19)에서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중앙방송은 [조-로공동선언]전문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7.20).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수뇌상봉과 회담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역사에서 획기적인 사변으로 되었다. 두 나라 지도자들은 쌍무관계 문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국제문제들에 관하여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진행하고 회담결과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2000년 2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 사이의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은 전통적인 친선관계와 선린, 호상신뢰, 다방면적인 협조를 강화하며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들을 존중하고 국제적 안전과 안정을 이룩하며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협조를 발전시키려는 서로의 염원을 시위하였다.( )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존중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을 가일층 강화하고 갱신하며 세계문제들에서 그의 중심적 역할을 강화하는데 협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헌장을 유린하는 힘의 사용 또는 힘의 사용위협이 국제관계체계의 근본에 도전하는 허용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견해를 기초로 삼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는 유엔 천년기 수뇌자회의와 총회가 성과적으로 그리고 결실있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하여 긴밀히 호상협력할 것이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성원국들이 건설적인 기여를 할 것을 호소한다.”
북한이 휴전협 정의 적대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엔 자체에 대해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북한의 대유엔정책에 배치되지는 않는다. 특히 환경과 관련하여 북한은 UNDP를 매개로 1998년부터 식량난 해결을 위해 “농업복구와 환경계획”(AREP)(손기웅 1998, 291∼293)을 추진하였으며, 역시 UNDP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두만강개발계획(TRADP)과 관련하여 두만강개발지역은 물론 동북아의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손기웅 1996, 33∼35). 이상을 통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정치적 측면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안이라고 판단된다.

2) 군사적 측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화해 협력을 촉진하여 평화공존을 이룩하려는 우리 군의 방침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사실상 세계 제1의 중무장지역에 유엔기구를 유치함으로써 현재의 남북한 군사력의 이동 변화 없이도 긴장완화, 전쟁억제, 평화유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군사적 현상유지가 당면한 경제회생을 위한 차선의 방편으로 파악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군사적 현상을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의 북한 경제운영에 커다란 원동력이 되고 있는 군을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북한이 대남 군사적 압박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그 소재지 및 접근로에 국한한 군사적 변화만을 상정하고 있어 북한군의 전반적 대남 압박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의 입장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기구의 존재는 향후 휴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이후 예견될 수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국제적으로 담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평화체제 전환 과정에서 남북한이 평화공존 등 각종 보장적 문서에 합의하겠지만 문서가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군이 해체되고 난 뒤의 공백을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유엔기구가 일정 부분 메워줄 수 있는 것이다. 이질적인 사회체제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증폭을 평화의 구현을 상징하는 유엔기구 자체가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유엔기구의 존재를 훼손하면서까지 어느 일방이 무력도발을 일으키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란 유엔기구의 “인질”적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하는 유엔기구의 존재 자체가 남북한 주민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부여할 것이다.

3) 환경적 측면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함으로써 남북한은 “21C의 화두”인 환경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가 들어서고 모든 활동이 환경친화적으로 전개됨으로써 비무장지대내 환경보호 개선은 물론, 한반도 나아가 지역의 환경보호 개선에 파급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설치와 연계하여 향후 평화생태공원의 조성, 생태계보전지역의 지정, 환경캠프의 설치, 각종 국내 국제환경행사의 진행 등이 이루어질 경우 비무장지대는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와 평화를 상징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남북한은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악화되던 북한의 환경문제는 경제난으로 인한 공장가동율의 저하로 현재 정체상태에 놓여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산림은 심각하게 황폐화되었다. 만약 북한의 경제가 회생하여 공장이 가동될 경우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환경은 급격하게 악화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환경문제를 개선할 경제적 여력도, 기술적 능력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UNEP, UNDP 등 국제기구를 통해 환경개선에 필요한 물적, 기술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무장지대에 유엔환경기구가 유치될 경우 북한은 자국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환경에 이익을 가져오는 개도국의 환경분야 투자 및 기술지원사업에 대한 자금지원(무상 또는 양허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구환경기금(Global Environment Facility)은 수혜기준을 국제환경협약상의 수혜대상국, 국제기구(Wor1d Bank, UNDP)의 수혜대상국(1992년도 World Bank 지원기준: 1인당소득 4,465달러 이하 국가)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4개 지원대상분야(focal areas)로 지구온난화방지, 생물다양성보존, 국제수역보호, 오존층보호를 설정하였다. 따라서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에 가담한 북한이 그 이행과 관련한 활동을 비무장지대 내외에서 전개할 경우 자금지원대상의 우선 순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한 GEF의 주요 지원대상분야가 지구환경협약과 “의제 21″ 이행에 필요한 재정지원에도 있으므로 북한이 “의제 21″의 수행시에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환경문제는 삶의 질 개선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국가전반의 운영에 환경보호와 개선을 상수(常數)로 고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한반도 환경공동체 형성을 위한 남북한 협력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치사업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4) 경제적 측면

