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목소리들” 국회서 열려 통일뉴스 25.7.12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목소리들” 국회서 열려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폭력이자 시대착오적 악법”
기자명 김래곤 통신원 입력 2025.07.12 11:28 수정 2025.07.12 18:04 댓글 3


7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 목소리들’이 열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 목소리들’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자주연합(준), 천주교인권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증언대회는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국가보안법의 직접적 피해를 겪은 증언자들의 발언과 장경욱 변호사를 비롯해 법률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헌법 위의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은 식민지 잔재이자 독재 권력의 도구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왔다”며 “21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폐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국가보안법은 말과 생각, 양심을 통제해온 악법”이라며 “특히 국가보안법은 노동자들에게 가혹했다”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 노동조합을 만든 이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고,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분열시키고, 탄압하는 데 쓰인 권력의 도구 더는 이 법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


이시우 사진작가가 국가보안법에 의한 피해사실을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첫 번째 증언자로 나선 이시우 사진작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유엔사령부 해체 문제를 다룬 활동과 사진 작업이 2007년 6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유엔사령관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사령부에 대해 집요하게 글을 써오던 자신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유엔사령부(유엔사)는 유엔사 규정 525-2를 통해 대한민국 영토인 대성동에 미국 정부의 행정을 수립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헌법을 위반한 ‘정부 참칭’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히 북측 지역에 대해 미국이 주권 정부 수립을 전제로 민사 행정을 규정한 것은 헌법 제3조 위반”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유엔사는 군사력을 가진 조직으로서 한국 정부의 통치권을 제약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 질서를 전복하려는 ‘국가 변란 목적’에 해당할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반국가단체를 규정하므로, 유엔사는 국외 반국가단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엔사의 반국가단체적 성격을 밝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국가보안법이 진정한 반국가 행위자인 유엔사에는 눈을 감고 정권 비판자만 처벌해온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대신 쟁취해온 한국 예술계에서, 국가보안법은 자기검열과 위축을 강요하는 대표적인 폭력”이라고 말했다.

유우성 씨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증언을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에 대한 증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유우성 씨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증언을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에 대한 증언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두 번째 증언자로 나선 유우성 씨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로, 지난 2012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살아가던 중 국정원의 한 대북담당자와 접촉하게 됐다.

처음에는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전이 염려돼 협조 제안을 거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됐고, 결국 여동생을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2012년 10월경 여동생 유가려 씨를 중국을 경유해 제주도로 데려왔고, 국정원에 직접 인도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그해 말 정국은 요동쳤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휘말렸고, 같은 시기 유우성 씨는 갑작스레 국정원에 의해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다. 집을 나서던 순간, 30여명의 국정원 직원이 아파트를 포위했고,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자신이 국정원의 허락을 받아 한국으로 데려온 여동생과 함께 ‘남매 간첩’으로 조작되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당시 유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무려 5가지에 달했다. 간첩죄,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이 포함됐다. 여동생 유가려 씨는 영장도 없이 무려 180일간 국정원에 감금되어 회유와 협박, 폭행에 시달렸고 결국 허위 진술을 하게 되었다.

유 씨는 국정원이 북탈북자이며 마약사범을 허위 증인으로 내세우고, 돈을 받고 협조한 일부 탈북자들을 통해 거짓 증언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외교 경로를 통해 조작된 공문서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피해로 그치지 않는다. 유 씨는 이를 통해 국가보안법이 실제로는 국가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덮고 특정 이념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탈주민은 항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노출되어 있다”며, “가족과 전화 통화만 해도 회합·통신, 물건이나 돈을 보내면 편의제공 혐의가 적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간첩 조작 사건이 특히 선거 시기에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며, “왜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간첩이 생기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간첩이 사라지는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수많은 간첩조작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안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 조작을 주도한 자들은 아무런 처벌 없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유 씨는 “이런 악법이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될까 두렵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 영화 연구자 유영호 박사가 2011년 ‘왕재산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 6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경험을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북 영화 연구자 유영호 박사가 2011년 ‘왕재산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 6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경험을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2011년 이른바 ‘왕재산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국가보안법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었던 유영호 박사(당시 연세대학교 통일학 박사과정)는 6년 넘는 법적 투쟁 끝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북 영화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유 박사는 학술연구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휘말려 기소되었으나,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11년 12월 유 박사는 왕재산 사건 관련자들과의 연관성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 대상에는 대학원 수업 교재인 《조선로동당략사》, 개인이 집필한 책, 수십 년 전 대학동아리 소식지까지 포함됐다. 당시 수업을 진행한 강사는 국정원 3차장 출신 인사였고, 해당 교재는 정식 강의 자료였다.

“1988년 타자기로 만든 동아리 소식지까지 압수 대상이 됐을 땐 정말 황당했다”고 유 박사는 회고했다.

이재정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재정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 함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보안수사대는 유 박사가 쓴 감상문이나 이메일 발송 내역까지 문제 삼았다. 재일조선학교 방문 후 쓴 감상문에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북한 헌법 63조와 같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 또한 북한영화를 통일부에 기증한 이메일 기록마저 의심 대상으로 간주됐다.

유 박사에 대한 기소는 압수수색 이후 무려 4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이루어졌다. 당시 왕재산 사건 관련자 중 일부는 이미 만기 출소한 시점이었다. 유 박사는 “왕재산 조직원으로 엮는 데 실패하자 자신들의 수사를 정당화하려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1심 재판부는 유 박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판결 논리는 모순적이었다. 압수된 자료 중 서적은 무죄, 영상물은 유죄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렸던 것이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12월, 유 박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유 박사의 사건은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칼날 앞에서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 관련 연구를 이유로 수년간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야 했던 그의 경험은,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과 남용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표 사례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와 연구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시대적 법”이라며 유 박사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사회적 연대와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경욱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분석을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장경욱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분석을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마지막으로 장경욱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분석을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였다.

2025년 현재,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의 적용 실태와 그로 인한 피해 사례를 분석하며 “이 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은 북의 주장과 유사한 의견을 개진했을 경우, 즉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 지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으로 비판 ▲북의 핵을 자위적 억제력으로 보는 관점 등을 표명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북의 체제, 문화, 사회 등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나 정보 인용조차도 제7조 위반으로 기소될 위험이 있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한국 국민이 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분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미군 주둔에 대한 문제 제기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국민의 토론과 평화운동, 정책 참여 자체를 봉쇄하는 것으로, 국민주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회 역시 폐지를 논의하지 않고 법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법원은 이 법을 근거로 지속적인 수사와 기소, 재판을 벌이고 있다.

장 변호사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국가보안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존재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만든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북을 대화와 협력의 상대가 아닌, 해체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게 만든다”며 “이로 인해 평화와 통일을 모색할 수 있는 모든 경로가 차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의 동맹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며, 한반도의 진정한 자주와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전면 부정한다”며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강력한 검열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종북몰이와 간첩조작, 심지어 비상계엄 쿠데타 기도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비상식적 구조의 뿌리로 작용해 왔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외세와 극우 반공세력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수단”이라며 “한국사회가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발전하고, 민족성과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는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투쟁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왼쪽으로부터 진천규 통일TV 대표와 동분선 통일중매꾼 대표, 정연진 AOK대표 등이 나서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왼쪽으로부터 진천규 통일TV 대표와 동분선 통일중매꾼 대표, 정연진 AOK대표 등이 나서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 외 진천규 통일TV 대표와 동분선 통일중매꾼 대표, 정연진 AOK대표 등이 나서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을 증언하였다.

이번 증언대회는 국가보안법이 개인의 인권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억압해온 실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마련되었다.

주최 측은 앞으로도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대중적 공감과 입법적 실천을 모아 “시대에 뒤떨어진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민족통일애국청년회]