비무장지대에 유엔기구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상징하여 남북한의 대외적 경제신인도와 안정성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특히 유엔기구의 소재지가 남북간의 교통망과 자연히 연결될 것임을 고려할 때 남북간 경제교류 협력의 활성화는 물론, 한반도가 동북아 경제거점으로 상승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의 기폭제가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동북아의 경제거점,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세계경제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으로서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점이던 한반도는 대륙과의 교통이 비무장지대에서 철저히 단절되면서 대륙과 연결된 땅이라는 의미에서의 반도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게 되었다. 물리적으로는 연결되었으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곳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문화 교섭사상 19세기 후반에 서구의 해양세력과 아시아 대륙의 문명이 만나는 곳으로 새로이 자리매겨졌던 한반도의 성격을 반세기 이상이나 왜곡시키고 중단시켰다. 즉 비무장지대의 설정으로 인하여 한반도는 반도로서의 장소적 이점을 마음껏 발휘하여 소위 아시아 대륙문명과 서구 해양문명이 만나고 어우러져 새로운 제3의 문명이 꽃피는 곳이 되기는 커녕 섬보다도 오히려 대륙에서 더욱 철저하게 단절되고 말았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경제전쟁이라고 불리우는 무한경쟁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의 생존전략은 한반도라는 지경학적(geo-economic)인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여 동북아 교류의 중심국가가 되는 것이다. 하늘과 바다에서 동북아의 관문을 만들어 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간의 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통해서 막힌 북쪽길을 열고, 만주를 통해서 시베리아와 중국 대륙,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대륙의 관문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명한 것은 비무장지대를 남과 북의 연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며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그 구체적 실천의 계기가 될 것이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미시적으로는 유엔환경기구 소재지의 개발, 주재원과 방문객의 체재와 활동, 소재지에서의 각종 국내 국제행사의 진행 등을 통해 자연스레 남북한의 경제적 이득으로 연결될 수 있고, 향후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와 남북한의 관광지가 연계되어 “생태관광”(ecotourism)이 실시될 경우에는 그 이득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유엔기구를 통한 다자간 협력은 국제규범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협력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엔기구를 통한 협력은 남북이 협력을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편이 되는, 즉 유엔기구가 남북협력의 제도적인 틀이 되는 것이다. 유엔기구가 남북협력을 제도화하고 협력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의 남북한 교류 협력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로 활성화될 것이다.

5) 문화적 측면

환경보호를 중심 임무로 활동할 유엔환경기구의 모든 활동이 문화유물 유적의 보존 관리적으로 진행될 것은 자명하여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물론 비무장지대 전역의 문화유물 유적의 보존 관리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가 다양한 국내 국제문화활동의 공간으로 활용될 경우 남북한 전통문화의 보존 발전은 물론 세계적 문화거점으로 활용되어 문화 한반도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문화활동이 경제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북한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소재지에서의 문화활동이 분단 반세기 동안 이질화되고 있는 남북한의 문화를 동질화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이란 장기적 과정에서 두체제의 문화가 조화, 발전적 화합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가 마련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향후 한민족이 추구해야 할 통일문화의 방향성과 내용을 실천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재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유엔기구의 소재지에서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2) 국제적 차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될 수 있다. 첫째, 중무장지역인 비무장지대에 평화를 구현하려는 유엔기구가 유치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평화에 기여함으로써 역내의 예측가능한 질서와 안정적 국가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주변국의 한반도에 대한 이해관계는 현상유지에서 조정되고 있다. 무력충돌과 어느 일방만에 의한 통일로 인한 세력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는 유엔기구의 유치, 이로부터 파급되는 남북간의 긴장해소와 관계개선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상반되지 않고 오히려 요망되는 사태가 될 것이다.
또한 주변국의 경우 현 정치 군사적 상황의 변화 없이도 역내 평화가 유엔기구의 유치로 인해 좀 더 담보됨으로써 안정적인 쌍무적, 다면적 관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경제발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며,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어려움을 덜게 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적 관계 진전은 곧 세계평화에 연결되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국제관계의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향후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경우 예상되는 유엔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유엔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존재는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여 주변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좀 더 강하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러한 역내의 안정적인 정치 군사적 상황의 발전은 역내 경제교류 협력에도 파급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한, 북한,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하고 있는 동북아지역은 상호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즉 일본과 한국의 자본과 기술,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성공적으로 결합할 경우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역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북아 내외의 여건 변화는 일본으로부터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망의 확보를 필수적으로 중요하게 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한반도의 교통체계중 중심에 위치하는 비무장지대의 이용문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간의 교통망연결과 자연스레 연결되고 유엔기구의 유치로 인해 한반도가 안정될 경우 동북아 경제교류의 활성화와 동북아지역 경제산업체제의 통합에 커다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철로연결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서 유럽과 일본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 구상되고 있는 시베리아 천연가스의 러시아, 중국, 남북한 및 일본에 대한 공급은 필연적으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하고 있고 더구나 비무장지대에 유엔기구가 유치될 경우 찬연가스공급의 안정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동북아국가들은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 등은 동북아 경제거점으로서의 한반도 위상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역내 전반적인 경제관계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해양으로부터의 물류가 한반도를 통해 대륙으로 안정적으로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되어 역내 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유엔기구의 유치가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을 촉진하여 역내, 나아가 세계 경제교류 협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은 동북아교통운수체계 혁신문제를 구상으로부터 현실로 변하게 하며, 동북아를 다국합작의 총체적 공간으로 형성하고 한반도를 동북아 성장의 축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동북아는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로 오랜 세월동안 유지되어 온 자연생태계와 이에 기반한 고유의 생활양식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한 생물서식공간의 분절 및 훼손은 생물종의 생존과 종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각종 폐기물과 유독성물질의 방출은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90년대 들어 이러한 문제는 역내 정부에 의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여져 각종 대책의 수립과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표 1>은 현재 동북아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보여준다.

<표 1> 동북아의 환경문제

출처: 곽승준 2000, 8.

그러나 동북아는 개별국가간 경제발전 수준의 차이, 국가체제상의 차이 등으로 인해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 국가적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고, 또한 환경오염 원인제공국과 피해국간에 불균형이 존재하여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협력의 가능성이 낮은 지역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과 환경의 악화가 지속될 수 없으며, 지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는 역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상호 이견을 조정하고 양보와 타협 속에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의제 21″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별 환경협력을 모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될 것이다. 각 국가는 유엔환경기구를 통해 기구가 보유하고 있는 환경개선을 위한 각종 능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에 이어 환경연구소, 환경정보센터 등이 추가적으로 설치될 경우 역내 국가는 자국의 환경정책에 중요한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가적 다양성이 어느 곳보다 심한 동북아지역에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는 개별 국가의 정책상 환경문제 개선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환기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문제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넷째, 평화와 환경을 위한 지역적 세계적 문화공간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로 조성되어 역내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조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가 다양한 환경교육과 체험의 공간, 평화를 체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역내 청소년, 국민들이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4.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의 추진방안

(1) 추진구도

그러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선 전반적인 사업의 추진구도를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이때 각 단계는 단순히 시간적인 축차적 개념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되는 전체의 과정 가운데 시간별 중점분야를 의미한다.

1) 제1단계: 국내적 준비단계

먼저 한반도 화해 협력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여 평화공존의 관계로 진입하기 위한 국가정책으로서의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에 대한 전략적 타당성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검토할 (가칭)[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관련 정부부처 및 소수의 전문가로 비공식적 차원에서 구성한다.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긍정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민 관 군 등 전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여 추진 전담할 대통령직속기관 형식의 (가칭)[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국내외 인사로 구성하여 공식적으로 출범시킨다. 이 단계에서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이론적 측면에서 ①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유치가 남북한의 포괄적인 국가이익에 부합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방안임을 이론적으로 설득력있게 완결하며, ②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로 가장 적합한 지역을 남북한의 정치 군사 환경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확정하고, ③ 현재 환경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유엔(전문)기구를 분석하여 비무장지대에 유치할 유엔환경기구를 확정하는 것 등이다.

2) 제2단계: 국내외 공감대 형성단계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대한 합의기반을 대내외적 차원에서 형성 확산시킨다. 국내적 차원에서는 이 사업의 의의를 국민들에 납득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고, 정부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법규정 정비, 물질적 기반 확보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세계 주요 평화 및 환경관련 NGOs에 평화와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홍보하여 국제적 지지여론을 형성하고 이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하게 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혹은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이 사업의 의의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3) 제3단계: 전방위 외교단계

국내적 차원에서는 사업에 대한 국내적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며, 물질적 기반을 마련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민 관 군이 협심하여 전방위 차원에서 주변국을 포함하는 유엔회원국의 민 관 군에, 그리고 유엔사무국, 각종 유엔기구, 기타 국제기구 단체 등에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의의를 홍보하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다. 만약 북한이 이 사업에 호응할 경우에는 남북한이 함께 이러한 노력을 전개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북한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소극적일 경우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지속함과 더불어, 사업에 대한 국내외 NGOs 및 유엔과 국제사회 기구의 지지를 북한이 사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활용한다. 북한이 이 사업에 적극적일 경우 남북회담을 통해 사업의 이행을 위한 (가칭)[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여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한다.

4) 제4단계: 실천단계

국내적, 국제적 공감대와 지지, 그리고 북한의 호응을 바탕으로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세부실천방안을 남북한 및 유엔이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 협의하고 실행한다.

(2) 세부추진방안

1) [유엔기구유치위원회] 구성

비공식적으로 구성된 (가칭)[유엔기구유치기획단]이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에 대한 국가전략적 검토의 결과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경우에 이 사업을 전담 총괄할 (가칭)[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키되,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될 위상을 고려하여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한다. “반민 반관” 형식으로 하여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기타 민간 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사회지도적 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하며, 주요 해외인사 및 단체, 국제기구도 참여하도록 한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추진하는데 있다. 구체적 주요 기능은 사업과 관련하여 ① 이론적 체계화, ② 국내외적 공감대 확산, ③ 민 관 군간 협의 정보교류, ④ 정부의 환경, 외교, 국방정책과 대북 통일정책 반영, ⑤ 모든 활동의 질서있는 추진, ⑥ 국제적 연대활동 추진 등이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는 총회, 이사회, 임원, 실무위원회, 사무국으로 구성한다. 총회는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에 뜻을 같이하는 군을 포함하는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 기타 민간 사회단체 등을 망라한 다수의 국내외 사회지도자급 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하며, 그 중에서 대표적 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한다. 임원으로서는 대통령을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그외 위원장, 부위원장, 감사, 실무위원장, 사무국장을 둔다. 한편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을 실무적으로 추진할 실무위원회를 두되, 기능별로 기획 조정위원회, 연구 자문위원회, 후원 홍보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로 구성하게 한다.
이때 사업을 이론적, 실천적 측면에서 평가 자문할 연구 자문위원회는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을 확대 개편하여 구성하며, 이로써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은 발전적으로 해체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과 관련하여 북한과 실무적 협상을 담당할 남북회담팀은 [유엔기구유치위원회], 특히 실무위원회와 유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사무국은 총회, 이사회, 임원 및 실무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실행하는 행정인력으로 구성한다.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은 참여 회원의 회비, 기부금, 정부의 특별회계 관련 기금 보조금, 국제적 지원금, 기타 수입 등으로 충당한다. 한편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출범을 전후하여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관련 (국제)심포지움 회의를 개최하여 유치사업에 대한 국내외적 여론을 환기시킨다. [그림 2]는 [유엔기구유치위원회]의 기구도표(안)을 보여준다.

[그림 2] [유엔기구유치위원회] 기구도표(안)

2) 유엔환경기구 확정

비무장지대에 어떠한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할 것인가에 관한 국내적 논의는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를 거쳐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도록 한다. 이 경우 다음 네가지 방안을 고려하여 그중 가장 적합한 유엔환경기구 유치방안을 국내적 입장으로 확정한다.
첫째, 기존의 환경관련 유엔기구중 그 상설사무소의 소재지를 비무장지대에 이전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그러나 기존 사무소와 그 소재지의 이해관계, 업무 연속성의 필요를 고려할 때 그 현실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나 다음의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엔사무국의 “정책조정 및 지속개발국”(DPCSD)이 상설사무소 역할을 맡고, 53개 위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ECOSOC의 산하기구로 활동하고 있는 지속발전위원회(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 CSD)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이다. CSD는 각국 정부, 민간업계, NGOs 등에 의한 “의제 21″의 이행상황의 평가를 위해 지구정상회의의 요청에 따라 유엔총회가 설립하였다. CSD와 산하 실무그룹이 담당하는 주요사항은 개도국에 대해 환경적으로 건전한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방법과 이들 개도국이 “의제 21″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대해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이다. 중요한 재정체계의 하나는 GEF이다. UNDP가 주도하는 “능력 21″(Capacity 21)사업을 통해서도 기금제공이 가능한데 이 사업은 개도국들이 “의제 21″이 요구하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제도를 강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향후 그 실행이 더욱 중요할 “의제 21″을 개도국이 실천하는데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CSD를 국가적 다양성이 제일 큰 동북아지역, 그리고 그 중심지인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은 커다란 의미를 가질 것이다. 특히 환경관련 유엔기구가 각 권한 영역내에서 “의제 21″의 관련 부문의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각 기구의 조직 관리, 역할 조정, 통합 등의 기능을 비무장지대내 CSD가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ECOSOC의 기능이 현재 포화상태에 있다는 고려도 함께 작용하였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UNEP의 후원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사무국이 한국과 일본에 분산되어 있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rthwest Pacific Action Plan: NOWPAP)의 상설사무국을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이다.
둘째, 기존 환경관련 유엔기구들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독립하여 하나 혹은 복수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어려우며, 다양하고 과중한 업무로 포화상태에 있는 UNEP의 일부 기능을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1972년 유엔조직의 환경관련 활동을 촉진 조정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UNEP는 유엔산하기구 본부로는 최초로 제3세계 국가인 케냐 나이로비에 설치되었다. 현재 나이로비 본부에는 2백50여명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나이로비),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멕시코 시티), 서아시아 지역(바레인 바나마),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방콕), 유럽지역(제네바), 북미 지역(뉴욕)에 지역조직 본부를 두고 있으며 워싱턴 D.C.에는 연락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다.
UNEP의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환경업무조정으로 해양, 대기, 식량, 보건 등 주요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 및 국제기구간 업무를 조정한다. 둘째, 환경평가활동으로 지구환경 모니터링시스템(Global Environmental Monitoring System: GEMS)은 전세계 곳곳에 설치된 측정망을 통하여 생태계, 대기, 수질, 기후 등의 제반 환경상태 동향 자료를 수집 전파하며, INFOTERRA(International Information System on the Environment)는 수질, 대기, 화학물질 등 구체적 환경 및 자원 등에 관한 정보전달 중계소의 기능을 하며, IRPTC(International Register for Potential Toxic Chemical)는 국제적으로 사용, 교역되는 유동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수집 교환한다. 셋째, 환경관리로서 ① 대기보전과 기후변화 방지와 관련하여 대기 중 SO2, 분진, NOx, CO 및 CO2 등의 배출량과 성층권의 오존층 그리고 오염물의 장거리 이동상황을 집중 감시하고,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협약]을 채택하였으며, [지구온난화방지협약]을 채택하였다. ② 해양 및 담수 보호와 관련해서는 IMO, FAO, WMO 등과 공동으로 해양오염조사를 위한 공동전문가그룹(GESAMP)을 결성했으며, 1974년 지역해양보존사업을 발족하여 지중해, 대서양, 카리브해, 태평양 등 전세계 14개 해역에서 140여개국이 참여케 하였고, 내수의 환경안전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③ 토양, 산림보전과 사막화 방지와 관련하여 1984년 세계토양정책을 채택하였으며, 1985년부터 열대림 보전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④ 생태계 및 생물학적 다양성보전과 관련하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교역에 관한 협약의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협약]을 준비하였다. ⑤ 유해폐기물 관리와 관련해서는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교역통제 및 처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UNEP가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문화, 활성화될 필요성이 요청되었고, 1997년 7월 10일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유엔개혁에 관한 보고서”(Renewing the United Nations: A Program for Reform)를 통해 이를 지적하였다. 이 보고서는 지속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촉진은 유엔활동의 중요한 우선순위이며, 이를 위한 UNEP의 활동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이를 위해 UNEP의 기능이 보다 전문화, 활성화될 것과 유엔내 환경관련 활동을 조정 연계하는 focal point로서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 특히 UNEP의 주요기능과 관련하여 보고서는 직접적인 사업의 이행보다는 감시(monitoring) 및 평가중심의 기능을 강조하고, 협약협상 관련사업 등은 UNDP 등으로 이관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즉 UNEP의 수용 한계성을 고려하여 타 기구에 비해 우월성을 보유하고 있는 환경정보의 평가 및 연구, 환경협약과 환경정책 수단의 개발에 관한 조정, 담수자원, 기술이전과 산업 등의 분야에 있어 중점적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UNEP가 관장하고 있는 기능 가운데 일부, 특히 현재 동북아지역이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대기오염과 해양 및 수질오염에 관한 사무국 기능이나, UNEP가 근래 중점을 두고 있는 환경정보의 평가 및 연구 기능을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유엔환경기구를 비무장지대에 설립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유엔 수다노-사헬리안 사무소(UN Sudano-Sahelian Office: UNSO)를 참고하여 비무장지대, 한반도, 동북아에 적합한 환경보호 관련 분야를 설정한 후 이를 유엔총회에 상정하여 새로운 유엔환경기구를 비무장지대에 설치하는 방안이다.
UNSO는 다음의 과정을 거쳐 설립되었다. 1960년대 심각한 가뭄이 아프리카 수다노-사헬리안지역 서부에서 계속 일어났고, 다시 70년대초와 80년대에 반복 발생하였다. 가뭄은 야채종자 고갈, 토양훼손, 그리고 중대한 가축손실과 거듭되는 농작물 피해를 야기하여 생활양식파괴의 재난을 초래하였다. 서아프리카의 피해국들은 식량자급자족을 이룩하고 미래의 가뭄피해를 완화하여 개발을 달성할 수 있도록 UNSO를 설립하였다. 사막화방지를 위한 행동계획은 1977년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사막화회의에서 채택되었다. 1978년에는 UNSO가 UNEP를 대신하여 행동계획의 이행에 관해 각국을 지원하는 책임을 부여받았고, UNDP와 UNEP간에 공동사업협정이 서명되었다. 이후 UNSO는 지역국가가 토지자원을 관리 보호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가뭄의 피해와 사막화를 통제하는데 집중하였다. UNSO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가뭄과 사막화를 겪고 있는 국가들내 사막화방지를 위한 국제협정 협상과정을 준비하는데 아프리카국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UNSO의 활동은 농업삼림, 모래언덕 설치와 같은 현장사업으로부터 토지관리, 환경정보체제개발, 모든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전략체계의 구성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상설사무국의 설치가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환경협력 고위급회의(North-East Asian Subregional Programme for Environmental Cooperation: NEASPEC)의 상설사무국을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넷째, 유엔관련 환경협약들 가운데 하나 혹은 복수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한다. 지구환경문제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각국의 환경정책 및 경제활동 전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각종 환경협약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체결된 국제환경협약은 대기, 수질, 폐기물 및 자연환경 분야에서 210여개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오존층보호를 위한 [비엔나협약] 및 [몬트리올의정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생물다양성협약],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그 처리통제에 관한 [바젤협약],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방지협약] 등 40개의 환경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이 방안은 그 중에서 비무장지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역내 대기오염 등을 고려하여 유엔의 틀 내에서 체결된 [생물다양성협약],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등의 상설사무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다섯째, 환경관련 유엔기구의 상설 회의소를 비무장지대에 유치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는 유엔기구를 유치하기가 어렵다거나 혹은 유치된 유엔환경기구와는 별개로 비무장지대내에 상설 회의관련 시설물을 설치하여 환경과 관련된 유엔기구 혹은 기타 국제기구의 회의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통상 지구정상회의라고 불리며 1989년 12월 유엔총회에서 개최가 결정되고,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래 정례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유엔환경과 개발회의(UNCED)의 상설개최지로 비무장지대를 활용하는 것이다.

3) 유엔환경기구 소재지 확정

비무장지대의 어느 곳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할 것인가에 관한 국내적 논의 역시 [유엔기구유치기획단]의 검토를 거쳐 [유엔기구유치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도록 한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들이 자유로이 만나는 평화의 공간, 화합의 공간, 환경보호를 상징하는 환경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향후 남북한간 인적, 물적 교류의 촉매 장소이면서 통일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에 부응할 수 있는 소재지 선정의 기준으로는 ① 유엔기구의 소재지에 걸맞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염원을 상징할 수 있는 지역성, ② 환경관련 국제기구의 소재지에 걸맞는 주변의 자연환경, ③ 배후 도시로부터의 접근성, ④ 기존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활용성, ⑤ 한반도 공간구조를 회복하는 남북연결의 용이성, ⑥ 향후 남북 경제 사회 문화분야 교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입지성, ⑦ 향후 동북아 거점으로 역할할 수 있는 입지성 등이 고려될 수 있다.
한편 소재지는 초국가적, 탈이데올로기적 행정원리가 적용되며, 노동상품과 자본 및 기타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공동시장이며, 모든 관세 및 비관세의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기술적 및 물리적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중립국가적 특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의 대상지역으로 지형의 특성상 서해안 및 서부 평야지대, 중부 구릉지대 및 중서부 산악지대, 동부 산악 및 동해안지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대별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의선축상 장단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및 서부평야지대이다. 한강 하구와 임진강 수계지역으로 바로 경기 북부지역인 이 지역의 특징은 파주-문산-개성축, 의정부-동두천-연천축, 양주-포천-철원축으로 이어지는 철도 및 교통망을 이루면서 분단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많이 진행된 지역이다. 파주, 동두천, 포천, 연천 일대는 남북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을 포함하는 북방교류협력의 거점으로 계획되고 있다. 특히 경의선상의 장단 지역은 평야지대로서 도로, 철도 및 수로를 활용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일산 및 개성 등 기존 도시와 인접하여 남북 및 국제적 교류, 그리고 배후지원에 유리하다. 이미 한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평화시 건설의 일환으로 장단지구 후방에 통일동산(오두산 일대)의 조성을 완료하였다. 현재 남북한의 합의로 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향후 이들이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로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서울과 평양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용이하게 됨에 따라 국제기구의 소재지로 유리할 수 있다.
둘째, 경원선축상의 철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부 구릉지대 및 중서부 산악지대이다. 철원-화천-양구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과거 철원-김화-평강에 이르는 철의 삼각지대로부터 평강평야, 경원선 철도, 금강산전철이 지나던 지역이었으며, 현재는 평화의 댐, 용화산, 파로호, 수입천, 금강산의 육로 관문 지역으로 자연경관과 관광부분의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금강산 철도가 재개통되면 금강산개발과 연계할 수 있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서울, 평양 등 기존 도시와 떨어져 있으며, 주변 산악지형의 영향으로 배후도시 건설이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셋째, 동해해안선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산악 및 동해안지대이다. 동해북부철도가 지나던 인제-고성지역은 설악산과 금강산이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자연공원으로서 수려한 산과 해변을 소유하여 관광지로서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생태적으로는 남쪽과 연결된 온대중부림과 북쪽과 연결된 온대북부림이 만나는 곳이며, 기후의 특성상 태백산맥 동편의 해안성 기후와 태백산맥 서쪽의 내륙성 기후로 구분된다. 또한 철새 도래지가 산재해 있다. 이 지역은 지리적으로 서울, 평양과 원거리에 있으므로 상호 개방 및 교류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가 비교적 크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적고,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따른 안보상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이미 이 지역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이 실천되고 있어 북한이 비무장지대내 남북 공동사업에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제공항 및 국제항의 개발과 배후 도시의 건설, 수도권을 잇는 동서축의 고속교통망 확충 등 운송 네트워크의 형성과 정보통신의 국제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유엔환경기구가 위치할 소재지는 이상 3개 대상지역에 대한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 조건과 생태계 지형 지질 등을 정확히 조사한 다음에야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국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남북간, 나아가 국제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여야 할 것이다.

4) 소재지 및 접근로 개발

유엔환경기구가 유치될 소재지와 접근로가 위치할 비무장지대 및 인접지역은 지난 반세기간 보전된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생태적 자원과 통일 후 여건변화로 인한 개발의 잠재력을 지닌 중요한 환경자원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에서는 개발정책의 시행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상충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즉 유엔환경기구 소재지 및 접근로의 건설은 자연환경의 최적 이용과 관련하여 개발과 보존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입각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기구유치남북위원회] 산하에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개발이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조사하여 양국 정부에 상정하는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을 끼고 있는 Erie호수 지역의 수질오염관리를 위하여 설립된 “양국공동위원회”(Boundary Waters Treaty of 1909)를 모델로 남북환경작업반이 공동으로 소재지 및 접근로의 환경조사 및 개발계획안을 담당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만약 소재지와 접근로의 건설을 남북한이 각자의 지역에 각자가 개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환경기준의 차이에 따른 환경불균형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질 수 있으며, 건설지에서 이동하는 유동동물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남북이 공동으로 환경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 개발과 그곳에 이르는 남북 각측으로부터의 통로 개설의 방법은 일체의 군사적, 정치적 문제를 현재의 상태로 존치시킨 가운데 휴전협정 당시에 판문점을 개설하던 방식에 의하여 추진한다.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와 접근로를 제외한 지역의 자국 군사력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북한이 단기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재지와 접근로 등 대상 지역에 한정하는 비무장화 또는 군사적 변동을 상호 합의하에 추진한다.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와 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 남북간에 정치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었을 때 군비통제의 차원에서 소재지 및 접근로 인근지역의 비무장화 또는 군사력의 이동배치 등을 추진하는 것이 유엔환경기구 유치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바람직스럽다.
소재지 및 접근로의 개발절차와 방법도 비무장지대 가운데 군사분계선의 남북은 각각 그 관할권이 유엔군사령관과 북한군 및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에게 있으므로 상호 합의만 되면 환경영향평가는 공동으로 하더라도 군사분계선까지의 통로는 남북이 각자 독자적으로 개설하고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에서 이를 공동으로 연결하며 기구의 시설은 공동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물론 남북이 통로를 공동으로 건설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유엔환경기구의 소재지는 중 장기적으로 평화시의 일부로 확대될 것을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하나, 평화시의 구상이 조만간 실현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또는 평화시 건설 이후에도 평화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도 독립적인 기능을 가진 소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엔환경기구의 유치사업은 이러한 다양한 개발방안을 구상하되 우선적으로 환경과 평화를 위한 국제적 사무 및 회의시설의 건설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편의시설의 건설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환경과 평화와 관련하여 국가간 우호와 선린 증진을 위한 세계평화지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우선적 과제이다. 유엔환경기구의 활동을 위한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고 남북한의 협력에 관한 공감대가 더욱 높아질 경우 동 소재지 혹은 그 인근에 환경과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물의 유치가 논의될 수 있다. 물론 남북한간의 합의가 더욱 이루어진다면 남북 양자간의 교류 협력을 위한 시설물도 유치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소재지는 장기적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인적 물적 교류의 창구, 화합과 협력을 실천하는 문화공간, 세계민족이 교류하는 거점, 세계젊은이들이 평화와 환경을 생활하면서 배우는 청소년의 공간, 환경보호와 평화를 위한 연구공간, 국제우호와 선린의 증진을 위한 세계평화지역, 환경친화적인 신기술 정보시스템을 최대로 활용하는 정보화지역, 소재지 및 인근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자원을 보전하고 이를 계획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생태지역, 남북한 화합과 통합에 기여하는 융합의 지역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재지의 선정과 개발과정에서 구 토지소유자의 소유권 주장으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기관과 민간이 합동으로 (가칭)”비무장지대 트러스트”(DMZ Trust)와 같은 별도의 기관을 구성하여 소재지 및 접근로의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비무장지대내 유엔환경기구유치 사업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차원에서, 유치 추진을 위한 국민적 역량 결집을 위해 좀 더 많은 남북한의 주민과 세계시민의 참여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소재지 개발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을 위해서는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한 생태협력기금과 같은 법적 재원의 확보와 더불어 민통선 및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보전에 관심있는 일반인으로부터의 기부 등을 통해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유엔기구의 유치사업인 만큼 유엔의 지원과 국제기구의 지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5) 국제적 추진방안

유엔환경기구의 비무장지대내 유치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의 필요성과 의의를 다양한 국제적 통로를 통해 설명하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우선 이 사업은 무엇보다 안보적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하에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비무장지대를 관할하고 있는 한축이어서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이 사업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에 커다란 영향 – 여기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